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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inante Oct 19. 2022

수술이냐, 비수술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골절 일기 2 - 우울감의 정점에선 3주 차


[3주 차] 

뼈와 인대가 도대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어 틈만 나면 리스프랑 관련 정보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리스프랑 관절은 발에 있는 상골(cuneiform bone), 입방골(cuboid bone), 족골(metatarsal bone)이 만나는 부분을 통칭하여 부르는 말로 리스프랑 쪽의 인대는 발의 아치 모양을 지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축구나 발레와 같이 발을 많이 사용하는 운동을 하는 도중에, 혹은 발등에 무거운 물건이 떨어지거나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에 주로 손상되는 부위이다.


(C) S. Johnson M. D.


X-ray로는 손상 여부를 판단하기가 어렵고, CT나 MRI를 찍어야지 손상 정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손상된 리스프랑 관절 부위의 벌어짐과 인대 손상 정도에 따라 수술 여부를 판단한다고 한다. 수술은 10일 ~ 2주 이내에 하는 것이 좋다고 다.


리스프랑 손상에 관한 정보와 수술 및 비수술 보존치료에 대해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수술과 비수술에 대한 예후가 둘 다 안 좋다는 내용이 많아서 마음고생이 시작되었다.


# 비수술 - 한번 벌어진 관절은 원상태로 붙기 어렵고 더 벌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회복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10개월 이상). 다친 시점으로부터 일정 정도 시간이 지나면 관절이 굳기 시작한다고 한다. 관절이 굳은 이후에도 불편함이 남아서 뒤늦게 수술을 하게 된다면 그때는 뼈를 다듬어서 발의 정상적인 아치 모양을 다시 만들어 줘야 하기 때문에 수술이 커질 수 있다.

# 수술(수술 시기: 다친 시점으로부터 15일 이내가 좋으나 늦어도 다친 후 2~3개월 이내에 받는 것을 권장) - 리스프랑 관절을 고정하는데 핀을 1~2개 혹은 그 이상 박아야 한다. 핀이 많이 사용될수록 철심이 손상된 부위로부터 인접한 작은 뼈들의 관절면을 통과하는 개수가 많아진다. 철심이 통과되는 부위에 관절염 발생 확률이 있다.

* 수술/비수술 케이스 모두 또다시 다치거나 불편함이 계속될 경우 리스프랑 부위의 작은 뼈들을 접착제로 붙이는 관절 유합술을 할 수도 있으니 다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하며 지속적인 관찰이 요구된다.

- 족부병원 전문의


이 말을 듣고 어떤 결정을 해야 하는지 몰라 힘들었다. 전문의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여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하에 유명하다는 족부 병원들을 폭풍 검색 후 가장 빨리 예약 잡히는 곳으로 날아가서 체중부하 CT를 시행했다. 체중 부하 CT는 까만 원통 속에 발을 딛고 서서 찍는 장비였는데 리스프랑 관절 벌어짐의 정도를 비교적 정확히 알 수 있다고 했다. 다친 발이 아프기도 하고 행여 사진 찍을 때 체중 때문에 더 벌어지면 어쩌나 하는 불안함 때문에 부들부들 떨며 겨우 CT를 찍었다. 결과는 1.8mm-2mm 정도였지만 워낙 긴장을 한 탓에 옆에 달린 손잡이를 어찌나 꼭 붙잡고 찍었는지 이 결과가 정확한 지는 알 수 없었다.


벌어진 간격이 절대적 기준은 아니지만 보통 1,2 중족골 사이의 간격이 2mm 이상 벌어진 케이스는 수술을 권유하는 모양이다. 2mm 이내에서만 비수술 보존 치료를 선택할 수 있다고 했는데 두 번째 전문의는 수술을 권유했다. 이유는 관절 간격이 더 벌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 내가 젊어서 앞으로 발을 사용할 날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안 그래도 결정장애가 있는데 수술과 비수술 중 뭘 선택해야 하는지 머리 아프게 고민했다. 만약 수술을 결정한다면 관절이 굳기 전 최대한 빨리 하는 것이 좋다고 다.


두 명의 의사가 전혀 다른 소견을 보였기 때문에 한 군데만 더 가보기로 했다. 한 종합병원에 운 좋게 예약이 잡혔고 그곳에서 만난 세 번째 전문의는 이미 3주가 지났기 때문에 비수술을 권했지만 원하면 수술을 해줄 수도 있다고 했다.


 '금까지 3주 차 보존치료 중인데 이 상태에서 수술을 하게 되면 새로 몇 주를 더 통깁스를 해야 할지도 몰라.. 그러면 종아리 근육은 줄어들 테고 발목 관절은  굳을 것 같은데 어떡하지..?'


사고 발생 당일부터 3주까지는 한순간 부주의로 인해 발생한 부상에 대한 자책, 후회, 두려움이 정점을 찍은 시기였다.












참고자료

Lisfranc Injury - A Matter of a Few Millimeters - Randon Holl, MD, Sep. 2018
리스프랑 관절의 손상: 진단과 치료 - 대한골절학회지 제29권, 4호, 2016년 10월
관절 유합술 : 서울 아산병원 홈페이지
Lisfranc midfoot injuries - Peter Rosenfeld(Specialist in simple and complex disorders of the foot & ank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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