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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노 Aug 29. 2020

해결해주지 않아도 돼

대학생 때 '미술치료 매체 소개'라는 인터넷 강의를 듣게 되었다.

전공이 미술이었고 심리학에도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꽤 흥미롭게 들었던 강의였다.

강의 내용 중에 정말 기억에 남았던 건 한 심리상담사의 이야기였는데,

말을 듣지 않는 아들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라는 한 아이의 어머니가 상담소에 찾아왔다.

그녀는 한참 동안을 아이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만 넋두리를 털어놓았다.

이야기를 다 듣고는 상담사는 그렇게 말했다.

"아이가 그렇게 행동해서 정말 힘드셨겠군요."

한참 아이의 잘못된 행동만 이야기를 하던 엄마는 이렇게 얘기했다.

"아니에요. 그런데 아이도 제가 잔소리를 너무 많이 해서 그랬을 거예요."


상담사는 단지 어머니의 말에 정말 공감이 되어서 그런 말을 했던 걸까.

아니었을 것이다.

상담사도 어머니의 권위적인 행동 때문에 아이가 그렇게 때를 쓰고

더 반항적이게 행동한다는 것을 알아챘을 것이다.

하지만 상담사는 어머니의 잘못을 지적하지 않았다.


우리가 상대방에게 조언을 해주려는 이유는

상대방의 잘못된 부분이 보이고 이 부분을 자신이 해결해줄 수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고민을 얘기하는 사람은 상황보다 불완전한 감정의 해소를 원한다.

하지만 고민을 들어주는 사람은 그 사람의 감정보다는

사건에 중점을 두고 그 사건의 원인과 해결방안까지 모두 보이기 때문에 조언을 한다.

그러므로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과 고민을 듣는 사람은

원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엇갈릴 수밖에 없다.


그녀가 상담소에 찾아간 이유는 말 안 듣는 아이 때문에

고민이라 조언을 구하러 찾아간 것이겠지만

사실 해답은 그녀에게 있었다.

상담사는 그녀의 말에 공감만 해주었을 뿐인데 그녀 스스로 해결점을 찾게 해 주었다.


친구 또는 후배들이 찾아와 고민 상담을 했을 때

나는 진심 어린 공감으로 그들 스스로가 해결점을 찾을 수 있는 힘을 주었을까.

아니면 그 힘을 빼앗고 내가 해결해줄 수 있다는 고집을 피웠을까.


고민을 말하는 사람보다 더 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이야기를 들으며 어떤 부분에서 잘못됐는지 머리로 찾지 않아도 된다.

두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떡이며

'그랬구나. 힘들었겠다.'

이 말 한마디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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