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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솔솔 May 23. 2020

D-51, 탄수화물 파티

어묵 우동과 참치 주먹밥

아침에 일어났는데 영 몸이 찌뿌둥하고 기운이 없다. 남편이 빨래방에서 빨래를 하고 오겠다며 나갈 때도 침대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뭘 먹을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세탁기를 한참 돌리고 있는 남편에게 전화를 해 '점심은 햄버거 시켜 먹자.'라고 말했다. 남편이 건조기를 돌릴 때 카톡 할 테니 그때 맞춰서 주문을 하라고 했다. 고칼로리 햄버거를 먹으면 기운이 나겠지 싶어 주문을 하고 후다닥 집 청소를 했다. 햄버거는 진짜 맛있었는데 이상하게 다 먹고 나서도 별로 기운이 나지 않았다. 여기는 어제부터 공휴일이라 창 밖에 지나다니는 사람들 모두 다 신나 보이는데, 나만 기분이 별로다. 점심은 시켜먹었으니 저녁이라도 요리를 해야겠다 싶어 한참 동안 뭘 해 먹을까 생각하다가 그것도 하기 싫어서 그냥 잊어버리고 책을 읽었다. 


장강명 작가의 '5년 만에 신혼여행'을 읽고 있었는데, 마침 이런 구절이 나왔다. 

이날은 빈 접시를 보며 탄수화물과 인간 심성의 관계에 대해 잠시 사색했다. 인간은 얼마나 물질적인 존재인가, 하고 나는 생각했다. 탄수화물이 모자랄 때 행복해지기는 굉장히 어렵다. 탄수화물이 모자라고 몸이 피곤할 때 타인에게 친절해지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체네 탄수화물 농도와 타인에 대한 관용 간의 상관관계는 그래프로 표시하면 직선으로, 간사할 정도로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다. 


순간, 이거다 싶었다. 햄버거 같은 고칼로리 음식을 먹었음에도 기운이 안 났으니, 이번에는 내가 좋아하는 탄수화물을 먹어야겠지 싶었다. 탄수화물의 양대 산맥 쌀밥과 우동. 어묵우동과 참치 주먹밥을 만들기로 했다. 하루 종일 침대에 축 늘어있다가 벌떡 일어나 밥을 하고, 우동 육수를 내고 하루 중 가장 힘차게 움직였다. 


우리 집 식탁이 분식집 식탁으로 순식간에 바뀌었다. 

참치 주먹밥

재료 : 밥 1.5 공기, 참치 80g, 마요네즈 조금, 참기름 1/2 큰술, 밥이랑(없으면 깨, 소금, 김가루)

1. 밥은 한 김 식혀서 참기름, 밥이랑, 기름 뺀 참치, 마요네즈를 넣고 섞어준다.

2. 한 입 크기로 동글동글 모양을 내주면 끝!


해물 어묵 우동

재료 : 우동사리 1개, 가쓰오 장국, 굴 소스 1/2큰술, 미림 1큰술 물 500ml, 해물 믹스, 표고버섯(없어서 양송이버섯 넣었음), 어묵, 대파 송송 썬 것.

1. 물 500ml, 가쓰오 장국 1/4컵, 굴 소스 1/2큰술, 미림 1큰술을 넣고 육수를 준비해준다. 

2. 육수가 끓으면 해물 믹스, 버섯, 어묵을 먼저 넣어 준 후, 우동 사리를 마지막에 넣어준다. 

3. 송송 썬 대파를 완성된 그릇에 올리면 완성


한국의 분식집이 생각나는 그리운 맛이었다. 우동면을 호로록, 주먹밥을 냠냠 맛있게 먹고 나니 배가 부르고 기분이 좋다. 뱃속 어딘가에서 기운이 나는 느낌이다. 역시 기분 좋게 하는 데에는 탄수화물이 제격인 것 같다. 의욕이 샘솟는 김에 글도 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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