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떨 때 행복을 느끼는가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처럼 새내기땐 딱 그랬다.
딱히 동기들과 친해지고 싶지도 않고,
학교 활동을 열심히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 이런 마음가짐이면 다시 Retry를 하자.
그렇게 1학년 1학기를 다니고 휴학을 했다.
왠지 이번엔 모든 게 잘 풀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새로운 독재 학원과 새로운 미술 학원.
새로운 환경으로 세팅하고 공부하니 어쩐지 책상 정리를 하고 공부를 하는 상쾌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19년도 수능 국어에 멘탈이 털린 전국의 수험생 중 한 명이 바로 나였다.
....
그렇게 학교로 다시 돌아오니 마음가짐이 달라져있었다.
좋든 싫든, 어쨌든 내가 다닐 학교이고
이왕 다닐 거면 철판 깔고 당당하게 학교를 뽕 뽑아보자.라는 마음으로 학교를 열심히 다녔다.
웬걸? 오고 보니 우리 학교엔 게임 디자인학과가 있었다...!!!!
알고 보니 입시 전형이 달라서 있는 줄도 몰랐던 학과의 존재를 등불을 켜고서야 보게 된 것이다.
그렇게 신이 나 게임과 까지 부전공으로 들었다.
학교에 있는 [프린세스 카페] 이름을 보고 깔깔 웃던 신입생은 어디 가고,
어느덧 야작을 위한 초석으로 커피를 수혈하러 간 4학년이 되었다.
나 뭐 먹고 살지?
매 학기, 매 학년이 끝날 때마다 드는 고민이었다.
진로 고민을 끊임없이 하고, 고민을 없애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도
도무지 머릿속을 떠나가지 않는 물음이었다.
게임그래픽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하지 않았냐고?
맞다. 근데 그건 고등학교 때 까지고.
게임과 그림만 할 줄 알던 꼬맹이가 레벨업을 했달까?
대학교를 약 5년 동안 다니면서 나름 많은 활동을 했고,
거기서 내가 정말 좋아하고 잘하는 게 뭘까 라는 고민을 계속했다.
근데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보니까 하나만 똑 고르기가 어려운 것이다.
디자인부터 그림, 사진, 여행, 영상, 보드게임 등등...
한 분야에 전문성이 생긴다는 건 다른 의미로 그것 말곤 잘 하는게 없는 것처럼 들리기도 했다.
그래서 뭐가 되고 싶다!라는 답보다 그냥 지금처럼 모든 걸 할 수 있는 기록가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좋아하는 게 많아도 나름의 공통점은 있었다.
나는 계속 세상에 무언가를 만들고, 기록하는 것을 하고 싶다는 것.
내가 다닌 학교는 충남 공주시에 소재한 공주대학교다.
나중에 공주에 대해서 더 자세하게 쓰겠지만,
공주라는 도시는 인구 10만도 안되는 아주 작고 귀여운 도시다.
내가 공주가 좋아져버린 계기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서울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여유'였다.
*하나하나 크게 보라고 하나씩 띄워드립니다.
힘차게 흐르는 금강,
그 위를 이어주는 마법같은 대교,
마을 한가운데 흐르는 시냇물을 따라 즐비한 낮은 건물들까지-
정말이지 이 도시는 그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사랑스럽다.
그리고 이곳 공주에서는 청년들의 커뮤니티를 돕는 작고 거대한 움직임이 있었다.
공주 원도심에서 활동하는 커뮤니티 기반의 지역관리회사로,
공주에서 다양한 프로젝트와 활동들로 지역의 가능성을 만드는 사람들이었다.
우연히 퍼즐랩에서 주최한 '원도심 타운오프닝데이'에 참여하게 됐고,
공주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주인분들의 이야기와
공주가 가진 매력에 대해 더 구석구석 알게 됐다.
그분들을 보며 저렇게 본인들이 좋아하고, 자부심을 느끼는 일을 하면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임할 때마다 설레는 마음을 갖고 열정을 다 바치는 삶을 살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본인이 좋고, 흥분돼서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반짝거리던 그 눈을
나도 닮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또한 지금은 프리랜서 일을 하고 있지만,
언제든 내 열정을 다 갖다 바칠 수 있는 일이 생긴다면
그게 취업이든, 사업이든, 프리랜서든
뭐든 할 수 있는 동력을 바칠 준비가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