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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s Jan 0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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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은 어떻게 하는 건가요

'아니요'라고 말해야 할 때 하지 못하면, 언제 어디서나 '알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으로 전락한다. 평범하고 선량한 사람들이 강제 수용소의 교도관처럼 끔찍한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이유가 뭘까? '아니요'라는 대답이 간절히 필요한 순간에 그렇게 대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던 B. 피터슨, '12가지 인생의 법칙'


저자가 말한 것처럼 내가 원하는 순간에 정확하게 "아니요!"라고 외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까지 무엇인가를 거절하지 못해서 큰 불편을 겪었던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다. 내가 할 수 없는 것들, 하고 싶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 명확하게 거절 의사를 밝힐 수만 있었다면 곤란한 상황에 처하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결국 거절하지 못했다. 돈을 빌려주기도 했고, 후임을 과도하게 지적하는 일을 떠맡기도 했고, 원치 않는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떠들지 말라며 소리쳐야 했고, 조별과제를 결국 혼자 해야 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랬을까. 그 사람이 돈을 갚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일까? 중대장의 명령을 감히 거역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그랬던 것일까? 세상에는 어쩔 수 없이 'yes'라는 대답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이 복잡하기 그지없는 세상에 대해 무엇을 안다고 감히 'no'를 외치는 상상을 하는 것일까. 거절했다가는 괜히 나만 더 힘들어질 것이 뻔한 일이 수두룩하다.


그렇다면 이건 무의식적으로 내린 오직 나만을 위한 이기적인 결정이었는지 모른다. 그랬다면 그것은 내 진심이 아닌 것이다. 내가 빌려준 돈은 결국 나를 위한 것이었다. 어려운 사람에게 돈을 빌려준 착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내 마음속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 것이다. 능력 있는 선임으로 인정받고 싶어 후임을 지적했고, 결국 여행이 주는 그 찰나의 재미를 포기하지 못해서 떠난 것이다.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나는 참 이기적인 사람인 것 같다. 내가 이렇게나 거짓되게 살아왔다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있는데도 'no'라는 한 마디가 입 밖으로 나오기를 너무나도 오래 망설인다. 그러면서도 중고등학교 시절 공부하라는 어머니 말씀에는 그렇게 짜증을 내며 하기 싫다고 억지를 부렸으니 참으로 죄송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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