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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s Mar 09. 2021

시험에 대하여

좋은 교육이란 무엇일까

얼마 전에 학교 선생님인 친구를 만나 술 한 잔을 기울였다. 꽤나 생각이 많은 사람이어서 만나면 깊숙이 묻어두었던 이야기를 꺼내게 하는 그런 친구다. 사실 우리 둘은 너무나도 다른 분야를 공부한 사람들이어서 '학문적 남남'정도로 이름을 지을 수 있겠다.


그럼에도 공통의 관심사가 몇 가지 있었으니, 교육 그 자체에 관한 것이다. 사실 나도 예전엔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 했으니 교육에 관심이 꽤나 있었다. 그날은 과연 교육은 무엇이고 어떤 방식으로 가르치고, 또 배우는 것이 효과적인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나는... 시험이 좋은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상한 거냐?"

"아니, 시험이 있어야 공부할 맛이 나지."

"그런 동기부여 말고도, 시험은 좋은 것 아니니? 내가 공부한 걸 점검하고 피드백을 받아야 발전이 있을 테니까."



내가 교환학생을 갔을 때의 이야기이다. 물론 나의 성적이 썩 좋게 나온 편은 아니었지만 그곳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를 했다. 낮은 성적에 대해서 굳이 변명을 해보자면 그곳의 시험이 익숙하지가 않아서라고 해두겠다. 공학 시험에서 계산문제가 없을 수 있다는 것이 애초에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어쨌든 스웨덴의 교육은 우리나라와는 다른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내가 직접 경험했던 차이점 몇 가지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1. 수업 중 질문 시간에 모두가 적극적이다.

2. 모든 학생이 조별과제에 열정적이다.

3. 계산보다는 이론, 기본에 집중한다.

4. 시험은 절대평가이며 재시험도 있다.


어찌 보면 문화 사대주의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들의 교육이 우리보다 훨씬 발전된 모습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다. 도대체 어떻게 모든 학생이 조별과제를 열심히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과연 시험은 좋은 것일까?


어느 학교에서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그 질문에 대한 친구의 답변은 교실에 있던 다른 모든 학생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기에 충분했다. 아마도 이 말을 한 후에 뒤통수가 따가웠을 가능성이 크다. "내가 공부한 것을 확인할 수도 있고, 시험은 참 좋은 것 같아요."


이게 우리나라 교육과 시험의 현주소이다.


초, 중, 고등학교 내내 '대학 수학능력시험'이라는 목표 하나만을 바라보고 학생들은 달려간다. 책 속의 한 문장이라도 더 외우고, 한 문제라도 더 풀기 위해 학교가 끝나면 학원으로, 학원이 끝나면 독서실로 향한다. 20살까지 인생의 모든 것을 바쳐 대학을 간다.


자신이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지금 공부하고 있는 지식이 무엇에 도움이 되는지는 전혀 관심이 없다. 그저 좋은 점수를 받고,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하여. 그것이 공부의 목적이 되어버린 것이다.


일괄적 교육을 부추기는 수능의 폐단을 조금이라도 막아보겠다며 몇 년 전부터 교육부에서는 수시 전형 활성화에 힘을 실어주었다. 학생들 스스로가 공부의 목적을 찾고 능력을 계발하는 것을 지원하자는 취지에서였다. 하지만 그 결과는 과연 어땠을까. '수시 컨설팅', '생활기록부 조작', '상장 위조'라는 기묘한 부패가 일어났다. '스카이캐슬'에 나오는 끔찍한 부정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게 되었다. 이처럼 고위층의 입시 부정 혐의가 불거지며 수시전형은 신뢰성을 잃고 비율이 점차 감축되고 있는 현실이다.



대학 입학을 위해 여러 번의 수능을 치는 사람들을 'n수생'이라고 한다. 내 주변에도 재수, 삼수생들이 여럿 있다. 정말 대학을 위해 몇 년동안의 즐거움을 포기하고 공부에 매진하는 멋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N수생 형은 항상 술자리에서 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대학을 잘못 온 것 같다. 이 공부가 나랑은 안 맞는 것 같다. 수능 공부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것 같다."


사실 나는 수시 전형의 혜택을 많이 받고 대학에 온 사람이라 그 형의 말에 크게 공감해줄 수는 없어 그저 안타깝다.


군대에서는 밤하늘을 보는 일이 참 많다. 군부대 주변은 대부분 어두우니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면 별이 쏟아지는 듯하다. 그러다 문득 별자리를 찾고 싶어 진다. 하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 분명 2년 전에 지구과학 시간에 죽어라 외웠던 것 같은데... 그땐 분명히 지구과학이 100점이었는데...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지금에서야 은하수가 보고 싶고, 별자리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저기 반짝이는 붉은 별이 금성일까 궁금해진다.


그땐 몰랐다. 내가 하늘바라기가 될 것이라는 것을.

오리온자리

얼마 전에 학원 알바를 하면서 중학생 아이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많았다. 대부분 처음에는 대학에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러다 문득 중3이 되는 학생 하나가 나한테 묻는 말이 참 슬프게 들렸다. 내가 어떤 대답을 했어야 했나.


"○○대가 ●●대보다 좋아요?"


내가 이렇게 교육을 비판하는 것은 절대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미련하다는 말이 아니다.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그들은 목표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쳐 공부하는 정말로 멋있는 사람들임을 다시 한번 말한다.


교육 자체가 변해야 한다. 지나치게 이상적인 생각,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생각일 수도 있지만 그래야 한다. 그 방안으로 몇 가지를 제시하면서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혹시나 다른 생각이 있는 분들은 댓글로 남겨 주시면 참 감사할 것 같다. 작게나마 토론의 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1. 하고 싶은 일, 하고 싶은 공부를 학생들이 직접 찾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 내가 원하지 않은 공부는 머릿속에 오래 남아 있지 않는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는 것이다.


2. 대학이 전부가 아닌 사회 만들기

- 대학이 인생의 목표가 되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 이어질 것이다.


3. 절대평가와 재시험 도입

- 시험의 목적은 크게 동기유발과 피드백, 이 두 가지다. 현재의 상대평가식 성적 줄 세우기 시험은 피드백이라는 개념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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