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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g Design Aug 07. 2022

취업 연대기 1

스튜디오 디자인 인턴

나의 첫 인턴은 24살 봄, 제품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시작됐다. 휴학하고 한 달 지났을 때, 평상시 나를 좋게 봐주셨던 교수님께서 추천해준 자리였다. (물론, 정식적인 채용 과정은 모두 거쳐 합격하게 되었다.)

첫 인턴십

정말로 설레고 기뻤다. 이미 월간 디자인을 통해 알게된 에이전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인턴 과정에서 많은 것을 하지는 못했다. 아무래도 대학교 2학년까지만 다닌 휴학생이 어떻게 회사에 기여할 수 있었을까. 그래도 많은 기회를 주시려고 노력하셨던 것 같다. 그래서 크고 작은 프로젝트에 조금씩 참여할 수 있었다. 그렇게 인턴십을 마무리 했으면 좋았을텐데, 작은 사고 하나를 치게 되었다.


당시 회사는 몇몇 제품 목업을 전시할 예정이었고, 나는 그 목업에 필요한 '소품'을 구매하기만 하면 됐다. 정말 간단했다. 그런데 당시에 나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했다... 지금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주어진 예산이 20만 원인데, 10만 원 안에 좋은 제품을 구매하면 좋아하시겠지?'


그렇게 나는 '소품'을 내 마음대로 '중고로' 구매했다. 그리고 담당 디자이너에게 구매한 소품을 전달했다.

문제의 소품, 테니스 라켓 (출처-플리커)
담당 디자이너: '이게 뭐야?'
나: '네?'
담당 디자이너: '이게 왜 이렇게 낡았어요?'
나: '아 이게 중고입니다. 말씀하신 브랜드가 너무 비싸서 최대한 저렴한 방법으로 구매했습니다.'
담당 디자이너: '..... 이건 아닌데...?'


정말 지금 생각해도 너무 부끄럽고 창피하다. 죄송하다를 100번 연발하고, 나는 급하게 구매처로 돌아가서 환불을 했다. 거기서도 죄송하다를 100번 연발했다. 그리고 멀쩡한 '새' 소품으로 다시 구매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어처구니없는 실수이다. 짧았지만, 그 순간에는 나는 내 스스로가 너무 기특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한 가지를 크게 깨달았다. 바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다. 회사는 서로 다른 배경, 전공,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그렇다 보니 아무리 명확한 단어, 문장이라 하더라도 서로 다르게 이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기업들이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하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이 정말 중요하다. 그런데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나는 명확하게 커뮤니케이션하려고 노력했다. 명확하게 소통하는 게 무엇일까 고민도 많이 했다. 그런데 사실 정말 간단하다. 상대방이 말한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아래처럼 묻고 답하는 것을 습관화하면 된다.

상사: 이번에 신규 사용자 경험을 기획하고 설계하려고 합니다. OO씨는 내일까지 시나리오 3개를 작성해오세요.
나: 선배님, 그러면 이번 시나리오 작성의 목적은 무엇인가요?
상사: 다음 프로젝트 발표 때, 마케팅으로 활용할 예정입니다.
나: 시나리오는 이상적으로 접근하나요. 아니면 현실적으로 접근하나요?
상사: 자유롭게 구성해보세요.
나: 내일 언제까지 전달드리면 좋을까요?
상사: 퇴근까지 전달해주세요.


어떤가? 상사의 말 한마디를 이렇게나 구체화할 수 있다. 사실 더 구체화할 수 있다. 그런데 상사의 업무 지시에 '네'라고만 대답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어떤 목적인지 모르는 시나리오를 써야 했고, 어느 레벨로 작성해야 할지, 언제까지 전달해야 할지를 파악하지 못했을 것이다.


여러분들은 나와 같은 실수 하지 않길 바란다. 그냥 커뮤니케이션이 아닌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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