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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g Design Aug 12. 2022

취업 연대기 2-1

이커머스 디자인 인턴

대학교 4학년 여름, 나의 두 번째 인턴십이 시작되었다. 두 번째 인턴십은 나에게 진짜 첫 인턴십으로 느껴진다. 아무래도 누군가의 추천으로 지원한 것이 아닌 내가 직접 공고를 찾고 지원했기 때문인 것 같다. 무엇보다 정말 힘들었고 많은 성장을 해서 더 기억에 남는다. (이때 사실 통신사 인턴십 기회도 있었으나, 이커머스 인턴십을 선택했다. 이 부분은 나중에 따로 다뤄보겠다.)


채용 과정은 인턴이다 보니 짧았다.

'서류 및 포트폴리오 지원 > 종합 면접(과제, 직무) > 최종 합격' 순이었다. 채용 공고를 우연히 확인하자마자 진행했던 프로젝트들을 포트폴리오로 정리했다. 그리고 제출 기한 마지막 날까지 자기소개서를 고쳐서 제출했다. 사실 UX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6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을 때여서 많은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1차 서류에 합격하게 되었다. 너무 기뻤지만, 과제가 막막했다.


1. 과제 전형
'당사 서비스를 개선하시오'


너무 넓은 주제이다 보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리고 한 번도 과제를 해본 적이 없다 보니 붙을 자신이 없었다. 그래도 열심히 해야 하니 서비스를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지 고민했다. 그래서 주제 선정에 크게 두 가지 기준을 세웠다.


1. 이커머스 시장의 트렌드는 무엇인가?
2. 당사가 해당 트렌드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이러한 기준으로 주제를 선정했고, 과제를 시작했다.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조사와 분석 그리고 논리적인 문제 정의와 해결 방안에 할애했다. 그렇다 보니 UI 디자인할 시간이 너무나 부족했다. (그러나 해당 인턴의 직무는 UI였다.) 심지어 면접 전 날 밤 9시에 논리를 완성했다. 포기해야 하나 싶었지만 소중한 기회이기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그렇게 오타 체크도 못한 상태로 밤을 새워서 겨우 완성을 했다. 그리고 면접 시작 4시간 전에 집을 나섰다. (왜냐하면 면접 때 과제를 출력해서 가져가야 했기 때문이다.)


2. 면접 전형

사실 과제 발표도 준비를 못했다. 밤을 새워서 완성을 했으니, 면접 준비 되어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막상 사옥을 보니 너무나도 오고 싶어졌다.

이베이코리아 사옥 라운지 - 출처: 이베이코리아 채용 사이트

바로 사진에 있는 저 원탁 테이블에서 부랴부랴 과제 전형 면접을 준비했다.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오직 과제 면접만 준비했다. 주어진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과제는 분석 위주로 풀어냈다 보니 글이 많았다. 그래서 핵심만 전달하는 것이 중요했다. 말의 순서와 강조해야 할 부분들을 다시 확인하고 바로 면접에 들어갔다.


면접은 3(지원자):2(면접관)으로 진행되었다. 워낙 면접 시간이 짧고, 지원자가 많다 보니 다른 것을 볼 시간이 없었다. 과제를 약 2분 정도 발표하고 질의응답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나는 최악의 실수 두 가지를 했다.


A. 아는 척 하기

A 면접관: OO님 잘 들었습니다. 워낙 시간이 짧았는데, 잘 준비해주셨네요. 당사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인데 정확하게 잡으신 것 같습니다. 그러면 홈마켓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나: (ABC가 뭔지 모름) 아! 네 홈마켓은 @#%라고 생각합니다.
A 면접관: 아... 제가 말한 건 그게 아니긴 한데.. 예 뭐.. 잘 들었습니다.


사실 면접 과정에서 최악의 행동 중 하나가 '아는 척'이다. 이때 나는 당당하게 이렇게 말했어야 했다. '면접관님 죄송합니다. 홈마켓에 대해서는 제가 잘 알지 못합니다. 혹시 다른 질문을 부탁드려도 괜찮을까요?' 아마 어떠한 문제도 안됐을 것이다. 왜냐하면 학생 인턴을 뽑는 자리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감안을 해주었을 것이다. 당황해서였는지..나는 아는 척을 하는 최악의 행동을 했다.


B. 고민한 척 하기

B 면접관: OO님 UI 잘 잡아 주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버튼 누르면 어느 페이지로 가나요?
나: (사실 고민 안 했음) 아.. 그... 1번 페이지로 넘어갑니다.
B 면접관: 그러면 충돌이 발생하지 않나요?
나: 아.. 그.. 네 그럴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최악의 행동은 (첫 번째와 사실 비슷하지만) '고민한 척'이다. '죄송합니다. 그 부분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라고 대답했으면 됐을 것이 더.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나는 UI를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UX Flow가 전혀 머릿속에 정리되어 있지 않았고 당연히 페이지 이동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 그런데.. 고민을 이미 한 것처럼 대답을 했다.


질의응답이 끝나고 다른 지원자들과 대화하는 면접관들을 보며 직감했다.

'아 끝났구나'

그리고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로 면접이 끝나게 되었다. 당연히 나는 100% 떨어졌다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합격 메일이나 문자를 기다리지 않았다. 그리고 감자탕을 먹다가 메일을 받게 되었다.


3. 최종 합격
'OO님 하계 인턴십에 합격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너무 깜짝 놀랐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결과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인턴십은 매우 험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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