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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침은 기도의 형식

201012

by 이건우

화분을 두 분 선물 받았다. 하나는 올리브나무였다. 윤기가 도는 짙푸른 초록색 잎사귀가 예뻤다. 올리브나무는 건조한 환경에 강하기 때문에 키우기 쉬운 식물 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10일에 한 번 물을 주면 된다고 했다. 올리브나무를 받아들고 보니 이곳에 오기 전에 마지막으로 물을 준 것이 언제일까 궁금해졌지만, 건조한 환경에 강하다고 하니 10일 뒤에 물을 주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10일 뒤에 물을 주었다. 분무기에 물을 담아 물을 뿌려 주었다.

물을 줄 때에는 속흙까지 모두 젖도록 듬뿍 주어야 한다고 했다. 어쩐지 미안해져서 물을 듬뿍 주었다. 일 주일 만이었다.

올리브나무의 잎이 윤기를 잃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초록이 옅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잎이 말라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목이 많이 말랐었구나, 어쩐지 미안해져서 물을 듬뿍, 듬뿍 주었다. 다시 일 주일 만이었다.

물을 줄 때에는 물을 주는 주기를 정해놓고 주는 것이 아니라 주변 환경과 생육 상태를 고려하여 그 때 그 때 알맞게 물을 주어야 한다고 했다. 흙에 손가락 두 마디를 찔러 넣어 속흙이 말라 있을 때 물을 주어야 한다고 했다. 어쩐지 미안해져서 물을 듬뿍, 듬뿍, 듬뿍 주었다. 5일 만이었다.

바싹 말라 색이 변한 잎사귀들이 하나 둘 떨어지고 있었다. 속흙은 축축했다. 3일 만이었다.

물을 줄 때에는 듬뿍 주어야 하지만, 물을 너무 자주 주면 과습으로 인해 뿌리가 물러져 썩는다고 했다.

물을 자주 주면 잎이 마른다.

물을 오래 주지 않거나 물을 아주 자주 주면 식물은 말라서 죽게 된다. 나의 올리브나무는 무엇에 가까울까. 어제도 오늘도 나의 손가락에는 젖은 흙이 묻어 있고, 나는 마른 잎사귀들을 본다. 마른 잎사귀들이 떨어진 것을 본다. 떨어지는 것을 본다. 떨어질 것을 본다. 물을 주지 않는 일을 견디며 본다. 무언가를 하지 않아야 하는 데에 마음을 쏟는 일은 힘든 일이다. 그것은 나의 마음을 바짝 마르게 한다. 나는 마른기침을 연신 뱉어낸다. 가을이 왔음을 감지하는 내 몸의 오랜 방식, 그러나 이번에는 그것이 아닐 것이다.

올리브나무는 건조한 환경에 강하기 때문에 키우기 쉽다. 그러나 물을 자주 주면 뿌리가 썩는다.

뿌리가 썩지 않았다면 다시 새순을 틔울 거라고 했다.

기침하는 마음으로 물을 주지 않는 가을을 통과해야 한다. 나무가 할 기침을 내가 대신하는 가을. 기침하는 마음은 무엇을 틔워낼 수 있을까. 기침은 기도의 형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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