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 비만, 당뇨도 관리 중
왼손으로 창문을 열었는데, 오른손이 다시 닫아버린다. 왼손으로 와이셔츠의 단추를 채웠는데, 오른손은 풀어버린다. 물을 마시려고 컵을 들었는데, 다른 손이 그 컵을 빼앗아 놓아 버린다. 그래서 양손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진다. 왼손에 뭔가를 쥐고, 다른 행동을 하려면 갑자기 손이 움직임을 멈추어 버린다. 의도하지도 않았는데 왼손이 오른팔을 주무른다. 뇌경색 발병 7개월, 226일을 지나면서 요즘 다시 자주 겪고 있는 '외계인 손 증후군(Alien hand syndrome, AHS)'의 증상들이다. 사실 이 증상들은 뇌경색 초기 3개월까지는 더 심하고 발생 횟수도 많았다. 요즘은 주로 다른 한 손이 의도하는 목적과는 반대로 움직이는 빈도가 늘었다. 일본에서는 이 증상을 영어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여 '에일리언 핸드 증후군(エイリアンハンド症候群)', 또는 '다른 사람 손 징후(たにんのてちょうこう, 他人の手徴候)'이라고 부른다.
뇌신경외과 주치의께서는 '뇌경색으로 전두엽이 대미지를 입으면서 좌우 대뇌 반구를 연결하는 신경 섬유 다발인 뇌량(腦梁)의 신경전달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혹시나 싶어 이 분야의 전문가 이신 동래 봉생병원 이태윤 의무원장님께도 전화로 자문을 구했다. '증상이 호전될 때까지 마비를 겪었던 왼손 대신 오른손을 사용해 보라'라고 하신다. 늘 무의식적으로 하던 단순한 동작인데 행동 전에 미리 하고 싶은 동작을 생각하여 의식적으로 행동하려고 하니 움직임이 늦어진다. 갑갑하지만 뇌가 이 동작들을 잘 기억하여 무의식 상태에서도 잘 움직일 수 있도록 연습하여, 뇌 세포의 새로운 경로를 만들고 숙달되게 하는 수밖에 없다.
눈 깜짝할 사이에 재활 훈련의 골든타임이라는 6개월이 지났다. 방문 재활훈련과 한방치료는 꾸준히 계속해 왔다. 재활 치료사 선생님이 天仁네로 오셔서 몸을 점검하고 함께 훈련하는 방문 재활훈련은 주 3회 받는다. 주 1회 한방 침치료, 주 2~3회 저주파 전기치료와 마사지, 2주에 1회 EDTA 킬레이션 링거를 맞고 있다. 방문 재활훈련 때에는 天仁의 몸 상태에 맞추어 스트레칭, 요가, 근력강화 훈련 등을 한다. 아직 걸을 때 밸런스를 잘 잡지 못해 무리한 운동은 할 수 없다. 주치의와 여러 분들이 걷는 것이 아주 좋은 운동이라고 추천하셔서 붐비지 않는 시간에 지하철로 출퇴근하면서 하루 1만 보 정도를 걷고 있다. 주말에는 집 근처의 공원을 걷기도 한다.
혈압, 이상지질혈증, 혈당수치 등 재발 방지를 위한 주요 관련 인자들도 계속 관리해 나가고 있다. 혈압은 주치의 선생님의 지시대로 수축기 혈압 135mmHg(밀리미터 에이치지), 확장기 85mmHg로 유지하고 있다. 고혈압 약을 먹지 않지만 적정 혈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술을 마시지 않고, 탄수화물을 적절히 조절하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가 한다. 주치의 선생님은 BMI를 22~25로 유지하라고 조언하신다. 키가 172cm인 天仁의 적정 체중은 65kg(BMI 22, 22 ×1.72m ×1.72m 2이다. 최고 74kg(BMI 25, 25 ×1.72m ×1.72m)을 넘기지 않으려고 노려하고 있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체중을 65~66kg 정도로 잘 유지하고 있다.
발병 전에 비하면 체중이 줄어들면서 근력도 함께 줄어 체중과 근력을 늘리려고 스시, 면 종류도 좀 먹었더니 뱃살과 중성지방이 생각보다 빨리 늘어난다. 그래서 흰쌀밥, 설탕, 밀가루 등의 정제 탄수화물을 멀리하고 있다. 다른 이론이 많지만 건강 관련 서적을 여러 권 읽어보니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면 대사증후군을 초래한다고 한다. 탄수화물의 정기적인 과다섭취는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고, 인슐린 저항성을 만들기 때문이다. 섭취된 과잉의 당은 지방으로 저장되고, 다시 탄수화물의 과다섭취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인슐린 저항성 증후군은 대사증후군을 일으켜 고혈압, 내장비만과 중성지방 증가, HDL 감소로 이어진다.
걸음걸이는 조금 더 좋아졌다. 마비가 있었던 왼쪽 골반 부위의 이너 머슬이 약해 걸을 때 밸런스가 무너지곤 했는데, 정상인의 걸음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많이 좋아지고 있다. 천장을 보고 누워서 무릎을 세우고 엉덩이를 들어주는 브리지로 코어 근육을 보강하려는 노력이 효과를 나타내는 것 같다. 벽을 잡고 서거나, 옆으로 누워서 다리 전체를 들어주는 사이드 원 레그레이즈도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기회 될 때마다 계단 오르기로 햄스트링, 엉덩이 대둔근도 많이 보강하려고 노력한다. 걸을 때는 엉덩이 근육으로 밀고 나갈 수 있도록 걷는 자세에도 늘 신경을 쓰고 있다. 특히, 양 발의 엄지발가락으로 지면을 차고 나가는 연습을 계속하면서 걸을 때 좌우로 넘어지려던 밸런스가 맞지 않는 문제점이 많이 개선되었다.
지난주부터는 재활치료사 선생님의 제안으로 아파트 복도에서 조깅 연습을 시작했지만, 조깅은 조금 더 시간이 지난 뒤에 훈련해야 할 것 같다. 아무래도 왼쪽 다리가 아직 자유롭지 못하고, 움직임이 제한적이어서 그런지 발목과 오른쪽 다리의 종아리, 허벅지가 뻐근하고 통증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아직 스포츠 피트니스 클럽에 나가서 근력 운동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어서 아파트 단지 내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 보는 것을 조심스럽게 생각해 보고 있다.
다카오 산에서 쓰러져 좌측 팔다리의 편마비로 몸을 가누지도 못했던 7개월 전과 비교해 보면, 정말 기적처럼 많이 좋아졌다. 급성기 병원, 재활병원에서부터 한방병원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명의(名醫)들을 만났다. 뿐만 아니라 개호보험 담당자인 케어 매니저까지 아주 성실한 분이고, 방문 치료사 선생님들 또한 실력 있고 착한 분들이다. 난 정말 운이 좋다. 이 모든 것이 너무너무 감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