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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TV를 보고 있으면 진짜 바보가 된다

일본 지상파 TV의 문제, 중간광고

by 리안천인

지상파 TV를 잘 보지 않는다. 프로그램이 재미가 없고, 중간 중간 나오는 많은 광고가 짜증 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포츠 중계나 특집방송, 주말과 아침의 버라이어티 쇼, 재해방송 등 일부 프로그램만, 그것도 간혹 보게 된다. 일전에 한국 콘텐츠의 일본 시장 진출을 위한 기업의 시장조사에 일부분 참여했는데, 일본 지상파 TV는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일본 지상파 TV는 인터넷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시청률·광고 수익·콘텐츠 경쟁력에서 뒤처져 있다. 젊은 층을 겨냥한 신선한 콘텐츠가 부족하니 특히 젊은 층의 TV 시청 기간이 줄어들었다. 반면, 인터넷 사용시간과 OTT 이용률은 증가하고 있다.


지상파 TV의 위기를 초래한 원인 중의 또 하나는 프로그램 중간중간에 들어가는 중간광고로 생각된다. 재미있게 영화를 시청하고 있는데 갑자기 광고가 쑥 치고 들어오니 흐름이 뚝 끊어진다. 드라마나 영화, 다큐멘터리 등 몰입도가 중요한 장르에서는 과도한 중간광고가 불쾌함과 짜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광고가 과도하게 들어가니 天仁이 오히려 걱정 아닌 걱정을 한다. "과도한 광고로 오히려 광고 효과가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닐까?"


일본의 TV 광고는 '주간 총량 18% 이내' '프로그램별 시간 상한'이라는 이중 규제가 적용된다. 기본적으로 일주일의 총 방송시간 중 광고는 18% 이내로만 해야 한다. 또, 프로그램별 광고 시간 상한(프라임 타임 기준)이 있어 10분 이내 프로그램은 최대 2분의 광고, 30분 이내는 최대 3분, 60분 이내 최대 6분 등의 프로그램 시간에 따라 광고 시간 상한 기준이 적용된다. 방송국은 광고 수입이 주된 재원이지만, 과도한 광고는 시청자 이탈을 초래하기 때문에 업계 전체가 균형을 맞추는 구조로 되어 있다. 원칙은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방송국은 주수입원인 광고를 조금이라도 더 늘리려고 여러 가지 편법을 동원한다.


일반 시청자의 눈에 띄는 ‘편법 광고'*의 대표적인 것이 광고 아닌듯한 광고 ’ 인포머셜(프로그램 내 광고화)‘이다. 이는 정보 프로그램이나 버라이어티의 ’ 특집 코너‘로 기업 상품을 소개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 제일 잘 팔리는 냉동만두는 어떤 제품이고, 어떻게 개발하게 되었는지, 세븐일레븐의 개발팀과 만두의 맛을 심사하는 전문가들까지 총 출연하여 1시간 동안 열심히 특집 방송을 내보낸다. 전체 편의점이나 냉동만두에 대한 정보가 아니라 오직 세븐일레븐 편의점의 냉동만두에 관한 내용들로만 1시간을 전부 쓴다. 냉동 만두를 좋아하고, 세븐일레븐을 자주 이용하는 시청자들에게는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편의점을 자주 이용하지 않고 냉동만두도 즐겨 먹지 않는 天仁에게는 정말 황당한 광고 프로그램에 지나지 않는다. 문제는 이런 프로그램은 콘텐츠로 취급이 되기 때문에 CM 총량 규제에 포함되지 않아 실질적으로 광고 시간을 늘리는 것이 된다.


또 하나 소소하게 시청자를 짜증 나게 하는 것이 중간 광고 전에 방영했던 내용을 CM 후에 일정 부분 다시 보여 주는 이다. 조금 전에 봤던 똑같은 내용을 다시 보여주니 황당하고 바보가 되어버리는 것 같다. 이는 프로그램의 방영 시간을 조금이라도 늘려서 한 단계 위의 CM 시간을 확보하려는 꼼수로 보인다. 같은 맥락으로 프로그램 진행 중 안내도 클로지우멘트도 없이 갑자기 다음 프로그램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빈번하다. 전에는 너무 심하다고 생각되어 몇 번 방송국에 전화하여 항의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젠 그려려니하고 항의조차 하지 않는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나 SNS에 빠져들다 보면 한두 시간이 금세 지나가곤 한다. 그만큼 재미있는 콘텐츠가 많다. 유튜브, SNS에는 재미난 것뿐만 아니라 필요한 다양한 지식을 알려줘서 공부가 되는 것도 많다. 그러니 해외에 살고 있는 天仁은 굳이 OTT로 우리나라의 TV를 시청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일본 지상파 TV의 여러 문제점, 특히 지나친 광고로 시청자들을 빼앗기는 문제를 타산지석으로 삼기를 바란다.


*) 일본 방송국은 법적인 광고 총량 규제를 직접 어기지 않고 판매하는 방법이나 프로그램 구성에서 광고를 늘리는 편법을 사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SAS(Smart Ad Sales)', 'Ad Reach MAX(AdRM) 플랫폼', '인포머셜화' 등이다.


SAS(Smart Ad Sales)

• 15초 단위로 CM을 유연하게 판매하는 구조.

• 기존의 '프로그램 제공'이나 '스포트 CM'보다 세세하게 테두리를 잘라 팔 수 있기 때문에 광고주가 소액으로 참가하기 쉬워져 결과적으로 광고 총량이 늘어난다.


Ad Reach MAX(AdRM)

• 니혼 TV가 개발한 디지털 광고처럼 유연하고 자동화된 광고 플랫폼.

• 실시간으로 광고를 사고팔아 타기팅이나 효과 측정을 가능하게 한다. 방송 시작 20분 전까지 광고 내용을 변경할 수도 있는 등 기존의 '예약형'에서 '운용형'으로 바꾸었다. 결과, 광고 범위의 가동률을 극대화하여 사실상 광고량이 늘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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