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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구매 한다는 마운자로와 꼼데 가르송

수입의약품은 합리적 가격설정으로 약값부담 줄이며 개발 가치도 인정해야

by 리안천인

한국에 있는 친구 철웅이와 전화로 마운자로 치료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많은 이들이 일본으로 마운자로 원정구매를 떠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인이 비만치료를 위해 마운자로를 맞고 있는데, 가격이 한국보다 싸면서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BMI(체질량지수)에 관계없이 구매할 수 있는 후쿠오카의 병원에서 마운자로를 사 간다고 한다. 이런 원정구매 정보는 인터넷에도 '미운자로 성지'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어서 구매 가능한 일본의 지역별 병원과 구입절차 등 상세한 정보를 안내하고 있다고 한다. 개인이 의약품을 구입하러 비행기를 타고 이웃 나라에 간다고 하니 깜짝 놀랄만한 일이다. 일본에서는 마운자로를 2023년부터 판매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8월부터 판매가 시작되었다. 그러니 일시적인 품귀현상은 있을 수도 있겠지만, 공산품이 아닌 수입 의약품의 판매 가격이 일본보다 두 배이상 높다는 데 적잖게 놀랐다.


한국의 판매 가격을 들어보니 항공료 등의 여행경비를 고려하더라도 일본으로 원정구매를 온다는 것이 이해가 된다. 당뇨병이나 비만 환자가 아닌 天仁은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100% 비급여 자비로 마운자로를 구매하고 있다. 가격은 2.5mg 한 달 분 4개가 13,200엔(한화 약 13만 원)이다. 한국에서는 2.5mg이 28만 원~35만 원이라고 하니 단순 계산으로는 우리나라의 판매 가격이 天仁이 일본에서 구매하는 가격보다 두 배 이상이나 비싸다. 5mg 가격은 2.5mg 가격의 두 배이니 용량이 커 질수록 가격 격차는 더 커진다. 그러니 왕복항공료와 기타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비용만 생각하면 일본에 와서 구매하는 것이 이득이다.


天仁은 지난 6월부터 뇌경색 재발 방지와 심혈관 기능 개선의 목적으로 의사 선생님과 상담한 후 주 1회 2.5mg 마운자로를 맞고 있다. 2.5mg는 마운자로 주사제 중 가장 적은 용량으로 현재 24회 투여 중이다. 그러고 보니, 전에는 한 번에 3개월분을 받았는데, 지난달부터는 물량이 부족하다고 해서 2개월 분밖에 받지 못한다. 그것도 병원에 미리 전화를 걸어 재고 상황을 확인하고 예약한 후 받으러 간다.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최근 일본의 물량부족 현상이 혹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본 원정구매와 관련이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또 하나 최근 일본 원정구매 아이템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 주인공은 바로 ‘꼼데가르송(Comme des Garçons)’이다. 지난달에 도쿄에 여행 왔던 지인은 일본에서 판매가가 우리나라의 거의 반값에 가깝다며 티셔츠와 카디건을 몇 벌이나 사서 돌아갔다. 우리나라에서 판매가격은 일본 보다 30~40% 비싸다고 한다. 그러니 원정구매를 해도 항공료가 빠진다는 말이 나온다.

天仁은 무역을 하다 보니 한국산 제품을 일본으로 수출도 하지만, 브랜드 스포츠 상품의 독점 수입판권 계약을 맺고, 수출입 실무를 담당했던 경험도 많이 있다. 기업에서는 수입상품의 판매 가격을 결정할 때 실제의 원가를 베이스로 하면서도 상품이나 브랜드의 가치, 경쟁 관계, 수요 등 다양한 요소들을 함께 고려하여 가격 전략을 수립한다.


수입상품의 원가는 기본적으로 해외에서 구매 가격에 물류비, 수입관세, 환율 등을 기반으로 결정된다. 해외구매 가격은 일반적으로 수출국의 자국 소비자 가격의 30~40% 수준으로 공급받는데, 이 공급가가 비싸면 수입국에서의 판매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 물류비는 해운, 항공 수송, 항만 수수료 등 운송방법에 따라서도 달라지는데, 연료 가격의 변동이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상품에 따라 특별소비세 등이 원가에 추가되기도 한다.


수입자로서 기업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또 하나 깊이 검토하는 것이 환율이다. 수입 시점의 환율에 따라 원가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내 소비자들의 구매력과 수요 수준, 동일하거나 유사한 제품을 판매하는 경쟁업체의 가격 정책 등의 경쟁 동향도 판매 가격 결정의 중요한 요소다. 고가의 해외 유명 패션제품은 브랜드 가치, 희소성에 중점을 두고 프리미엄 가격정책을 추진하기도 한다. 꼼데가르송이 한국에서 비싸게 판매되는 이유는 애초에 해외구매가격이 너무 비싸거나, 너무 높은 프리미엄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글로벌 시대, 글로벌 브랜드 상품을 국내에서 구매하여 즐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수입 기업은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기보다는 국내의 경제상황도 충분히 고려하여 가격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일반 상품이 아닌 의약품은 정부 관련 기관과 메이커가 협의하여 가격을 결정한다. 의약품의 가격은 상품을 개발한 제약회사의 개발가치를 충분하게 인정해 주어야 하겠지만, 환자인 소비자의 약값부담을 줄여주는 합리적인 가격이 되도록 가격을 책정해야 할 것이다.


天仁 참고 글: '마운자로'로 좁아진 혈관 되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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