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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정민 Sep 12. 2022

아름다운 여백조차 알지 못했지


오래전 ‘추억송’이란 가제의 곡을 쓰고 가사를 붙이는데 몇 년간 꽤 애를 먹었다.


앨범 발매 전에 공연도 단 한 번 하지 않은 곡이라 주제는 분명하지만 가사가 없는 채로 앨범 작업이 계속되었고,


가사 한 줄, 한 단어조차 나는 대충 쓰는 것을 용납할 수 없기에 수많은 끄적임과 퇴고를 반복하다 (난 아마추어 글쟁이지만 문학인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체험했다.) 보컬 녹음하러 가기 바로 전날 겨우 가사를 완성했다.


가사 쓰는데 영감 받으려고 많은 시집과 글들을 읽고 그랬는데 (가사 쓰는 시기의 나만의 루틴.) 그때 오히려 오래전에 내가 쓴 이 글을 계속 읽고 생각하고 그리며 그 시절의 아련한 감정을 되살리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특히 ‘아름다운 여백조차 알지 못했지’ 문구는 너무 마음에 들어 그 문구를 가사에 그대로 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맨 마지막 문단도 가사에 넣고 싶었지만 운율과 흐름이 맞지 않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 ‘추억송’은 (몇 번 이야기하긴 했지만) ‘대학로’, ‘혜화’라는 가제를 거쳐 ‘스무살’이란 곡이 되었다. 그러므로 ‘스무살’의 가사는 이 글이 출발점이 된 셈.


늘 가을 이맘때가 되면 이 글이 돌아온다. 이제는 그 학창 시절은 물론, 고즈넉한 그 학교도 영영 돌아갈 수 없는 곳이 되었지만 그때의 그 감정과 마음으로 하나의 곡, 하나의 가사가 세상에 남았다.


그것이 좋은 일일까, 슬픈 일일까.


그저 모든 것이 늘 닿을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들, 그리움들뿐이다.


정말로.


2022.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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