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 마지막 겨울 방학에 방학 기간 동안의 학교 특강 같은 식으로 클래식 기타를 처음 배웠습니다. 아무 생각도 없던 저에게 어머니가,
“사람이 살면서 기타 하나쯤은 칠 줄 알아야지.”
하며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기타를 알게 되고 그 이후로 기타를 한 번도 배워본 적이 없지만 이렇게 음악 하며 살고 있네요. 그게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고등학교에 진학하자 특이하게도 학교에 클래식 기타 동아리가 있었습니다. 당시엔 서클이라고 불렀죠. 그냥 기타라면 마냥 좋아서 주저 없이 들어갔습니다. 방과 후, 방학 때도 맨날 연습에, 기합도 많이 받고 맞기도 많이 맞았지만 그래도 즐거웠던 기억이 훨씬 더 많습니다.
매년 아트홀에서 연주회하고, 영동여고, 정신여고 친구들과 연합도 하고, 학교 축제도 즐기고, 특이하게 또 선생님, 졸업 선배들의 주최로 대성리로 MT도 가는 등 대학생 못지않은 즐거운 고등학생 시절을 보냈습니다.
어릴 적의 그 경험과 생각들이 전혀 다른 분야의 음악을 하며 살고 있는 지금까지도 꽤 소중한 자양분이 되고 있습니다. 단 하나의 영상도 남아있지 않아 아쉽지만 오래간만에 이 몇몇 사진들과 악보 일부를 발견했네요.
여기 친구들, 선후배들은 다들 어떻게들 살고 있을까요. 몇몇 고등학교 친구들은 이 소셜 미디어에서 여전히 만날 수 있지만 기타 동아리 친구들은 아무도 연락이 닿지 않네요.
그때는 1~2년 차만 나도 하늘 같은 선배 같았는데, 이제는 다 같이 나이 들어가는 처지겠네요. 어디선가 다들 잘 지내길 바라봅니다.
참, 우리 클래식 기타 동아리 이름이 ’늘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문구를 줄여 ‘늘.아.세.위‘ 였습니다. 그때는 오글거리고 부끄러운 이름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참으로 아름다운 이름이었네요. 문득 돌아보면 이렇게 참으로 아름다운 것들 천지입니다. 늘 그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