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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모리 Feb 20. 2023

기도하며 우는 마음

토마토 -  토론토에서 맞이하는 토요일 아침


오늘은 엉엉 울고 싶었다. 울고 나면 상쾌할 날이었다. 캐나다 겨울치고 드물게 따듯한 날씨였고, 햇살도 좋아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반바지를 입고 러닝 하는 사람이 많은 날이었다. 거리에 쌓인 눈이 녹아 운동화를 신어도 좋았고, 패밀리데이 연휴를 앞둔 토론토는 다정했다.


특별히 괴로운 날은 아니었다. 결심했던 일은 순조롭게 진행됐고, 긴급한 도움을 제깍 얻을 수 있었다. 나만 잘하면 모든 게 괜찮았다. 새벽 세시까지 잠 못 들었고, 일어나 끝낸 일 이후에는 술 한 방울 먹지 않은 숙취를 느꼈다. 그저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싶었다. 아직 계획한 것들은 시작도 안 했는데 이 정도로 지치는 건 누가 봐도 핑계였다.


가벼운 두통과 무거운 몸을 즐기며 나를 울게 만드는 것들을 생각했다. 나는 내 목소리를 가장 크게 듣는 사람이라, 자주 울어도 이유는 내가 가여워라거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울어서였다. 영화를 보고 싶었다. 문라이트, 헤드윅, 캐롤, 가장 따듯한 색 블루, 애프터 선. 내가 좋아하거나 보고 싶은 영화를 보며 울고 싶었다.


Hellow stranger. 영화 클로저를 봤다. 내게 간절한 것은 사랑과 진실과 섹스와 이별과 이혼과 지리멸렬한 거짓말이 아니었기에 울음이 아니라 고단함만 남았다. 다시금 숙취를 느꼈다. 한때는 이 영화를 좋아했으나 어떤 감정과 로망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이불을 이마까지 덮고 누워있다가 옷을 갈아입었다가 다시 누웠다가 마침내 바람쐬기를 결심한다. 한 시간을 걸었다. 토론토는 세계여행이다. 집 앞 산책에서 나이지리아, 에티오피아, 인도, 일본, 라틴 레스토랑과 문화를 슬쩍 엿볼 수 있다. 나는 여전히 울고 싶었다. 술을 마시면 구차하게 울 수 있을 것 같았지만, 혼자 바에서 와인 세 잔 마시고 필름이 끊겨 담을 넘다 무릎에 멍이 든 이후로는(심지어 기억도 나지 않는다) 가여운 나를 위로하기 위해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계속 걷다 친구를 만났다.


아델은 토론토에서 만난 가장 친한 친구다. 무슬림인 그는, 요즘 기도를 하며 운다고 말했다. 종교적 엄숙함과는 거리가 먼 인간인데, 어제부터 율법에 따라 하루 5번 기도한다. 아델은 기도한지 오래됐으나 기도하자마자 눈물을 흘렸다. 신은 어디에나 있으며 캐나다에 와서 만난 모든 사람과 행운과 혜택은 신 덕분이었기에 기도해야 한다고. 자기 인생을 돌아보며 기도하고, 감사함을 고하며, 그 찰나의 시간에 모든 것을 쏟아내고 울고 나왔다고.


아주 어릴 때부터 아빠는 스스로 종교를 찾으라고 했다. 신이 아니라 사람을, 자신을 믿으라는 말이었다. 내게도 종교적인 순간이 있었으나, 그것은 절대자를 향한 것이 아닌 친구가 가족이 내가 나를 위해 헌신할 때였다. 나는 때때로 기도했으나 그것은 온 세계를 관망하는 신이 아니라 나를 위한 기도였다. 나의 기도는 일기였다. 나는 나를 위해 쓰고 기도했다.


나는 오늘 울고 싶었어. 영화를 봤고, 긴 산책을 했고, 하우스메이트와 수다를 떨었고, 술도 마셨어. 근데 한 방울도 울 수 없었어. 나는 네가 부러워. 기도하며 우는 마음이 궁금해. 내가 나임을 나의 탓을 하지 않고 절대자를 탓하며 회개하고 기도하면, 그건 쉬운 방법일까? 나는 늘 조그맣고 쉽게 부서지는 나를 탓했어. 하지만 한 줌도 울지 못했고 어떤 것도 달라지지 않았어.


신을 수단으로 두는 오만한 생각을 했다. 기도하는 방법조차 모르는 나는 기도하며 우는 사람을 부러워했다. 울고 싶어서 종교를 찾는 사람은 얼마나 종교적인가를 곱씹었으나 결국 눈물 한 방울 없이 하루를 보내고 이내 또 일상을 좇았다. 내가 아는 종교적인 사람들은 선명한 답을, 징그러운 전도를 꺼내지 않고 그저 편안함을 보여줄 뿐이다. 오직 기도할 때만 눈물을 흘리는 강인한 사람의 마음을 닿지 못할 곳에서 나는 온종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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