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북클럽의 기획의도는 브래드 펠드가 전하는 커뮤니티 철학을 나의 체험에서 비롯된 공감하는 부분을 담아 커뮤니티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소규모 단위로 꾸준히 전달하는 것이다. 이 문화가 조금이라도 확산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출발했다.
5월 27일 금요일 처음 함께한 “커뮤니티 웨이 in 제주”에는 로컬 여행 콘텐츠 분야 초기 창업가, 기업 육성을 위한 중간지원조직에서 지역 벤처펀드 조성 및 운영을 담당하고 계시는 분, 전기차 충전 사업 분야 초기 창업가, 글로벌 업스타트에 재직 중으로 제주에서 워케이션 형태로 일하면서 지역 커뮤니티 운영에 참여하고 계신 분, 창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중간지원조직에서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분, 총 다섯 분이 참가해 주셨다.
사전에 반 페이지 정도의 독후감 제출을 요청드렸었는데, 모든 분들이 책을 읽고 독후감을 제출해 주셨다. 독후감을 읽으면서 아! 이런 인사이트를 얻으셨구나 감탄부터, 이 고민을 같이 어떻게 풀어나가지 걱정까지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지역 벤처펀드 조성과 운영을 담당하는 참가자 분과는 스타트업 커뮤니티에 영향을 미치는 일곱 가지 자본 중 인적 자본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어갔다. 제주에서 역할 모델이 되어 줄 수 있는 좋은 창업자가 배출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초기에서 제주에서 창업을 했다가 성장해서 큰 투자도 받고 스케일업할 단계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 인재를 구하는 문제 등으로 다시 서울로 이전하는 문제도 발생하여 지역에 자산이 축적되지 않고 순환되지 않는 문제를 나눴다. 지역에서 전문 인재를 수급하는 부분에서의 이슈, 외부 인재들이 제주로 이전해 왔을 때 개방적으로 포용하는 부분 등을 이야기 나눴는데, 이 부분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던 이슈들이고 지금 당장 뚜렷한 해결방법은 없는 상황이어서 더 논의를 진전시키지는 못했다.
전기차 충전 분야 창업가에게는 전기차 충전 서비스 특구인 제주로의 이전을 생각해 보지 않았는지를 먼저 질문했는데 제주로 이전해 올 때 직원들이 생각하는 실질적인 문제 즉 안정적인 일자리와 주거 문제로 내려오기가 쉽지 않다고 답해 주셨다. 특히 지역에 큰 기업, 중소기업, 스타트업 등이 골고루 있어야 스타트업에서 일하다가 잘 안되었을 경우 이직도 생각할 수 있는데 제주는 그런 부분이 취약하다는 의견을 주셨다.
이 창업가 분의 고민은 비즈니스 모델의 특성상 생태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행위자들과의 커뮤니티 구축이 필요한데, 현재 초기 단계이고 인지도가 없어서 피더인 중간지원조직의 지원을 받거나 슈퍼노드 리더의 참여를 기대하는 것이 쉽지 않기에 스스로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현재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들 간에 신뢰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참여를 원하는 사람을 모두 포용해야 하는가의 문제를 고민하고 있었고, 긴밀한 협력과 공유를 위해서 커뮤니티 가입에 조건을 두는 것을 고려하고 있었다. 책의 저자들은 커뮤니티에 참여하려는 사람은 모두 포용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는 다양성을 위해서고 다양성이 확보되었을 때 창발이 더 잘 일어나고 더 나은 성과가 창출된다는 점, 그리고 신뢰가 기반이 되어야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와 자원이 원활하게 흐르게 되므로 고려하고 있는 부분이 반드시 저자의 주장과 배치되지는 않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중간조직에서 홍보를 담당하는 분은 피더로서 이 책을 읽고 생각한 실천 목표에 대해 나눠 주셨다. 먼저 창업 생태계에서 업무 경험을 쌓아가면서 표준화된 지표를 통해 공식화하려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얘기해 주셨다. 그리고 스스로가 성장 지향적이지 않으면 창업자들이나 스타트업 관계자들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기에 성장 지향적인 마인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항상 자신의 의견을 제안할 수 있는 상향식 사고를 유지해야겠다고 나눠 주셨다.
여행 콘텐츠 분야 초기 창업가 분은 이 책이 스타트업을 위한 커뮤니티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보편적인 철학과 방법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고 얘기해 주셨다. 이 책의 한국어판 출판을 결심한 동기와도 일치해서 크게 공감했다. 앞으로 사업을 확장해 가면서 스튜디오 형태의 인력 구조를 생각하고 있고 책을 구조화해서 다시 읽으면서 이 커뮤니티 이론을 적용해 보고 싶다는 의견을 나눠 주셨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업스타트에서 근무하는 분은 미국 본사에서 주도하는 상향식 조직 문화를 설명해 주셨는데 조직문화 안에 커뮤니티 방식이 들어가 있는 것 같았다. 또 제주지역 커뮤니티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는데, 스타트업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하셨지만, 직장 안과 밖에서의 활동을 통해 커뮤니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잘 알고 있다고 느껴졌다. 또한 커뮤니티 문화를 체험함으로써 느끼는 자신이 커뮤니티의 구성원이라는 점이 자랑스럽고 받은 것을 되돌려주고 싶다는 점에서도 서로 크게 공감이 되었다. 앞으로 왜 사람들이 커뮤니티에 참여하려고 하는지 참여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동기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으려고 하고 피드백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으려고 한다고 얘기해 주셨는데, 책에서 커뮤니티 참여자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레버가 여러 개가 있지만 가장 레버리지가 큰 것은 사람들의 멘탈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했던 부분이 생각나 나누었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신 참가자 분들에게 감사하며 마치고 나서는 한편으로는 참여해 주신 분들의 고민이나 의견을 내가 잘 담아낼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다. 집에 돌아와서는 이번을 마지막으로 그만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한 참가자 분께서 다음날 남겨주신 책의 서평을 읽으면서 내가 모든 질문에 답을 드리는 것이 아니라 참가자 분들 각자가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함께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책에서도 "작은 규모의 개입이 전체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의미 있는 변화를 촉발할 수 있다"라고 전하고 있듯이, 나는 완전하지 않지만 커뮤니티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있다면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함께 하는 과정을 조금 더 다듬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