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다른 정치 성향은 마땅히 혐오해도 되는 걸까
"이제 11월인데 이재명 대표 선고 때문에 바빠지겠네요."
초면인 법원 출입기자 셋이 커피를 마실 때, 누군가가 서먹함을 깨기 위해 무심결에 던진 말이었다. 11월 15일엔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가, 25일엔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가 있다.
그러자 서로 선고 결과 예측을 내놨다. 모 기자는 "둘 다 당선무효형이 나올 것 같다"라고 말했고, 다른 기자는 "나는 둘 다 무죄. 정치적 보복으로 기소된 거잖아"라고 대꾸했다. 이후론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다. 각자의 정치적 성향이 반대임을 확인했고, 더 말해봐야 감정만 상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반면 모르는 사람끼린 거침이 없다. 대장동 재판이 열리는 날 법원 외부에선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과 '애국 보수' 세력이 한바탕 뒤엉킨다.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은 사법부와 언론을 비난하면서 '김건희 특검'을 외치고, 애국 보수 세력은 '이재명 구속'을 부르짖으며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을 '빨갱이'라 도발한다.
온라인은 난장판이다. 서로에게 극한 혐오의 말들을 거리낌 없이 쏟아낸다. 온라인 포털에서 연예 기사 댓글란은 폐쇄됐지만, 정치 관련 혐오 표현은 넘쳐난다. 방송 심의의 사각지대인 유튜브에선 온갖 흑색선전이 난무한다.
정치적 양극화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에선 정치적 양극화가 인종 갈등만큼이나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됐다. Iyengar와 Westwood의 연구에 따르면 정당에 대한 '감정적 양극화'는 미국 사회에 깊이 뿌리내렸으며, 하나의 정체성으로 여겨진다.
주거지나 배우자를 정할 때는 물론, 학교에서 장학생을 선발하는 사람들은 자신과 동일한 당적을 가진 학생에게 더 높은 점수를 주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인종 차별적 발언은 올바르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고 규제되는 반면, 정치적 혐오 발언은 아무런 제재가 없다. 그렇다 보니 사람들은 반대 정당에 대해 악감정을 마음껏 표출한다.
엘리트 정치인은 이에 편승해 상대 정당과 협력하기보다는 대립하는 쪽을 택한다. 그래야 지지자들로부터 더 많은 인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대화와 협력이 자취를 감추는 이유다.
물론 정치적 악감정을 아예 막을 수는 없다. 허위사실이거나 명백한 명예훼손이 아니라면, 민주주의 사회에선 사상,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인터넷 포털 기사나 온라인 커뮤니티, 스마트폰 SNS 등 공론장이 무한대로 존재하는 만큼, 이를 원천 차단하기란 애초에 불가능하다.
다만 정치권이 이에 편승하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상대 진영을 공격하더라도 합리와 논리, 예의를 지켜야지 않을까? 밑도 끝도 없는 마타도어는 지양하고, 자신들의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올바름을 호소하는 정치를 펼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