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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comingsoo Jun 06. 2023

사이프러스 친구 집에서 성령강림절 보내기 1.

사이프러스 여행

 2개월 여 만에 다시 공항. 아테네에 있는 동안 잦은 감기로 여행을 못했다가 친구의 초대로 사이프러스에 가게 됐다. 사이프러스는 처음이라 비행기 대기 시간 동안 짧게 이 나라에 대한 개요를 인터넷으로 훑었다. 게이트까지 걸어가는 동안 몇 명의 사람들이 나에게 길을 묻는다. 길을 잘 가르쳐줄 것 같이 생긴 건가.

 9시 40분 발 비행기를 타는 사람들은 매우 많았다. 보딩시간이 임박해서 한 직원이 오더니 비행기가 만석이라 기내용 캐리어를 넣을 공간이 부족하다고 당신 짐을 부치면 어떻겠냐고 권해서 그러라고 했다. 만석의 비행기에 동양인은 나 한 명뿐. 보딩패스 체크하는 직원이 한국인인 걸 확인하고 한국말로 인사한다. “잠시만요.  ….   감사합니다.”


 한 시간여의 비행 후, 푸른 하늘과 맑은 햇살이 환영의 인사를 하는 라르나카에 도착했다. 마중 나온 엘레니와 오프라인 첫 대면. 빨간 스포츠카를 타고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엘레니의 반려견 ’ 디바‘의 우아한 환영을 받으며 지중해 바다를 양 옆으로 끼고 있는, 정원이 아름다운 그녀의 집에 들어섰다. 빈티지풍 오븐 안에는 염소 고기가 4시간째 익어가고 있었다. 배가 고팠다. 정원에서 바로 딴 방울토마토를 넣어 즉석에서 만들어낸 샐러드의 향미가 입맛을 돋구었다. 처음 먹어본 염소 고기는 아주 부드러웠다. 유기농으로 방목해서 키운 염소 고기라고 한다. 감자, 고구마, 양파와 함께 오랜 시간 익힌 건강식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웠다.


점심 식사 후에 디바와 함께 바닷가를 산책했다. 디바는 12살 먹은 노견이라 천천히 쉬면서 걸었다. 걷기보다는 수영을 더 좋아한다고 한다. 관절을 위해서는 수영이 그녀에게 더 좋으리라. 라르나카의 바다는 수영객들로 활기를 띠었다. 내일이나 모레쯤 수영을 하면 좋겠다. 바닷가를 옆에 끼고 깨끗하게 조성된 산책로를 디바와 함께 천천히, 쉬면서 걷고 집으로 돌아왔다.


 엘레니의 정원 벤치에 앉아 새소리를 음악 삼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고, 엘레니는 사이프러스 식 전통 커피를 내왔다. 그리스와 터키 커피 모두 비슷하다. 작은 주전자에 커피 가루를 넣고 끓여낸, 커피 입자가 그대로 느껴지는 커피맛. 이곳의 어르신들은 이 커피를 주로 마시며, 커피를 마신 후 커피점을 친다. 거의 다 마신 커피를 커피 소서에 부은 다음 커피잔을 그 위에 뒤집어 놓는다. 잠시 후 거품이 보글보글 올라오거나, 뒤집은 커피잔을 들었을 때 공기 압력으로 소서까지 같이 따라 올라오면 그것은 좋은 뜻이다. 누군가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뜻이란다. 뒤집힌 커피잔을 들어 그 안의 모양을 보고도 점을 친다. 뒤집었을 때 커피 잔여물이 깨끗하게 다 비워졌다면 그 또한 좋은 의미다. 근심걱정이 사라졌다는 뜻이라고 한다. 커피가 흘러내린 모양이 길게 나 있다면 어딘가 여행을 떠나게 될 것이라는 의미라고 했다.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며 커피잔으로 여러 가지 이야기와 의미를 만들어내던 그리스와 사이프러스 사람들의 풍류 속에 나도 잠시나마 참여하게 된 매우 즐거운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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