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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빙 Jun 13. 2024

여행의 이유

혼자 떠나는 여행의 즐거움



 우리는 왜 여행을 떠나기를 원할까. 성인에 접어든 시점의 나는 궁금했다. 나는 여행을 좋아하는 종류의 사람이 아니었다. 어릴 때 방학이면 한 번씩 2박 3일로 가족끼리 국내 여행을 떠나곤 했다. 어릴 때 떠난 가족여행은 언제나 피로와 갈등이 동반되었다. 웃으면서 떠났다가 여행 막바지에 이를 때면 피로에 휩싸여 신경이 날카로워 냉랭한 상태로 돌아온 기억이 많이 있다.


 사람들은 젊을 때 여행을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음악 듣는 것이 좋은 이유와 영화를 보는 것이 좋은 이유는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내가 그것의 기쁨을 몸으로 체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행은 누군가 그 이유를 말해주어야만 비로소 머리로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한동안 그래서 여행의 이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고, 나는 여행의 이유를 혼자 여행을 떠나면서 배우게 되었다.


  종강을 앞둔 6월의 어느 날 나는 내일로 기차여행을 떠나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었다. 내게 여행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부담이 되는 일이었다.  누군가와 함께 여행을 갈 때도 집에서 멀어질수록 마음이 불안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 불안의 정체는 나도 형용할 수 없는 것이었다.  나라는 사람은 귀찮음이 많고 불안도 많지만, 어디론가는 떠나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대학생 때는 여행을 많이 해봐야 한다고 주위에서 주워들은 말들은 나를 조급하게 만든 탓도 없지 않아 있었다. 누군가와 갈 수 없다면 나 혼자서라도 떠나자 생각하게 되었다. 제대로 계획하지도 않은 채 떠난 여행은 순천에서 여수, 경주, 안동을 거쳐 7일간 여행을 하게 되었다. 나는 그렇게 떠난 여행에서 여행은 꽤나 즐겁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집을 떠나서도 사람은 살 수 있구나라는 사소한 깨달음을 얻었다.

 

 그 후 혼자서 제주도도, 일본도, 홍콩도 다녀왔다. 항상 무언가를 하기 전에 걱정과 고민이 많은 나로서는 장족의 발전이었다. 남들과 떠나는 여행도 좋았지만 혼자서 떠나는 여행은 유독 내게 생생한 경험을 안겨 주었다. 그 속에서 남들이 말하는 여행의 이유를 느꼈는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의미에서 세상이 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지금 이 공간과 사회만이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이곳을 조금만 벗어나면 또 새로운 세상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조금만 나가보더라도 또 다른 모습과 생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세상에는 아직 경험해 볼 수 있는 것이 너무나도 많고, 그것이 그저 먼 이야기가 아니구나 알게 되었다.


 같이 떠나는 여행은 상대방과의 추억이 남는다는 점에서 좋다. 이 순간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는 것은 정말 좋은 것이다. 그러나 혼자 떠나는 여행에서는 내가 지금 집중하는 것은 내 눈앞의 상황과 나 자신뿐이다. 현재 상황에 마주하는 감정을 온전히 느낀다. 그래서 누군가와 함께 여행을 할 때보다, 유독 혼자 떠나는 여행의 경험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혼자 떠나는 여행은 누군가에게 기댈 수 없기 때문에 내 모든 행동에 대한 결정과 책임이 나의 손에 달려있다. 그러나 그 속에서 얻은 것 또한 온전히 나의 것이 된다는 기쁨이 있다.

 

 여행을 통해 우리는 각자 다른 것을 얻게 되는 것 같다. 그것은 우리가 직접 겪어보지 못하면 알 수 없다. 말로써 여행의 선물을 짐작만 할 뿐이지 온전히 알기는 어렵다. 여행을 떠나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 또한 세상을 보는 관점이 넓어지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어떤 식으로 관점이 넓어지는지는 우리가 직접 떠나보기 전에는 알지 못한다. 그래서 내가 여행을 통해 얻게 된 것을 남들도 똑같이 얻으리란 보장이 없으며, 남들이 여행을 통해 얻게 되는 것을 나 또한 얻게 되리란 보장도 없다. 그것이 남들의 말로써는 뭐가 좋은지 알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한 것 같다. 여행에서 무엇을 얻어갈지는 떠나기 전까지는 모른다. 떠나고 나서야 이것을 얻었구나 알게 될 뿐이다. 아직 많은 여행을 다녀본 것은 아니지만 매 여행마다 나는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된다. 나에 대해서, 세계에 대해서. 그것이 계속해서 여행을 떠나고 싶은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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