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 거의 매일 밥먹으러 오는 흰냥이
요즘 어떤 녀석인지는 몰라도 자꾸 밥그릇을 엎어버려서 벽돌로 밥그릇을 고정시켰다. 흰냥이가 자꾸 화분에 앉는 덕에 내 상추 싹들은 모두 찌부러졌다.
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되었다.
어제는 서울에 비가 정말 엄청 쏟아졌고, 집 앞에 있는 작은 처마 아래에도 비가 다 들어왔다. 예상은 했지만 이러면 우리집에 오는 고양이들 이번 장마 내내 밥을 못먹겠는걸.
핸드폰을 켜서 일기예보를 확인하니 일주일넘게 비 소식이 있었다. 일주일 내내 밥을 못 먹으면...
안돼!
그래서 만들었다.
허접하지만 그래도 비를 막을 수 있는 스티로폼 급식소. 나름 실리콘으로 지붕도 만들어 붙이고, 밥그릇이 흔들릴까봐 3M 양면테이프로 고정시켰다.
참 만들고 나니 그래도 뿌듯해서 남자친구에게 자랑했더니 잘 만들었다고 했다. 웃긴건 다음날 아침 우리집 앞에 스티로폼 상자가 있어서 택배로 착각했단다.
새 급식소의 첫번째 메뉴는 우리 오코씩이에게 외면당하는 주식파우치인 레오나르도다. 성분은 좋은데 안먹어주니 어쩔 수 있나. 밥먹으러 출석하는 흰냥이라도 먹여야지.
나름 급식소 개시 기념 메뉴라 영양제도 뿌렸다.
다음날 아침, 웬걸 아무도 안먹고 갔다. 이런 내 스티로폼 급식소 망했나봐. 실망한채로 출근했는데, 퇴근 후에 확인해보니 누군가 밥을 먹고 갔다. 어제 밤엔 비가 많이 와서 고양이들이 돌아다니지 않았나보다.
부뚜막 고양이가 먹고 갔을까?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