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배를 끌고 매일 출석하던 부뚜막 고양이는 이제 우리 집에 오지 않는다.
나이도 있고 아픈 애가 출산을 하다 죽었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다른 집에 가서 밥 잘 먹고 새끼 잘 키우며 살고 있다고 믿는 것이 내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이지만, 아직 어떤 형태의 이별이든 나에겐 버겁다.
내가 사랑했던 것들이 사라진다는 것은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
흰냥이는 종종 출근시간이나 퇴근 시간에 담벼락에서 기다리곤 한다.
나와 마주치지 않는 날에도 혹시나 밥을 굶을까 봐 밥자리에 사료를 가져다 놓는다. 예전처럼 밥을 주면 달려와서 허겁지겁 먹지는 않지만, 그래도 놔두면 먹고 가는 듯하다.
흰냥이는 새끼를 모두 잃은 건지... 한두 시간씩 우리 집 앞에 앉아있다 가기도 한다. 새끼들이 2~3 주령일 텐데 어미가 저렇게 오래 나와있나? 속사정은 흰냥이만 알겠지.
괜히 마음이 짠해서 영양제를 챙겨줬다.
나는 부뚜막 고양이가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면서. 괜히 퇴근 후에 집 주변을 둘러보며 부뚜막 고양이가 자주 쉬던 자리를 둘러봤다. 당연하게도 부뚜막 고양이 꼬리도 보지 못했지만.
너무 정을 줬나 보다. 글을 쓰는데 마음이 시리다.
씩씩이는 앉아서 밖에 고양이들이 지나다니는 걸 구경한다.
봄날에 자주 보이던 치즈냥이와 턱시도냥이. 매일 물 마시러 오던 아깽이 치즈 형제. 모두 영역을 옮겼는지 보이지 않는다.
남자 친구 말로는 치즈냥이는 처음 보는 다른 고양이와 싸움을 했다고 한다.
누가 이겼어?
내가 놀래켜서 둘 다 도망갔는데, 치즈냥이가 이겼어.
그래도 오래 보던 녀석이라서 그런가. 치즈냥이가 이겼다니 내심 기분이 좋았다.
지겨운 장마가 끝나면 고양이 친구들이 다시 돌아오려나. 다들 아프지 말고 건강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