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우리 집에 밥 먹으러 오는 고양이들 이야기를 쓰지 않았다.
부뚜막 고양이는 완전히 모습을 감췄다. 정말로 새끼를 낳다가 죽은 걸까? 아니면 영역을 옮겨서 다른 캣맘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 걸까? 후자이기를 바란다.
나머지 고양이들은 날씨가 추워지면서 잘 보이지 않았다. 밥을 주면 먹고 간 흔적은 있는데, 내가 일정한 시간에 늘 밥을 두는 게 아니다 보니 애들을 마주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10월쯤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왔다.
성남시에 신청한 길고양이 TNR사업이 내 차례가 되었다고. 반가운 소식이었다. 부뚜막 고양이는 없지만 흰냥이라도 중성화를 해야겠다 해서 담당자와 시간 약속을 했다.
그분은 추운 날씨에 아침부터 통덫과 간식을 들고 나와 흰냥이를 기다리셨다.
주변에 밥 주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흰냥이가 안 잡힐 수도 있겠다고 하셨는데, 출근길에 흰냥이를 잡았다는 반가운 문자가 왔다.
수술 후 회복하고 같은 자리에 방사하면 TNR 과정이 끝이 난다고 했다.
방사 후에 얘가 한동안 안보이길래 추운 날씨에 잘못됐으려나.. 걱정을 했는데 기우였다. 늘 보던 얼굴로 담벼락에 앉아 밥을 기다리고 있었다. 귀가 커팅이 안된 건가? 하고 가까이서 보려고 기웃거리니 놀라서 도망가려 했다.
미안 미안 밥 줄게 하고 캔을 가지고 나오는데 그제야 귀 커팅된 자리가 선명하게 보인다.
마당에 밥 먹으러 오는 다른 녀석들 중성화를 못 시킨 게 아쉽지만, 단골손님이라도 중성화했으니 다행이지.
요즘은 치즈 냥이 하나가 엄청 친한 척 집까지 따라오는데 내년에는 이 친구를 중성화하는 게 목표다.
얘는 사람을 엄청 잘 따르고 애교도 많아서 분명 집냥이였을 것 같은데.. 주변에 전단지도 없고 주인 찾는 글 올려봐도 딱히 소식이 없다.
우리 집에 들어오려는 걸 마음이 아프지만 엉덩이 쳐서 돌려보냈다.
코코가 너를 패 죽일 거야.
미안해. 우리 첫째가 동족을 싫어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