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영 May 19. 2022

불안을 마주하는 것

비대면 상담은 처음이라


* 인사이드를 통해 상담을 지원받아 상담 진행 후 작성된 후기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상담을 다시 받았다.

상담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하게된 계기는 뜻밖의 코로나 확진이었는데, 격리생활이 줄어들던 우울과 불안을 무럭무럭 키워버렸다. 혼자만의 생활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고 종종 과거의 나쁜 생각들이 스물스물 올라왔다.

몇 년만에 자해를 하고싶다는 생각도 했고, 몇 달만에 죽고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아, 이거 약만 먹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나보다.

상담이라는건 나를 마주보는 시간이라 나는 대부분의 상담이 꽤 괴로웠는데. 상담받기는 싫지만 나아지고는 싶었다. 이런 모순적인 마음을 이겨내야지 생각만 하던 중에 인사이드에서 한가지 제안이 왔다.

바로 상담을 1회기 지원해준다는 것.

이왕 제안이 왔으니 빼지않고 수락했다. 이제부터 시작될 글은 인사이드를 통해 진행한 상담의 짧은 후기.





상담 신청은 꽤 간단했다. 꼼꼼하지 못하지만 최대한 열심히 상담사분들의 프로필을 읽어보고 마음이 끌리는 분에게 상담 신청을 했다. 예약은 어렵지않게 진행할 수 있었고, 상담이 싫은 나는 무려 2주 뒤라는 늦은 날짜로 상담을 예약했다.

상담 시작 전에는 긴장되는 불쾌한 느낌이 들어서 견딜 수가 없었지만. 막상 상담이 시작되니 긴장이 녹아내리지는 않았고, 그래도 상담사님 인상이 좋으시네. 이게 첫인상이었다.


상담도, 병원 진료도 여러번 경험이 있는 나는 나름 요목조목 내가 느끼는 나의 문제점에 대해서 설명을 드렸다.

첫째는 내가 불쾌감, 긴장같은 부정적인 느낌과 감정을 모두 '불안'이라는 감정으로 치환해서 느낀다는 것.

둘째는 종종 불안감이 높을 때 3인칭 시점으로 나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것.

셋째는 감정에 잡아먹히는, 압도되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는 것.

이렇게 쓰고보니 많기도 많다.


당연히 상담이 한번 진행된 것이라서 저 세가지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진전이 있다면 내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구나! 하는 확신을 가지게 해준 전문가의 조언을 들었다는 것.

상담사님은 굉장히 조심스럽게 내 문제에 접근해주셨다. 내가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에 대해 이야기했던 두번째 상담이었는데, 내 문제가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여러가지 좋은 말들도 많이 해주시고, 앞으로도 상담을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드는 상담 시간이었다.


비대면 상담의 생각지 못한 장점도 하나 발견했는데, 사람 만나기를 무서워하는 나인데도 핸드폰 화면 너머에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니 한결 내 이야기를 편안하게 할 수 있었다. 내 이야기를 꾸밈없이 하게되니 더 솔직하게 상담에 임할 수 있었고,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게 아닐까싶다.

내가 가진 수많은 방어기제 중에 하나를 새롭게 알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생각해보니 나는 나쁜 기억은 항상 3인칭으로 기억을 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나를 카메라로 찍어놓은 것처럼 상황을 기억하는데, 보기 싫은 티비쇼 재방송처럼 그게 머리속에서 계속 재생되는게 문제였다. 이 문제가 바로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조금씩 조금씩 내 감정을 마주해야겠지.


한가지 새로운걸 배웠다.

감정은 외면할수록 자꾸 나를 봐달라고 한다고. 감정은 마주해야하지 숨겨둘수 없다고.


어렵지만 서서히 해봐야지. 불안도 우울도 다 내 감정이니까. 견딜 수 없어도 도망가지말고 마주해봐야지.

매거진의 이전글 읽을 수 없으니 쓸 수도 없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