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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영 Dec 10. 2024

시절인연

흐름 속의 인연들

"시절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삶에서 만나게 되는 인연은 마치 강물처럼 흐르며 때로는 함께하고, 때로는 흩어진다. 어떤 인연은 우리 곁에 머물지만, 어떤 인연은 아무리 붙잡으려 해도 사라지고 만다.

나 역시 졸업과 이직을 거치며 여러 소속과 환경이 바뀌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좋은 사람들도 많았고, 함께 웃고 울었던 순간들도 있었지만, 그들과 모두 연락하며 지내는 것은 아니다. 자연스레 흐름 속에서 멀어진 인연도 있고, 내가 먼저 손을 놓은 인연도 있다.

인연의 흐름은 때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이유를 알지 못한 채 멀어지는 관계도 있고, 지나칠 것 같았던 인연이 먼저 연락을 주며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사정과 고민을 품고 살아간다. 누군가와 멀어진다고 해서 그 인연이 소중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시점에서 서로의 필요와 방향이 달라졌을 뿐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 모든 인간 관계에 똑같은 애정을 쏟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느낀다. 삶의 많은 부분을 지나오며, 나의 마음은 마치 물이 거의 말라버린 오아시스처럼 되었다. 이 오아시스를 찾는 생명체가 적은 이유는 내가 내어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남은 물을 아껴만 두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 얼마 남지 않은 애정을 나와 함께하는 이들에게 나누는 것이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 될 것이다.

인연은 항상 흘러간다. 어떤 이는 떠나고, 또 다른 이는 찾아온다. 떠난 이에게 애써 미련을 품기보다는 지금 내 곁에 머물러 있는 이들에게 집중하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시간과 마음을 가장 잘 쓰는 방법일 것이다. 언젠가는 지금의 인연들도 흐름 속에서 달라질 수 있겠지만, 그 순간까지는 함께 웃고 함께 나누는 시간이 더 소중하다.

결국, 우리는 그렇게 살아간다. 지나간 인연에 감사하며, 현재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다가올 인연을 담담히 맞이하면서. 시절인연은 우리의 통제 밖에 있지만, 지금 이 순간의 태도는 우리의 선택이다.

그리고 그 선택이야말로 우리가 삶의 흐름을 살아가는 가장 따뜻한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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