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사학자, 천문학자, 성(性) 학자이며 책벌레인 장샤오위안이 자신의 평생에 걸친 독서 이력에 대해서 쓴 산문집이다.
책은 서재 이전, 서재 이후, 책과의 인연, 세 카테고리로 이어진다. 소제목으로 '눈 내리는 밤, 문을 닫고 금서를 읽다.' '그 사람, 그 책', '두 문화' 등이 있다.
중국에서 문화 대혁명이 시작되자 거의 모든 서적이 ‘독초’로 분류되어 금서 목록에 올랐다. 진시황의 분서갱유가 현대에 되살아났다. 청소년이 읽을 수 있는 책은 마오쩌뚱의 어록과 루쉰의 책 밖에 없었다. 광기가 휩쓸고 갔다.
베이징에 살던 열서너 살 된 소년의 손에 고모 댁의 책 『서유기』와 『삼국지연의』가 들어왔다.
소년의 책 읽기가 시작되었다. 운 좋게 공공기관 간부였던 어머니가 폐쇄된 도서관의 관리를 맡게 되면서 몰래 책을 빼내 올 수 있었다.
손에 들어온 책을 친구들과 물밑으로 돌려 읽으며 소년은 점차 도서대여장을 가진 아이들의 작은 도서 허브가 되었다. 어린 동지들의 신의는 훌륭해 금서로 지정된 소설도 재빨리 돌려가며 읽을 수 있었다.
일 일곱 살(1972년), 방직공장에 전기 기사로 들어간 그는 문혁이 끝난 후(1977년) 대학 입학시험을 쳤다.
문혁 시기에는 마오쩌뚱이 극력 반대한 까닭에 대학 입학시험이 없었다. 입학은 추천으로만 이루어졌다. 대학생은 공장 노동자, 농민, 병사의 추천서가 있어야 하고 삼 년 이상의 경력자여야 했다. 저자는 전기 기사 근무 이력이 물리 시험을 만점 맞게 해 난징대학교 천문학과 학생이 되었다.
스물 남짓에 읽은 톨스토이의 『고난으로의 길』삼부작은 문혁 말기 민병대로 전선에 끌려갈 뻔 한 상황에서 인생의 결단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줬다.
이 책은 국내 번역본으로 출판사 '작가정신'에서 나온 『소년 시절‧ 청소년 시절‧ 청년 시절』이 있다.
오래전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던 어느 딸이 아버지가 생전에 사준 이 책에 대해서 내게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장샤오위안은 이과생이었지만 인문학, 무협 소설, SF 가리지 않고 읽었다. 책을 매개로 정치적으로 ‘상승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피하고 배격하던 어르신(장창디)을 만나 나이를 잊은 벗이 되기도 한다.
딸아이의 권유로 니쾅의 『웨슬리 시리즈』 독자가 되고, 니쾅의 『진융의 소설을 읽다』열 권 시리즈를 읽고 진융의 베테랑 팬이 된다. 그는 영화 매트릭스에서 공간을 넘나드는 설정이 웨슬리 시리즈 『장난감』에서 나온다고 한다.
이 책들의 한국 번역본을 찾아봤다.
한자의 한글 표기가 달라져서 저자 니쾅은 『정무문』의 작가 예광이고, 웨슬리 시리즈는 시공사에서 만화 『웨슬리 모험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진융은 『사조영웅전』『의천 도룡기』를 쓴 김용을 말한다.
저자의 서재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독서가들의 서재 풍경을 주제로 취재한 글도 좋을 것 같다.
역사를 공부할 때 연표와 함께 역사지도를 펼쳐놓고 하라는 저자의 충고는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따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성경 맨 뒤쪽에 히브리인들의 이집트 탈출과 바오로의 선교 여행 지도를 보면 성경 본문 이해가 빠른 것과 같다.
그는 보수적인 교수들이 전례가 없다며 반대한 제자의 SF 논문을 반 과학주의 철학의 개념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지지한다. SF의 최대의 가치는 과학 기술을 고민하고 과거와 미래를 고민하는 사상에서 온다며. SF영화에서 펼쳐지는 미래 장면이 대부분 어두운 것은 반성을 기저에 깔고 있어서 라며, 철학의 높이에서 과학 기술을 반성하는 게 SF 작품의 가장 강력한 사상 기조가 될 것이라 한다.
책 서평 쓰는 법, 책을 출간하는 방법에 관한 저자의 충고도 기억할 만하다.
책의 제목처럼, 도서관과 책과 어울리는 동물을 고르라면 고양이를 들 수 있겠다. 많은 작가들이 컴퓨터 자판 위에 앉아서 글쓰기를 방해하는 고양이, 책 읽는 옆에서 가르릉 거리는 고양이 사진을 SNS에 올린다.
나른한 오후, 햇살 들어오는 서재에 소리 없이 오가는 고양이는 늘 그러기를 바랐던 작가 자신이다.
고양이는 장샤오위안의 SNS 별명이기도 하다.
『듀이, 세계를 감동시킨 도서관 고양이(비키 마이런, 갤리온』가 떠오른다. 버려진 길냥이가 도서관에 머물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