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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 Jul 06. 2023

60대 여자 다섯의 이태리 자유여행기

1일 차(6월 12일)


인천공항을 오후 1시 20분에 출발했다.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 도착한 게 현지 시간으로 19시 10분이었다. 비행에 대략 12시간 반이 걸린다. 첫날이라 숙소까지 택시를 예약해 놓았다. 여행 중 모든 예약은 마이 리얼트립으로 했다.


도시 간 이동할 계획이어서 가방을 기내용으로 통일했다. 여권 용 가방 작은 거랑 가볍고 많이 넣을 수 있는 배낭을 지참하고  돌아올 때 짐이 늘 수 있으니 작게 접을 수 있는 여유 가방을 넣어갔다. 다행히 여름이어서 옷이 얇아 좋았다. 바지 세 벌, 윗옷 서너 벌, 속옷과 양말도 3벌 정도. 5천 원짜리 압축팩을 구입했는데 요긴하게 쓰였다. 빨아 입는다는 개념으로 옷 개수를 최대한 줄였다.. 기내용 가방을 가지고 타면 짐 찾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늦은 시간에 도착했기에 숙소로 재빨리 이동해야 했다. 공항에 도착해  맞이하러 나온 사람들을 둘러보니 하얀 와이셔츠를 단정하게 입은 기사가 친구 이름이 영문으로 적힌 팻말을 들고 서 있었다. 처음 만난 외국인 택시 기사에게 팁을 줄 것인가 말 것인가, 주면 얼마를 줄 것인가 친구들과 물밑에서 의논했다. 대체로 10%의 팁을 준다는데...


팁은 들르는 곳마다 우리를 고민하게 했다. 귀찮아서 알아서 주라 하면 총무는 고민에 빠져 이 친구 저 친구에게 다시 묻곤 했다. 지나고 보니 지나치게 많이 준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 적절히 준 거 같다. 팁에는 우리 이후에 만나는 동양인을 친절히 대해주길 바라는 마음도 들어 있었다.


로마 숙소는 머무는 동안에는 다들 별로라는 평이었는데 피렌체로 이동한 후에는 '구관이 명관'이라고 말이 바뀌었다. 숙소마다 장단점이 있었다.


여행에선 매사를 긍정적으로 보는 눈이 필요한지 모른다. 집만큼 편안한 곳이 세상 어디에 있을까? 불편함을 느끼고 맛보려고, 집의 소중함을 깨달으려고 우리는 매번 여행을 반복하는지 모른다. 예약한 동료의 수고를 떠올리면 투덜거림을 자제하게 된다.


엘리베이터는 코딱지만 해서 가방을 넣고 두 사람씩 타야 했다. 문을 두 개 열고 탄 후에 반드시 문을 닫아야 한다고 숙소 주인 쥬세페가 계속 주의를 줬다. 내린 후 문을 닫지 않으면 다른 투숙객이 아래층에서 엘베를 이용할 수 없다.


게스트하우스의 문은 버튼을 눌러 보관된 열쇠를 꺼내서 여는 방식이었다. 열쇠를 돌려도 문이 안 열렸다. 오래된 건물이라 문짝이 뒤틀려 요령이 필요했다. 경험 많은 친구가 머리로 문을 지그시 밀면서 열쇠를 돌렸다. 열려라 참깨! 문이 열리자 다들 희희낙락 그간의 불편함이 눈 녹듯 사라졌다.


한국 같으면 순식간에 열쇠공 불러 교체할 텐데, 한국 같으면... 이 말을 우리는 여행 중 몇 번이나 반복했다. 다른 문화 다른 풍습을 맛보러 여행하면서. 로마의 건물은 다들 고적이고 유물이라 한국처럼 쉽게 허물고 지을 수 없다 한다.


누가 어느 방에서 잘 것인지는 심지를 뽑았다. 짐 옮기는 게 번거로워도 매일 파트너를 바꾸어 자는 게 불평을 줄이는 방법이었다. 막바지엔 여러 이유로 흐지부지해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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