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하기 편리하게 여행사를 예약했는데, 오후에 방문한 프라다 아웃렛이 기대에 못 미쳐서 차라리 직접 버스를 타고 몰만 여유있게 다녀오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아침 일찍 만나기로 한 장소를 찾아가니 가이드가 없었다. 역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장소였는데 가이드 말에 의하면 아침에 갑자기 부근 도로가 통제되었다 했다. 가이드는 지하도 건너편으로 차를 몰고 오더니 건너오라고 우리에게 손짓을 했다. 차들은 시속 8,90킬로로 달렸고, 횡단보도는 빨간 불이었다.
이태리의 도로 교통은 상당히 자유분방하다. 우리도 차츰 현지 상황에 적응했는데 초반에 초록 불을 기다리는 사람은 우리 일행 밖에 없었다. 노란 불은 요령껏 건너라는 신호라 했다. 빨간 불에도 행인들은 거침없이 지나갔다. 철저히 보행자 우선이었다. 확실한 신호를 보내고 과감히 건너야 했다.
지하도를 이리 건너고 저리 건너다 차를 탔는데 가이드의 부인이 맨 뒷자리에 타고 있었다. 의아했다. 이런 경우도 있는 걸까? 우리를 몰에 내려 준 후 가이드는 부인과 각자 볼 일을 보러 갔다. 쇼핑 시간을 여유 있게 주지 않아서 이날 우리는 이래저래 기분이 씁쓸했다.
"가족 선물 사겠다고 사진 찍어서 묻지 말고 본인 거 사세요."
가이드의 말이 무슨 뜻인지 잠시 후 실감했다. 가족에게 줄 선물을 사는 친구, 자기 것을 사고 나서 가족 선물을 살 걸 후회하는 친구도 있었다. 핸드백은 너무 비싸서 언감생심 꿈도 못 꾸고 스카프만 골랐다.
진열된 신발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내가 신고 온 흰색 로퍼가 색깔별로 있는 게 아닌가. 앞을 보나 뒤를 보나 똑같았다. 아, 동대문! 카피. 몰을 나오다가 후회했다. 딸과 며느리에게 줄 스카프를 하나씩 더 살 걸.
"내 걸로 산 거 애들 줄까?"
집에 와서 말했더니 남편이 "그러던지." 해서 성질을 좀 냈다.
"네가 말하곤 왜 그래?"
남편이 어리둥절해했다.
떠 보는 말, 마음에 없는 말을 하면 결과가 늘 이렇다.
자동차를 오래 탄 날은 걸어 다닌 날보다 훨씬 피곤했다.
숙소 근처 카페테리아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었다. 생선을 주문하다가 무슨 생선인가 궁금해서 물었더니 웨이터가 장난스레 생선 그림을 냅킨에 그려 보여줬다. 우럭인가, 돔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