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차(6월 17일)
대중교통으로 가기 힘든 소도시는 여행사의 도움을 받아 들르기로 했다. 토스카나 지역의 시에나와 산 지미냐노를 다녀왔다. 9시에 산타마리아 노벨라역에서 가이드를 만났다. 이태리 도시는 대부분 역이 중심지 역할을 한다. 로마는 테르미니역, 피렌체는 산타마리아 노벨라역, 베니스는 산타 루치아역.
가이드는 한국에 고등학생 두 딸과 부인을 둔 쾌활한 경상도 남자였다. 오래전 토스카나를 구석구석 답사해 투어를 만들었다고 자랑했다. 신혼부부와 함께 갔다. 점심 무렵 와인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두 사람은 공무원으로 직장 동료였다. 요즘은 결혼도 출산도 하지 않는 터라 신혼부부를 만나면 다들 귀해서 뭘 어떻게 도와줄까 하는 분위기다.
시에나의 캄포 광장은 대학 졸업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머지않아 환호를 지르며 모자를 집어던질 학생들을 맞이하는 의자가 큰 광장에 고요히 놓여 있었고 주변에 즐비한 가게는 이미 시끌벅적하게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캄포'는 광장을 의미한다. 베니스 숙소를 구할 때 창 밖으로 캄포가 보인다 해서 큰 광장인 줄 알았다가 뒤뜰 같은 좁은 공간에 실망하기도 했다. 이태리에선 사각진 여유 공간이면 모두 캄포다. 그러니 도시 곳곳에 캄포가 있다.
시에나의 두오모 성당에 올라가 파노라마를 봤다. 피렌체와 시에나의 두 성당은 '크게, 더 크게'로 경쟁이 붙었다. 시에나 성당은 미완성이었다. 들어가는 문이 사방에 있어서 성당 입구를 찾느라 헤매기도 했다.
광장 바깥 골목에 카페 '난니니 Nannini'가 있다. 이곳에서 먹은 젤라토가 나는 이태리에서 먹은 젤라토 중 단연 최고였다. 가게마다 맛이 달랐다. 마지막에 들른 산 지미냐노에서도 줄을 서서 주인장 할아버지와 사진을 찍으며 젤라토를 먹었는데 내 취향은 시에나 젤라토가 더 시원하고 맛있었다. 맛에는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미친다. 배고픈 정도와 분위기, 누구와 함께 먹는지, 그야말로 맛 자체.
사이프러스 길에서 가이드가 일행의 사진을 찍어줬다. 이럴 때는 우리가 마치 사진을 찍으러 온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며칠 후 들른 돌로미티에서도 그랬다. 워낙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한국 관광객들 기호를 맞추다 보니 사진이 가이드 매뉴얼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와이너리에 들러 와인을 마셨는데 와인을 좋아하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끌리는 와인이 없었다.
한국에서 쉽게 접할 수 있어서인지, 기내용 가방을 끌고 간 터라 물건을 살 때 우선으로 고려할 게 부피와 무게였기 때문에 자제하는 마음이 있어서 인지.
피렌체에 머무는 날을 하루 줄이고 이동이 번거롭더라도 토스카나에서 하루를 온전히 묵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토스카나의 자연을 좀 더 깊이 느끼고 싶었다. 물론 여러 곳으로 숙소를 옮길수록 힘들긴 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