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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아 Apr 15. 2020

나 이정도로 고생한 사람이야

나만 이런걸까? 2


입원실 화장실에서야 내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출산시 얼굴에 힘을 주면 실핏줄이 터질거라는 얘기를 들어

충혈 된 눈처럼, 모세혈관이 터진 듯한 모습이려나.. 살짝 긴장했는데,

헉! 마치 검버섯같은 수백개의 점들이 온 얼굴을 뒤덮고 있었다.

상상밖의 모습이라 놀라긴 했지만, 차라리 점 같아서 충격이 덜 했던 것 같다.


생전 본 적 없던 얼굴의 상태를 보고 있노라니

너무나 낯설기도, 신기하기도 하며

내가 정말 내 생애 최고로 힘을 주긴 했나보다.. 생각했다.

(얼굴은 몇일만 지나면 깨끗 해 진다.)


오빠도 이런 내 얼굴을 처음 봤을 터라 적잖히 놀랐던 것 같다.

평소 꾀병이 심하다며 놀리던 사람이었는데

그간의 고통이 얼굴에 대놓고 나타나있으니 이번엔 꾀병소리가 쏙 들어갔다.

놀라지 마세요. 얼굴은 몇일 내로 깨끗 해 진답니다.


입원실에서도 난 세상 말짱히, 끼니마다 사발로 나오는 미역국을 꿀꺽꿀꺽 잘도 먹었다.

미역국을 좋아해서 망정이지, 싫어하는 사람이었으면 꽤나 고역이겠구나 싶었다.


자연분만의 장점, 2박 3일의 짧은 입원 후 같은 건물에 있는 조리원으로 옮겼다.




입원실에선 모두가 친절하셨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나에게 수유를 하겠냐고 물어보지 않았고 아기를 어떻게 봐야하는지도 알려주지 않았다.

‘원래 처음엔 우유를 주는건가?’

‘애기는 면회시간에 안 가는 이상 못 보는건가?’

본격적인 수유는 조리원에 가서 하기로 맘을 먹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으니 조금 이상했다.

나야 수유 시기를 생각 해 놓은게 있었고 아기야 정해진 공통 면회 시간에 가면 되겠지..하며

어떨떨하고 싱숭생숭한 맘에, 쉬고싶은 맘까지 더해져 원래 이런건가 보다, 하고 굳이 따로 물어보지는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더 빨리 제대로 아가를 안아봤더라면.. 수유까진 아니더라도 조금 더 일찍 젖을 물려봤더라면.. 하는 후회는 조금 든다.

(모유가 많이 부족했던 케이스. 초유도 오래 먹이지 못했다.)

물어봤더라면 한번 더 생각 해 봤을텐데..

어쨌든, 쉬고 싶다는 생각을 굳게 박아놓은 채, 물어보지 않았던 내 탓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쓰면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램이 있지만 결코 전문적인 출산&육아 지식에 대해서 훈계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하지만 이 부분에선 쪼~금 알려주고 싶었다.

아기에 관한 일이라면, 병원이든 조리원이든 적극적으로 물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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