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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제이 Sep 16. 2024

별볼일없는 어느날의 출근길 일상이야기(1)

직장인 모모씨의 일상이야기

암막 커튼 사이로 희미한 빛이 새어나온다. 반사적으로 침대 옆 책상으로 손을 뻗어 핸드폰에 찍힌 시간을 확인한다. 'am7:30' 알람이 울리기 십분 전에 깨는 것은 직장생활을 시작한지 일년만에 얻은 버릇이다. 지독한 올빼미형 인간이었던 과거는 뒤로하고 이제는 아침 출근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하는 완벽한 아침형 인간으로 거듭난 셈이다. 이것도 직장인이 된 이후 얻은 성과라면 성과겠지.


 어제 밤부터 잠을 설치게 만들었던 업무 스트레스가 눈을 뜨자마자 생생하게 수면 위로 떠오른다. 처리기한이 오늘까지인 업무인데 처리하기 까다로운 민원이 들어간 업무라 요며칠째 골머리를 썩고 있었다. 업무 스트레스는 잠시 뒤로하고 한큐에 침대에서 일어나 곧장 욕실로 향한다. 요즘은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한다는 명목 하에 욕실 구석구석을 플라스틱 용기 대신 비누가 대신하고 있다. 샴푸며 바디워시, 심지어 폼클렌징까지 모두 비누로 교체했다. 아무리 비누라 할지라도 그 용도는 엄연히 구분되어 있다. 가령 샴푸는 샴푸바, 트리트먼트는 트리트먼트바가 따로 구비되어 있다. 바디워시와 폼클렌징은 일반 비누로 퉁치고 있다. 용도가 구분된 여러 종류의 비누를 차례대로 사용하다보면 어느새 지각 없는 출근을 위한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9시까지인 출근시간을 지키기 위해서는 5분단위로 구성된 타임라인을 칼같이 지켜줘야만 한다. 성공적인 출근을 위한 규칙을 차질없이 수행하기 위해서는 기상에서부터 세면, 양치, 옷갈아입기 등 일련의 과정들이 착착 진행되어야 한다. 적어도 8시 25분까지는 집밖을 나서야만 안전한 출근길이 보장되는 것이다. 다행히 이날의 운세는 나쁘지 않을 모양인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25분에 가뿐한 마음으로 집밖을 나선다.


 회사까지 30분이면 걸어가는 거리이지만 바쁘디 바쁜 현대인에게 출근길 걸어서 30분은 다소 부담스러운 시간이 아닐 수 없다.  귀가길이라면 충분히 걸어서 가겠지만 마음이 조급해지는 아침 시간대에는 그리 추천되는 방법은 아닌지라 90%의 높은 확률로 지하철역까지 걸어가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을 한다. 사실 따지고보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더라도 거기까지 걸어가는 시간을 합하면 백프로 걸어가는 시간과 또이또이 하지만 대중교통이 주는 안정감은 무시할 수 없다. 아침에는 조금이라도 에너지를 아끼는것이 현명한 삶의 방식이라는 것을 3년의 직장생활을 통해 깨달은 바이다.


 오늘의 운세를 점치는 방식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하루 일과중에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방법은 바로 신호등 타이밍 맞추기이다. 지하철역까지 걸어가는 10분동안 두개의 횡단보도를 지나게되는데 횡단보도앞에 서자마자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바뀌면 그날의 운세는 끝내주게 좋은 날이라는 기대를 갖게된다. 물론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운세 좋은날이라는 예감은 까맣게 잊게 되지만 말이다.


횡단보도를 건너면 좋은 구경거리를 지나치게 되는데 그건 바로 항상 사람들로 붐비는 야채가게이다. 근처 역세권 이름을 딴 야채가게는 그 이름과 명성에 걸맞게 항상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노란 바나나를 손에 쥐고 이리저리 살펴보는 할아버지에서부터 바구니를 들고 사과를 꼼꼼히 살피며 모양새 반듯한 것들로만 선별해서 쏙쏙 담는 아주머니까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각양각색의 야채와 과일들을 만지고 고르고 계산한다.


 야채상자 앞에는 그날의 시세를 알 수 있는 야채 가격표가 붙어있는데 매일같이 그 가게 앞을 지나가다보면 가격 빅데이터가 머릿속에 형성이 되어서 어느새 야채 시세를 줄줄이 외우고있는 나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가령 파 한단 가격은 훌륭한 물가 지표로써 기능하는데 이날의 파한단 가격이 삼천원이라면 전날 대비 얼마가 오르고 내렸는지 대강 계산이 가능해서 어제보다 올랐으면 물가가 어제보다 올랐구나 터특하는 경지에까지 이르게 된다. 밥상물가를 걱정할만큼 집밥을 해먹는 처지는 아니지만 출근길의 야채가게에서 실물경제의 이치를 깨닫는 건  출근길의 순기능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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