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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속애플 Aug 30. 2022

고양이도 "앉아"를 할 수 있을까?

고양이 인문학



고양이도 개처럼 훈련이 가능할까? 궁금증이 물음표로 다가오자 호기심이 발동했다. "손"이라고 하면 손을 주고 "앉아"라고 하면 앉고 "기다려"라고 하면 기다리는 기본 훈련을 고양이에게 적용해 보고 싶었다. 고양이에 관한 책을 12권 정도 읽었는데, 그중 고양이 훈련하기 라는 책은 무척 신선했다. 별 내용 없었는데 고양이를 훈련이란 주제만으로도 특별한 책아었다.


대부분의 집사는 고양이 훈련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서 시도조차 않는다. 하지만, 고양이도 훈련이 가능하다. 성공을 거듭할수록 고양이의 자존감(?)이 높아지는것 을 느꼈다. 집사와의 관계도 친밀해지는 등 여러모로 유익한 점이 많아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들에게 훈련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난이도가 높은 "앉아" 훈련하기


이름을 부르면 달려오는 고양이 훈련을 마쳤다면 달려온 고양이에게 "앉아"를 시키는 훈련이다. 고양이 훈련의 기본 원칙은 고양이님이 하고 싶을 때 하도록 기다리는 것이다. 오늘 훈련을 하고 싶지 않다고 하면, 여기서 그만 멈춰야 한다. 예민하고 세상 까탈스러운 고양이에게서 신뢰를 잃는다면 어쩌면 다시는 고양이를 안아볼 수도 없는 형벌이 주어질지도 모른다. 부드러운 털 감촉에 얼굴을 파묻고 따스한 온기를 느끼면 행복감이 몰려와 스트레스와 불안지수가 확 낮아진다. 지금 내가 무슨 고민을 했지? 아무 생각도 나질 않으니 이보다 더 좋은 정신적 처방이 있을까? 고양이가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것이 확실하다.


고양이 훈련을 해볼까 생각했다면 우선 내 고양이의 특징을 잘 파악해야 한다. 무슨 간식을 좋아하는지, 집중력이 얼마나 있는지, 집사의 행동을 관찰하는지, 뛰는 걸 좋아하는지 아닌지 정도는 알아야 훈련이 가능하다.

그 부분을 인지했다는 가정하에 훈련에 들어가 보자.



1. 고양이 이름을 불러오게 한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면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간식은 평소에 주지 말고, 훈련 때만 주어 집사와 더욱 친밀한 관계를 만들어 보자.

2. 고양이가 왔다면 이제 손에 든 간식을 보여준다. 이번엔 짜는 츄르를 준비했다. 고양이들의 최애 간식이다.

3. 손등에 츄르를 짜서 살짝 맛 보인다. 고양이 기분이 좋아지고, 어서 훈련이 하고 싶다고 눈빛으로 준비되었으니 해보라는 신호를 보낸다면 조심히 시도해 보자.

4. 앉아!라고 말하고 엉덩이를 살짝 내린다.

처음엔 거부가 심할 것이다. 내 엉덩이에 손을 댔다는 이유로 불쾌함을 표현하기도 한다. 집사의 손을 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 날은 훈련을 멈춰야 한다. 하지만, 뭐지? 왜 그러지? 정도의 반응으로 기다려준다면 다시 훈련을 진행해보자.

5. 다시 차분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앉아"라고 말하면서 엉덩이를 살짝 내린다.

손등에 츄르를 보여주고 눈높이보다 조금 높게 들어 고양이가 사람 손등을 향해 머리를 들었을 때 엉덩이를 살짝 내린다.

6. "앉아"에 성공했다면 잘했다고 쓰다듬고 츄르를 살짝 짜준다.

7. 잠시 쉬웠다 위의 훈련을 반복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고양이에게 줄 간식을 손에 들고 시선을 살짝 위로 향하게 하는 것에 있다. 고개가 올라가면 엉덩이가 내려가는 행동이 꽤 자연스럽다. 고양이가 "앉아"를 할 수 있도록 반복해보자.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을 아끼지 말 것.



"앉아" 훈련의 좋은 점


기다려, 앉아를 할 수 있다면 고양이가 급하게 사료를 먹어 토하는 일을 줄일 수 있다. 고양이는 그루밍을 할 때 입으로 먹게 되는 털을 자연스레 토를 해서 배출하기도 하는데, 이를 헤어볼이라고 한다. 고양이가 자주 토한다면 큰 병으로 이어질 수 있어 고양이는 행동을 유심히 봐야 한다. 사료를 급하게 먹다가 토를 하는 경우도 잦아 천천히 먹을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이때 "앉아" 훈련이 된 고양이는 차분하게 기다릴줄 아는 여유를 배우게 된다.



사람은 어릴 때부터 훈련을 받고 자란다. 사람의 훈련은 고양이에 비해 복잡하지만 사람들은 너무 쉽게 훈련된다. 주변을 의식하여 남과 다르지 않게 행동하고, 하기 싫어도 꾹 참고 해낸다. 학교에 이어 사회에서도 늘 훈련을 받으며 자란다. 선생님에게 칭찬받기 위해 바른 자세를 갖고, 대들지 않았으며, 나보다 남을 더 생각해 배려하고 양보하며 좋은 성적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사회생활을 잘하려고 늘 안테나를 세워 분위기를 파악하고, 답답한 마음을 눌러가며 참고 인내하며 버텼다. 과연 이 삶이 옳은 것일까? 그냥 고양이처럼 하고 싶을 때 하고 하기 싫을 때 안 하면 안 되는걸까?


그렇게 살아도 인생을 잘 살수 있을 것 같은데 뭘 그리도 반듯하게 걷고, 남 눈치를 보며, 할 말 못하고 살았을까? 그렇게 살다 보니 어느새 내 속이 까맣게 타고 여기저기 곪아있다. 고양이처럼 늘어져 낮잠이나 자고 내 몸 여기저기를 그루밍을 하며 잠시 식빵을 구우며 햇살을 만끽하는 오후를 보내고 싶다.





고양이 인문학

그렇게 살아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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