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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속애플 Jul 10. 2024

글쓰기가 쉬워지는 마법

나도 초등작가

어떤 주제로 글쓰기를 할까? 어떤 방식으로 수업을 할까? 어떤 철학을 세울까? 수업 전 준비과정이다. 먼저, 철학을 세워야 한다. 그래야 어떻게 수업을 할지 방향성이 보인다. 철학이 있는 교실은 학생들과 하나의 목표를 갖고 함께 가지만, 철학이 없는 교실은 각기 제 멋대로 갈 길을 간다. 강의차 초등학교에 가면 교실마다 공기의 맛이 다르게 느껴진다. 담임 선생님의 교육 철학이 없는 교실은 어수선하고 산만해 수업 진행에 어려움을 느끼지만, 확고한 철학이 있는 교실은 자유롭지만 질서가 있어 수업이 원활하고 깊이있는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 



글쓰기 교실에도 철학이 필요하다. 원하지 않은 글쓰기 수업에 들어와 글을 써야 하는 아이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글쓰기 욕구가 생기게 하려면 이 행동을 하는 이유를 알려줘야 하고, 함께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아이를 지도하는 선생님이나 홈스쿨을 하는 엄마들이 놓치는 부분이 바로 이거다. 왜 이 공부를 해야 하는지, 왜 써야 하는지, 왜 읽어야 하는지 의미와 목표 없이 강압적인 실행만 요구만 한다면 욕구를 금세 상실된다. 그런 상태로 글을 쓰면 어디서 들어본 듯한 뻔한 글로 채워지고, 얼른 쓰고 끝내려고만 한다. 진짜 글은 써보지도 못하고 백지를 채우는데만 급급해지는데, 이런 경험을 한 아이들은 이후 다른 글쓰기 수업도 하지 않으려 한다. 많은 아이들이 독서 논술이나 글쓰기 수업을 지겨워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목적 없이 행동하게 하고, 글 채우기를 압박한다면, 글 베끼기 실력만 키우는 셈이다. 이번 주제의 글쓰기 방향성은 3가지로 잡았다. 생각 글쓰기, 말 글쓰기, 끝까지 글쓰기다. 또한 우린 함께 매주 글을 써 12주엔 한 권의 책을 완성하기로 했다. 같은 배를 탄 것이다. 



주제는 "나"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다. 몇 년 전부터 '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나를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삶이 달라졌다. 이걸 몰랐다면 평생 억울할 뻔했다.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불혹의 나이를 넘어서야 깨달았다. 아이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었다 '나'에 대해 관심을 갖고 나에 대한 글을 쓸거라고 말했다. 세심한 질문을 던져 나를 들여다보는 글쓰기를 해볼 요량이다.



먼저, "나"에 대한 그림책을 찾았다. 한참을 찾고 또 찾다 적절한 책을 발견했다. 그림책 "나는 누구인가요" 사람 얼굴을 지문으로 표현한 그림체가 독특해서 맘에 들었다. 그림책을 읽으며 '나는 누구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누굴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뭘까?

행복할 때는?

이런 평범한 질문을 먼저 던져 아이들의 마음을 연 후

생각하는 질문을 슬쩍 끼어놓는다.


웃음이 날 때?

어른들 도움 없이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주제에 맞는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 후, 우리가 나눈 이야기 그대로 글을 쓰게 안내했다. 종이를 들이밀고 글을 쓰세요.라고 하면, 뭐라 써야 할지 한참을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뭘 좋아하니?라는 질문에 대답하기는 오히려 쉽다. 답이 떠오르지 않던 아이도 친구들이 말하는 얘기를 듣다 보면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웃음이 날 때가 언제인지 번뜩 생각난다. 글쓰기가 쉬어지는 마법은 바로 말하기다. 

"선생님 저는 생일날 가장 행복해요. 왜냐면요... ", "저는 사슴벌레를 키우는데, 걔랑 노는 게 젤 좋아요." "선생님 우리 집 강아지는 감자인데요. 감자가 집에 돌아오면 막 꼬리를 흔들면서 반겨줘요. 진짜 귀여워요." "우리 할머니네 집이 바다예요. 할머니네 가면 상추도 따고, 방울토마토도 따 먹는다요!" "김로준 만났을 때요. ㅋㅋㅋ" (로준이가 옆에서 웃는다) 




"자.. 발표 시간 끝났어요. 지금 말한 걸 이제 글로 써봅시다."

"그냥 써요? 지금 말한 거요?"

"네~ 선생님 글쓰기 수업은 말 글쓰기예요. 말하는 것 그대로 써보기. 먼저 생각해 보고, 생각한 것을 말하고 말한 것을 글로 씁니다. 말하는 거 어렵지 않죠? 딱 그대로만 쓰면 돼요. 이제 말하듯 글을 써봅시다. 시작!"

아이들은 자신들이 떠들어 댄 것을 적기 시작했다.



웃음이 날 땐 언제인가요? 답이 재다.

간지럼 탔을 때!

강아지가 할틀 때

이빨 빠지대

엄마가 안아주때

놀이터애서놀때

할 말이 없네~ (유행하는 쇼츠음악)

스로장남 (옷으로 장난)

얼굴지그리기

타조가 터널에서 경찰가자 삐용삐용 할 때도 개속 않비키기.

(아이들의 글 그대로 옮습니다)



최근 뉴스에서 타조가 탈출해 도로에서 발견됐다는 기사를 봤다. "그런데 타조가 탈출했는지 아는 사람?" 아이들에게 미끼를 던졌다. 궁금해했다. 아주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만 아는 비밀이라는 듯, 조용하고 은밀한 이야기가 시작됐다.


「도로를 달린 타조 이름은 타돌이. 생태체험관에 있던 타조는 한  아내를 떠나보냈다. 체험관에서 탈출해 차도달렸고 경찰차가 질주를 막자 반대편으로 달아났다. 추적하는 경찰차는 계속 늘어놨고 한적한 공터로 타조를 몰았다. 막다른 길에 도착해 타조는 당황했고, 소방대원과 경찰은 합동해서 타조에게 천을 씌워 불안하지 않게 한 후, 안전하게 포획했다는 이야기다.」 



아이들은 타조가 어떻게 됐는지 그 이후 상황을 궁금해했다. 아이들이 꺼낸 소재를 주제 삼아 이야기를 시작하면 무섭게 집중한다. 관심 없던 아이들도 흥미를 가지며 한 문장씩 꺼낸다. 문장이 모이고 모여 한 페이지가 완성됐다. 타조 덕분에 첫 수업을 얼렁뚱땅 마쳤다.



남에게 무언가를 그냥 주기보다는 그것을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게 훨씬 좋은 일이다. 뭔가를 주기만 하고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으면 그 사람은 평생 동안 남이 주는 것을 받기만 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그 사람은 끊임없이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게 되기 때문에 결국 자신의 인격이 없어지고 도둑질당하는 셈이 되지 않겠는가, 이런 식으로 하면 그 사람에게 친절한 것이 도리어 불친절한 것이 되고 만다고 하셨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중에서



글을 잘 쓰는, 멋지게 쓰는, 또는 부모님께 잘 보이는 글쓰기 수업이 아닌 생각을 꺼내 글로 표현하는 쉬운 글쓰기에 대해 알려주고 싶다. 이제 첫 삽을 떴다. 글씨앗을 심고 물을 주면 언젠가 꽃피는 날이 올까? 지금은 보이지 않고 예측할 수 없지만 씨앗 하나 심었으니 글나무는 아니더라도 새싹이라도 올라왔으면 좋겠다.






수업 핵심 요약

1. 먼저, 철학을 세우자.

2. 주제에 맞게 자유롭게 말하는 시간을 갖자

3. 아이들이 던진 소재로 스토리텔링하기 





12주 글쓰기 수업

나도 초등 작가

쓱쓱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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