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수업 9주 차다. 이제 '수업 시작합니다.'라고 말하면 아이들이 자리에 앉아 주제에 맞게 착착 글을 쓸거라 예상했는데, 그건 초보 강사의 오만이었다. 남자아이들 중 몇몇은 수업 시작하자마자 슬쩍 자리를 뜨려 한다.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한번 더 가야 한다거나, 갑자기 배고프다고 간식을 먹고 싶다고 떼를 쓴다. 온갖 핑계를 다 댄다. 티 나게 쓰기 싫다고 표현하는 남자아이들과 다르게 여자아이들은 알듯 말듯 조용히 방해를 한다. 쓰라는 글은 안 쓰고, 뒷장에 그림 그려도 되냐고 묻는다거나, 옆에 앉은 아이랑 시작한 이야기 배틀이 끝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단어 한 마디 써 놓고 다 썼다고 하는 녀석도 있고, 글을 모른다고 배 째라고 하는 아이도 있다. 이런 아이들을 달래서 한 장의 글을 완성하는 과정이 녹록지 않다. 수업을 끝내고 나오면 힘이 축 빠져 살바도르 달리의 녹아내린 시계처럼 차 안에서 늘어져 잠시 집 나간 영혼이 돌아오길 기다렸다 집에 돌아왔다.
수업을 망친 날이 있었다. PPT 자료를 열심히 준비해 갔는데, IPTV가 고장이 나서 볼 수 없다고 한다. 여러 돌발상황을 준비했기에 별 어려움이 없을 거라 예상했지만, 역시 녀석들은 그 틈을 찾아내고야 만다. 마이크와 화면이 없는 상황에서 스무 명의 아이들을 집중시키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 도와주시는 센터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혼내며 집중시키려 했지만, 이야기보따리가 풀린 아이들은 흥분을 감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한마디로 시장판이었다.
그동안 필살기로 썼던 모든 수업 기술을 활용했지만 이날만큼은 보란 듯이 떠들어댔다. 이대로 하다간 수업을 시작도 못할 것 같아 떠들든 말든 평소처럼 시작했다. 목은 아파오고 마음은 벌써 차 시동을 킨 상태다. 내 소리는 아이들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지만 앞에서 열심히 들어주는 성실한 아이들의 눈을 바라보며 수업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이제 글쓰기 시간. 억지로 떠밀려 글쓰기를 시켰다. 아이들이 쓰기 시작했다. 떠드는 아이 반, 쓰는 아이 반이었지만, 그래도 쓰니 다행이란 생각까지 들었다. 아이들 일일이 찾아가 1:1 글쓰기 지도를 했다. 주제에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말하듯 글쓰기 시간을 가졌다. 시끌시끌 정신없지만 한 사람씩 붙잡고 주제를 알려주니 그래도 글쓰기는 돌아갔다.
주제: 내 모습에 대해 글쓰기
이게 정말 나일까?
요시타케 신스케
먼저, 내 모습 관찰하기
내 코는 어떻게 생겼나? 내 손가락은? 내 몸은? 나는 어떠한지 글쓰기
아이들이 지나치게 떠든 이유는 주제와도 연관이 있다. 자신이 어떻게 생겼는지 관찰하라고 하니 갑자기 시끄러워진 것이다. 서로 글을 쓰며 나는 코가 뚱뚱하다거나, 머리가 짧다거나, 손가락이 뾰족하다거나, 내가 봐도 나는 너무 귀엽다거나.. 등의 글을 쓰던 중 누군가 "나는 못 생겼다"라고 쓴 것이 웃음 버튼이 됐다. 그 글을 본 옆에 아이가 "나는 우주에서 제일 못 생겼다"라고 쓰면서 책상에 손바닥을 내리치며 웃는 아이, 발을 동동 구르며 배 아파하는 아이, 나도 그렇게 쓰겠다며 지우개로 몽땅 지우는 아이들의 짓궂은 행동이 재미있어 그냥 내버려 둔 탓도 있다.
아이들이 지나치게 떠든 이유는 주제와도 연관이 있다. 자신이 어떻게 생겼는지 관찰하라고 하니 갑자기 시끄러워진 것이다. 서로 글을 쓰며 나는 코가 뚱뚱하다거나, 머리가 짧다거나, 손가락이 뾰족하다거나, 내가 봐도 나는 너무 귀엽다거나.. 등의 글을 쓰던 중 누군가 "나는 못 생겼다"라고 쓴 것이 웃음 버튼이 됐다. 그 글을 본 옆에 아이가 "나는 우주에서 제일 못 생겼다"라고 쓰면서 책상에 손바닥을 내리치며 웃는 아이, 발을 동동 구르며 배 아파하는 아이, 나도 그렇게 쓰겠다며 지우개로 몽땅 지우는 아이들의 짓궂은 행동이 재미있어 그냥 내버려 둔 탓도 있다.
그렇게 아이들은 자신을 관찰하는 글을 쓴 후,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관찰하는 시간을 이어 갖은 후 글쓰기를 마쳤다.
시간이 조금 남아 쓴 글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 아이가 발표를 하자 순간 정적이 흘렀다. 이렇게 갑자기 조용할 수 있다고? 아이들은 발표하는 아이가 부러웠던지 서로 자신의 글을 발표하겠다고 아우성이다. 발표 순서를 정해주고 다른 사람의 글을 경청하자고 말했다.
평소 장난이 심한 승우가 발표를 하겠다고 손을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내가 생각하는 내 모습에 대해 쓴 글을 멋지게 발표했다. 뿔 달린 악마로 표현한 자신이 얼마나 괴짜인지를 설명하며 또 한 번 아이들의 웃음버튼을 눌렀다. 자신을 잘 표현한 승우의 글을 칭찬하며 수업을 마쳤다.
수업을 망친 날 얻은 교훈이 있다. 아이들이 떠들고 집중하지 않는다고 수업을 듣지 않는 건 아니었다. 아이들은 자신이 무얼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태도"를 중시 여긴다. "태도"가 바르지 않으면 배울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부모들이 자녀를 가르치다 가장 화가 많이 나고 아이를 혼내는 부분이 바로 태도다. 하지만, 아이들은 태도가 중요하지 않다. 쓰는 과정과 행위가 더 중요하다. 아이들은 누워서도 쓸 수 있고, 옆 친구와 떠들면서도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바른 태도로 선생님 말씀, 부모님 말씀을 경청하렴. 그래야 가르쳐줄 거야' 이렇게 태도만 강조했다면 오늘 수업을 시작도 못하고 끝냈을지도 모른다.
해야 할 일을 시간 안에 끝내도록 경계를 그어줬다.
마칠 시간 전,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며 도움을 줬다.
끝까지 글쓰기를 완성하도록 독려했다.
그리고 오늘도 한 장의 글을 완성했다.
이렇게 쓴 글은 11주가 지나 한 권의 책이 된다.
수업 핵심 요약
1. 태도만 지적하다간 수업 시작도 못한다
2. 안 듣는 것 같은데 그래도 쓰는 아이들
3. 끝까지 글쓰기의 힘
12주 글쓰기 수업
나도 초등 작가
쓱쓱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