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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Dec 09. 2022

지역성에 대한 소고

보편화된 도시의 삶에서 지역을 위해 필요한 미술관 교육에 대한 고민

  올해 4월, 치열한 고민 끝에 다시 미술관으로 돌아가기 마음먹었고, 지역의 미술관에서 분관을 운영하는 에듀케이터가 되었다. 퇴사 직전 나는 지역협력팀에서 근무했는데, 17개 시·도의 광역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담당자들과 부대끼며 지역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워크숍을 운영했었다. 당시 지역협력팀으로 부서 이동 후,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지역'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이 답 없는 질문에 한동안 괴로워했었는데, 당시 전문가로 모셨던 유구리 최실장 최선영 선생님의 말씀이 마음에 남았다. 도시화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보편화된 삶을 살고 있는데, 과연 '지역성'이란 것을 어떻게 정의하고 찾아낼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렇게 지역성에 대해 머리를 싸매고 끙끙거리다 갑자기 지역으로 오게 되다니, 나 역시 스스로 새로운 질문을 던져야만 했다. 


 그래서 '지역성'은 무엇일까? 우리는 우리의 전시와 교육에 '지역성'을 반영해야만 할까?, 그렇다면 우리가 담아내야 하는 지역의 특성은 어떻게 발견할 것인가?  과거 중앙 기관의 담당자로서는 각 지역별 지역성을 조명해주고, 지원해줄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했다. 그러나 지역의 한가운데에서 시민을 만나는 지금은 분명 다른 차원의 고민이 필요한 시기이다. 


 최근 11년 남짓의 서울 살이를 청산하고 수원으로 전입신고를 했다. 대학 입학 전까지 서울을 와본 적도 없었던 경상도 토박이인 나에게, 솔직히 서울 말씨를 쓰는 경기권 사람들의 정체성은 서울 사람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서울을 대중교통으로 드나들 수 있는 지역이라면 나에게 서울과 큰 차이가 없었달까? 이런 무지몽매한 생각을 20대 중반까지는 가지고 살았던 것 같다. 지역에서 전시를 하고 교육을 하게 된 이상, 지역성에 대해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설령 그것이 다른 도시의 것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할지라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증명하고 싶다. (분명히 차이가 있을 것으로 이미 확신은 하고 있다) 이방인으로서 감히, 앞으로 근 3개월 간 알아내고자 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1.  수원이 가진 지역성, 혹은 지역적 특수성은 무엇인가?

수원은 경기권의 다른 베드타운들과 다르게 서울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 않은 편이다. 그렇다면 고유의 지역성은 무엇이며, 사람들의 마음 한 모퉁이에는 어떤 지역성이 자리하고 있는지, 아주 작은 것이라도 보아야 할 것 같다.


2. 현재 수원의 미술 현장에서는 무엇을 했고, 또 하고 있는가?

수원에서 가 본 전시공간이라고는 재직 중인 기관의 공간과, 아주 오래전 우연히 들렸던 대안공간 눈, 상상 캠퍼스뿐이다. 수원 내에서 전시와 예술교육이 이루어지는 공간의 지형을 그려보고자 한다. 미술관 교육도 결국 사람에서 시작한다. 공간뿐 아니라 어떤 작가, 기획자 등 사람이 뿌리를 내리고 활동하고 있는지를 조금씩 찾아보고자 한다. 기왕이면 미술관 교육자의 시선으로 살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3. 지역성을 고려했을 때, 에듀케이터로서 앞으로 만들어 나가야 할 전시와 교육은 어떤 형태인가?

올해는 사실 중간에 투입되어 큰 틀이 짜여진 일들을 쳐내기 바빴다. 내년에 새로 기획을 앞두고 있는 프로젝트와 전시를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 지역성이라는 답을 찾아 반영하려 한다.



 물론 지역성과 관계없이 미술관 교육이 해야 할 일은 더 많다. 사람들이 발걸음을 떼 굳이, 미술관에 오게 하고, 마음에 드는 작품과 사랑에 빠질 기회를 주며, 한 번의 방문이 여러 차례의 경험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 등 보편적으로 수행해야 할 일들도 있지만, '지역' 미술관 교육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역할(임무)도 분명 있다.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방법은 여전히 고민 중인데, 아마 공간을 누비고 수원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방식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나름대로 체득한 것들은 브런치에 정리해서 남겨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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