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신념이라 말하지 말자
"신념", '굳게 믿는 마음'. 네이버에 검색하니 아주 간단하게 정의되어 있다. 이와 유사하거나 가까운 의미의 단어들로는 철학, 소신, 신조, 신앙, 확신 그리고 믿음 이라는 단어들이 있다.
나에게는 신념이 있는가? 라는 질문에 솔직히 나의 대답은 '아니다' 이다. 정치적인 신념, 신앙적 믿음 그리고 더 포괄적으로는 삶에 대한 신념에 대해 생각해 봤을 때 나는 그 어떤 "굳게" 믿는 마음은 없는 것 같다. 어느 정도 믿거나 쉽사리 바뀌지 않을 만한 마음가짐 정도는 있는 것 같지만 정말로 변치않을 만한 확신이나 믿음은 없다. 특히 직장인으로서 내 삶을 둘러봤을 때 어떤 신념이 자리 잡고 있느냐고 물어 본다면 그나마 답할 수 있는 것은 "생각의 유연성" 정도이다. 누군가 '줏대'없어 보인다고 얘기할 수도 있겠다.
종종 주변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이 '신념'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특히 정치문제와 관련해서 이야기할 때는 정말 사실관계, 논리나 이유, 원인 불문하고 아주 첨예하게 서로 갈등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정말 정치얘기는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다. 서로 첨예하게 대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누가 옳은지 누구편인지를 나에게 묻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어느날 가만히 앉아 듣기에 너무 거북해서 정치적 대립관계를 드러낸 친한 지인 두명에게 '정치적 신념'이 무엇이냐고 물어 본적이 있다. 간단히 말해 두명다 본인의 정치신념에 대해서는 뚜렸이 답하지 못했다. 다만, 반대편만 아니면 된다는 식이었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그런 일관된 생각은 어떻게 가지게 된 것이냐고? 현재 가지고 있는 정당 지지에 대해 오늘 당장 어마어마한 스캔들이 터진다면 그 생각이 내일 바뀔수도 있냐고? 그랬다가 정치에 관심없으면 그입 다물라는 소리만 들었다. 충고를 따끔하게 받아들여 그 후 정치관련해서는 아무얘기도 꺼내지 않았다. 그 자리를 파한 후 위의 지인 두명에 대한 나의 생각은 현재 정치 이슈와는 무관하게 "멍청한 일관성"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두명 모두 중년의 나이가 될때까지 지지하는 정당이 바뀐적이 없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치 정당들은 시대가 바뀜에 따라 그 추구하는 가치와 기조정책들이 서로 섞이고 혼합되어 왔다. (혹시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직장에서도 이런 '멍청한 일관성'을 보이는 사람들이 꽤 있다. 마치 자신의 기준이 절대적인 옮고 그름의 가치기준인 듯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업무협의나 이슈 처리 과정에서 타협의 여지를 절대 보이지 않으려 하거나 자신의 '신념'이라는 말로 업무처리의 유연성을 거부한다. 더불어, 이미 잘못된 일처리임이 모든 사람들에게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기존에 처리 방식이나 방법을 고수한다. 이런 사람이 직장 동료일 경우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일을 어렵게 끌고가게 되어 시간낭비에 인력낭비를 초래하고 아울러 주변사람들에게 쓸데없는 스트레스를 안긴다. 이보다 심각한 경우는 바로 나의 상사나 부서장이 이런 유형의 사람일 경우이다. 꼭 '똥을 찍어먹어 보아야 똥인줄 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업무 초기에 설정한 방향성이나 의사결정이 이후 상황의 변화나 어떤 이유에서든 현재 시점에 바꾸어야 하는 경우는 몹시도 자주 일어난다. 자신이 내린 결정이나 방향이 잘못 되었거나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태도나 말을 바꾸는것에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 '그 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리다'라는 말을 받아 들이지 못한다. 직장에서의 업무는 급변하는 상황속에서 언제든지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는 것이 정답이다. 겜블링을 하듯이 막연한 기대나 예상에 기대서는 안되는 것이다. 근래의 모든 회사들이 데이터 베이스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회사와 나는 계약의 의한 갑을 관계임에 언제나 회사측면에서의 최선의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 쓸데없는 일관성이나 신념에 기대어 업무를 처리해서는 안되며 일관성을 유지 못하는 것에 대해 다른 사람들의 비난 혹은 '저사람은 일관성이 없어'라는 소리를 듣기 싫어 고집을 피워서도 안된다. 아울러, 당신 개인의 신념은 회사의 이익추구와는 그다지 관계가 없음에 멍청한 일관성을 버리고 당신과 동료들의 경험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업무추진이 바람직하다.
나를 바라보는 염세주의 창과 문제 해결을 위한 낙관주의 거울
고도의 산업화와 기술적 진보사회는 사람들의 정신을 나약하게 만든다고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보았다. 외형적 편의와 안락함은 사람들이 어떤 문제에 봉착했을 때 이성적 고뇌와 숙고로 극복하기보다 외부의 도구나 변화로 해결하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이러한 경향은 사람들이 쉽게 우울증에 빠지게 하며 그 우울함에서 빠져나오기 힘들게 하기도 한단다.
맞는 말인 듯 하다. 우울함으로 인해 판단력이 흐려지고 자신 이외의 모든 것들로 부터 멀어지게 한다. 이는 쉽게 불감증을 일으키며 망상에 빠지게 하기도 한다. 일단 망상에 빠지면 이 세상에서 혼자만 고립된 느낌에 사로 잡히게 되며, 나만 왜 이렇게 힘들까? 왜 나만 이렇게 희생해야하나? 하는 헛것에 사로 잡힌다. 이로 인해 쉽게 분노를 일으키게 되며 스스로를 다른 사람들로 부터 더욱 고립시킨다. 이런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결국 '멍청한 일관성'은 물론이거니와 '소통불가', '사회부적응' 으로 전개된다.
이세상에서 나만 고민하고 힘들며 희생당하는 것은 아니다. 당신이 이런 생각이 조금이라도 든다면 지금 바로 스스로를 재점검해보도록 하는 것이 좋다. 귀찮고 피곤하더라도 치열하게 다시 생각하고 자신을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스스로를 자각하고 낙관적인 사고를 도입하는데 노력해야 한다.
쉽게 말하자면, 이세상 힘든 사람은 당신 뿐만이 아니고 경중은 다르지만 모두 다 힘들다는 것이다. 유연하게 생각하고 보다 긍정적으로 살아보도록 노력하는 것만이 당신이 덜 힘들어지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