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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상 Irondenker Jun 03. 2024

내가 쿠로미를 좋아하는 이유

그를 좋아하게 된 6가지 수단적 진심

0. 귀엽다

우선, 쿠로미는 귀엽다. 귀여운 캐릭터를 덕질하는 것은 마치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과 같다. 나중에 제시될 온갖 수단으로써의 이유가 나올테지만, 귀엽지 않으면 사용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1. 기믹

처음엔 그냥 기믹으로 시작했다. 남자가 쿠로미를 좋아한다는 레어한 설정을 가지고 싶었다. 이러한 설정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적합하니까.


2. 관심 갈구

이게 나잇값 못하는 행동이라는 것은 나도 알고 있다. 난 그냥 관심이 필요하고, 그냥 그걸 즐기게 놔두었으면 좋겠다. 좋게만 볼거라고 생각한 적 없다. 나를 특이하게 여기든 긍휼히 여기든, 그건 날 보게 될 각자 개인의 판단이다.


3. 멘헤라 정서에 대한 간접적 체험과 공감

사실 쿠로미가 멘헤라의 상징임은 잘 알고 있었다. 알고서도 좋아한 것도 맞다. 하지만 난 멘헤라가 아니다. 상세한 이야기를 공개된 게시물에서 밝힐 수는 없지만, 복용중인 약물과 급격한 상황 변화가 사람의 성격을 급격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몸소 느끼게 되었다. 사람의 정신이 사소한 이유로도 쉽게 뒤바뀌고 흔들릴 수 있다는 걸 느꼈다(내가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함부로 입에 담는 것이 실례가 될지 모르지만, 정신질환이나 불우한 환경, 혹은 끔찍했던 일련의 사고가 어느 정도로 사람의 정서를 변화시키는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실제로 겪게 되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일련의 경험을 통해 나는 멘헤라라는 단어를 적어도 내 기준에서 다르게 정의하기로 했다. '멘헤라'는 특정 사람이나 집단을 칭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마음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불건강함과 가변적 성질 일체이다. '멘헤라'는 모두에게 있다.


4. 쿠로미와 남성에 대한 새로운 상관관계 생성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사람들은 "쿠로미를 좋아하는 여자"에 대한 인식이 확고한 반면, "쿠로미 좋아하는 남자"는 그에 비해 약한 것 같았다. 애초에 딱히 이렇다 할 인식이 씌어져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이 말은 즉, 쿠로미를 기믹으로 삼은 나의 일거수일투족이 "쿠로미를 좋아하는 남자"에 대한 인식으로 직접적으로 이어져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참으로 매력적인 상황이다.


5. 쿠로미와의 유희적 상징성 대결, 실험, 행위예술

아주 뭉뚱그려 말해서, 쿠로미가 가지는 상징성을 '멘헤라'의 집단발현이라고 하자('나'는 그냥 '나'이다.). 나의 기호 자체가 쿠로미가 가지는 상징성이 나의 상징성에 씌여질지, 나의 상징성이 쿠로미의 상징성에게 씌어질지를 겨루는 일종의 실험인 셈이다. 동시에 이러한 과정을 관측하며 즐기는 나만의 작은 행위예술이기도 하다.


~결론~

나는 상기한 이유로 쿠로미를 좋아한다.


이 기호를 얼마나 유지할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내가 좋아할 수 있을만큼 좋아하고, 놓아줄 때가 되면 놓아줄 것이라는 아주 당연한 얘기 밖에 하지 못하겠다.


쿠로미는 귀엽고, 나는 여러 이유로 쿠로미를 좋아한다. 쿠로미를 순수하게 좋아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쿠로미를 좋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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