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외모에 관한 이야기를 나올 때 어머님이 내 눈을 빤히 쳐다보며 종종 하는 말이 있다.
“솔직히 내 얼굴정도면 괜찮잖아?”
혹은
“나 정도면 어디 가서 못생겼다는 소리는 안 듣잖아?”
(이때 뚫어져라 바라보는 표정에서 맞장구를 얻고 싶어 하는 마음을 읽었다.)
이럴 땐 어머님 말에 동의하건 동의하지 않건 외모가 어찌 되었든 간에 웃으며 호응하면 된다. 상대를 향한 긍정적인 반응은 다 같이 미소 지을 수 있는 일이니까. 그리고 심플한 일이니까. 하지만 이렇게 쉬운 것조차 어느 순간부터 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게 된 일화가 있었다.
나와 남편 그리고 어머님 이렇게 셋이 어머님댁 거실에 앉아있었다. 그러다가 남편이 즐거운 이야기를 같이 나누고 싶어서 우리 집에 갔을 때 가족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을 어머님께 보여줬다. 그 사진 속에는 우리 엄마랑 아빠, 새언니와 친오빠 그리고 태어난 지 7개월 된 귀여운 조카, 마지막으로 나와 남편이 나온 평온한 가족의 시간이 담긴 사진들이었다.
아마 나였다면 “보기 좋다~” “어른들은 건강하시고~?”
“조카랑 즐거웠겠네~”
이런 반응을 했을 것 같다. 이게 내가 가진 스탠다드다.
하지만 어머님은,
(우리 엄마와 조카가 함께 찍은 사진을 무미건조하게 살펴보다가 우리 엄마를 가리키며)
“사돈인가? “
”네. 엄마예요. “
”근데 결혼식 때랑 좀 다른데? “
”그때랑 똑같으셔. “
”아니야. 그때는 안 이랬는데. 좀 달라. 사진이 이상하게 나온 건가, 얼굴이 이렇지 않았어. 이상한데. “
(몇 장 넘기다 다 같이 나온 사진을 보며)
“여기서 우리 아들 인물이 제일 낫네.”
“네?”
“굳이 그런 말을 왜 하지? 여기 ㅇㅇ네 가족사진에서. “
“왜. 엄마는 그냥 보이는 대로 말하는 건데.”
“아니 그니까...”
“아니야. 다시 봐도 우리 아들이 제일 나아.”
“하.... 그래요...”
난 가끔 보통의 기준에 대해 생각한다. 그것은 내가 여기는 기준이 다른 사람과 다를 수도 있다는 점. 그러니 타인의 행동이 내 기준에 부합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그래 그럴 수도 있지 뭐’라고 별거 아닌 듯 넘겨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상대의 말이 내 기분을 오묘하게 찌그러트리니 이야기가 달라졌다.
어머님은 시어머니라는 위치가 특권인 것 마냥 본인의 말은 다 허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사돈(우리 엄마)의 얼굴에 대한 왈가왈부가 크고 작은 말이든 간에 내 앞에서 굳이 우리 엄마 얼굴이 이러쿵저러쿵 하는 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걸 듣고 “하하 호호 그런가요?”라고 말할 줄 알았나.
어머님은 본인이 솔직하다고 생각했고 나는 어머님을 상대에게 기본도 갖추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어머님은 솔직하게 말한 본인을 쿨한 사람처럼 여겼지만 나는 오히려 그 말에서 어머님이 우리 가족들보다 더 나아 보이고 싶어 하는 아등바등한 마음을 파악했다.
이 날 집에 가는 길에 남편과 이야기를 나눴다.
“ 나 아까 기분이 좀 그랬어.”
“나도 느꼈어. 그리고 나라도 기분 나쁘지. 아니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진짜 이해할 수가 없네.”
“갑자기 든 내 생각인데 우리 가족사진이 북적북적하고 자기 아들이 우리 집에서 웃으면서 행복해 보이니 상대적으로 질투를 느끼신 건가 싶어. 그렇다한들 저렇게 말해도 되는 건 아닌데...”
“당연하지. 옛날부터 내 칭찬을 해왔으면 또 이러네 할 텐데, 이제까지 살면서 엄마한테 어떤 칭찬도 들어본 적이 없어. 하, 근데 갑자기... 그리고 누가 봐도 장인어른이 제일 멋지게 나왔구먼.”
아무것도 아닌 평온한 날 가만히 있는 나에게 갑자기 자갈을 던지신 어머님. 자갈은 매우 작아도 던지는 행위가 나쁜 건데. 누군가에게 무엇이든 던지면 안 된다.
그리고 얼굴이 못생기고 예쁘고 떠나서 타인의 기분을 살필 줄 알고 누군가의 기쁨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사람의 표정은 여유롭고 우아하기까지 하다.
그런 의미로 내 시선으로 바라본 어머님은 이러한 모습을 보기 어려웠다.
남편의 talk
누가 봐도 가족사진 중에 내가 제일 못생겼는데.
하..... 순탄한 결혼생활에 굳이 고난과 역경을 만들어서 인상 찌푸리게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