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속한 첼시 팬이다. 어느 정도냐면 새벽에 하는 경기도 다 챙겨보고, (이기면 파란색 두건도 흔들어댄다) 내가 싫어하는 팀한테 지면 그다음 날까지 기분이 안 좋다. 근데 요즘 싫어하는 팀은 둘째치고 첼시가 이기는 날이 없어서 매 경기 끝날 때마다 기분이 언짢다. 첼시가 이렇게 나의 인내심을 키워주는구나.
그리고 되도록 천천히 만나고 싶었던 최근 물 오른 토트넘 vs 폭망 첼시. 싸움 안 나면 다행인 런던더비이자 포체티노 더비가 기가 막힌 타이밍에 돌아온다.
로만 구단주가 나가고 새로 들어온 별 이상한 구단주가 투헬까지 쫓아내는 쓸데없는 일을 하더니 뜬금없이 데려온 포터가 와서 아예 팀을 무너트렸다.
그러니까 명장 급 감독을 자르고 사원 급 감독을 데려오는 게 말이 되냐! 명장을 못 데려올 것 같으면 팀장 급이라도 데려와야 될 것 아니냐!
그러다 본인도 아차 싶었는지 헐레벌떡 팀을 수리하기 위해 부른 (구) 토트넘 (현) 첼시 감독 포체티노. 더비에 더비를 더하니 얼마나 흥미진진할지 비록 새벽 5시 경기지만 안 볼 수 없다.
두 팀 간에 전적 승률은 첼시가 월등히 높다. 첼시가 아무리 다른 팀들에게 많이 미끄러져도 토트넘에게는 강했다. 하지만 그 수치는 이미 지나간 일에 불과할 뿐. 왜냐하면 두 팀 모두 감독도 달라진 데다가 스쿼드의 변화까지 있으니. 심지어 첼시는 라인업조차 송두리째 달라져서 아예 다른 팀이 되었다. 예전의 첼시가 아니다. (물론 예전에도 답이 없었지만) 지금의 첼시는 과거의 영광조차 희미해졌고 심지어 받아들이고 싶지 않지만 우리는 지금 동네 북이다.
흑흑
이길까? 질까? 머리에서 무한 꼬리질문을 하다가 귀결되는 답은 ‘이긴다.’ (지금까지 첼시 못한다고 하지 않았니?)
13위가 2위를 이길 것이라고 예측하는 게 말이 안 되는 거 같긴 하지만 이렇게 생각한 이유가 있다.
토트넘은 흐름이 좋은 만큼 상태가 안 좋은 첼시를 공격적으로 밀어붙일 것이다. 아스널이 첼시에게 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 경기에서도 분명 첼시가 더 나은 팀이었다. 하위권 팀과 경기를 할 때는 상대가 내려앉아 있어서 안 그래도 공격수가 약한 첼시가 좀처럼 공격 포인트를 올리기 어려운 반면 상위권 팀과 할 때는 역습 공간과 미드필더 움직임이 부각된다. 그래서 어쩌면 이번 경기에서 첼시가 토트넘을 상대하는 게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패스가 좋은 팔머와 앤소가, 스피드가 좋은 무드릭이, 아주 가끔씩 본인 할 일 하는 스털링이 무엇보다도 소니의 쓰임을 잘 아는 포체티노가 뭔가 보여줘야 할 경기이다.
내일 새벽 5시. 일어난 게 아깝지 않게 재미있는 경기가 펼쳐지면 좋겠다. come on! chelsea!
빅경기인만큼 부디 제대로 된 주심이 들어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