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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새미 Dec 11. 2023

단발을 하지 말라는 시어머니의 이상한 말

5.



요즘은 모르겠지만 내 청소년기 시절엔 학교에서 두발단속을 했다. (현재 30대 초반에서 중반을 향해가는 중)

중 고등학생이 지나고 대학생이 되니 비로소 자유가 생겨 파마도 하고 염색도 하고 계절에 따라 조금씩 변화를 줬다. 다이어트처럼 시간과 에너지를 쓰지 않고 머리카락만 잘라도 바로 스타일 변신이 가능하니 참으로 합리적인 행위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난 몇 년 전 신혼 초기, 아주 더웠던 여름에 치렁치렁한 머리카락을 단발 기장으로 싹둑 잘라냈다. 지극히 일상적인 일이었는데... 일상적인 일에도 굳이 불필요한 말이 오고 갈 수 있다는 것을 어머님을 통해 알게 되었다.


머리를 자르고 며칠 후에 남편과 어머님과 가벼운 식사자리를 가졌다.

여기서 잠깐!

이전에도 느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확고해진 것 개념 하나가 가족이라는 명목하에 자주 만나는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 ‘우리는 가족이니까!‘라는 ‘위아 더 원’ 이전에 가족이라는 틀에서 개개인의 정서적 공간이 먼저 확보되야 한다. (우리 어머님처럼 본인의 말이 타인에게 어떻게 들릴지 관심이 없는 사람은 내가 자발적으로 적당한 선을 만들어야 한다)

어쨌든 다시 글로 돌아와서, 머리스타일이 짧아진 내가 썩 탐탁지 않으셨던 것 같다.

정말이지 머리를 보고 왈가왈부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 날 나와 남편 그리고 어머님은 근처 음식점에 도착했다. 남편은 주차를 하고 온다고 해서 우리만 먼저 내렸다. 그런데 같이 있을 때 아무 말 안 하시다가 음식점에 도착해서 남편이 주차를 하러 간 사이 어머님이 불쑥 말을 꺼냈다. 마치 이때다!라고 노리고 있던 것처럼.


“머리 왜 이래”

(머리 왜 이래 라는 말은 아마도 머리를 왜 잘랐어?라는 말이겠죠?)

“아! 머리카락 잘랐어요.”

“왜”

“오..? 그냥 잘랐어요 ㅎㅎ 여름이기도 하고요.”

“머리 자르니까 00은 뭐라고 안 해?”

“오빠요? 오빠는 당연히 뭐라고 안 하죠?”

“아, 그래~? “   


내 모습 중에 뭔가 본인 마음에 안 들면 꼭 제3자의 의견을 묻는다. 그 사람 등에 숨어, 그 사람의 말을 빌려 뭐라고 하고 하고 싶은 마음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주차를 하고 온 남편이 등장했다. 어머님이 갑자기 말을 멈췄다. 좀 전에 하신 말씀은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겨버렸다. 그렇게 할 수 있었다.


그러다 밥을 거의 다 먹고 밖으로 나가기 전 남편이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나로서는 다소 이해하기 쉽지 않은 말을 하셨다.


“다음부터는 단발하지 마.”

“네?”

“결혼하면 다들 머리 안자르던데? 왜 잘라? 내 주변엔 너처럼 머리 자르는 사람 없어. 다 기르지. “

(생각치도 못해본 말을 듣다보니 리액션이 고장났다)

“결혼했으니 이젠 자르지 말고 길러“


어머님의 이래라 저래라의 시작은 이때부터 였던 것 같다. 아무말 하지 않는 내 모습을 보고 이렇게 말 해도 된다고 생각하신 걸까. 내 무반응은 그런 의도의 무반응이 아니였는데 말이다.

 

그러다 그 해 명절에 어머님댁에서 자느라 화장실에서 씻고 나왔는데,


“얘는 머리가 왜 그래”

"왜? 우리도 잘 준비해야지. ㅇㅇ은 집에서 저렇게 묶고 있어”

”그런 건 집에서나 묶어야지. 어른이 있는데. 여긴 너네 집이 아니잖아.“


근데 누가 보면 제가 망나니처럼 하고 있는 줄 알겠지만 똥머리입니다. 클렌징하느라 머리를 높게 묶었는데 그것마저 마음에 들지 않았나 봐요. 휴 -



남편의 talk

‘반말하지마‘도 아닌 단발하지마...라니...아니 왜...?

어른이 앞에있는거랑 똥머리하는건 뭔 상관인거야?

우리가 모르는 규칙이있는건가?? 네이버에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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