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비싸다는 말을 못 해?!

가치는 상대적 개념이라지만

by Bravo

투자 규모에 적정선이라든지, 마지노선이라는 게 있게 마련이다. 벤처투자에 있어서도 다다익선이라는 말이 때로는 적절치 않다.


라떼가 보유한 기술과 사업적 활용은 투자자 입장에서 매력적으로 보일만큼 탁월했다. 고객사 역시, 라떼의 기술을 도입하면서 내부적으로 라떼를 고무시켰다.

초기 시장이었음에도 미래 시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초도 물량에 대한 매출 예상이 적지 않았다. 경쟁자와의 기술 격차는 꽤나 컸기에 독보적 시장 점유가 가능해 보였다.


PMI 담당자로 가끔 인터뷰를 했을 때에도 라떼의 구성원들에게 자신감이 있어 보였다. 협업에 적극적인 고객사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기업으로 시장을 안정적으로 늘려가는 중이었고, 라떼를 오매불망 바라보고 있었던 것은 확실했으니 말이다. 또한 초기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만큼 성장 스토리라인이 탄탄해 보였다.



이런 근거들로 투자유치를 후하게 받았다.


벤처에 투자한 돈은 보통 개발비용이나 설비투자에 쓰여 매출을 발생시키는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많은 투자를 받는 게 좋다.


다만, 여기에 한 가지 조건이 있다. 바로 투자 규모에 맞는 매출이 난다는 보장이다. 개인적으로 매출만 난다면 뼈를 깎는 각고의 노력으로 수익이 볼 수 있겠지만, 적절한 매출이 보장이 안된다면 투자는 재무실적을 악화시키는 부메랑이 되어 벤처 자신과 모회사의 짐이 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라떼는 검토 당시 두 가지 critical points를 간과했던 게 아닐까 싶다. 어느 기업집단과 마찬가지로 1~2년 내 수익성이 개선되는 게(또는 개선이 되려는 트렌드) 모니터링되지 않는다면 실적관리 대상으로 리스트업 된다는 점과 더불어, 시장이 '초기'였다는 점이었다.



자회사 편입 이후 채 일 년이 되기도 전에 우려는 현실이 됐다. 어떤 임원은 자회사의 연매출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내부보고 어젠다에서 제외시키기 일쑤였고, 다른 임원은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사업영역에서 수주를 기대해 현실과의 괴리가 좀 있었다. 대마불사의 반대급부로 매출도 없는 벤처를 정리할 명분은 정치적으로 만들기 나름이니까.


기억할 것은 처 회사가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면서부터 울어진 운동장에서 모회사와의 관계를 역시 정치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점이다. '초기' 시장에 프런티어로 진입한 벤처 기업에 수백, 아니 수십억 원이라도 조건없이 지불할 확률이 희박하기에. 이런 상황은 지분 투자를 받을 때만큼이나 위기인데 창업자와 벤처 임직원들은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때가 흔한 것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