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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랑하는 마음, 지성을 확장하는 힘!

152. 아카이브_ 동해

by 조연섭

팩트와 지성, 그리고 독서의 즐거움

아침마다 한 권씩 책을 들고 출근하는 사람을 본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지독한 독서가군.”

"대단한 다독가?"

혹은 “정말 바쁜 하루 속에서도 책을 읽을 시간이 있을까?” 등 생각이 들 수 있다.


동해문화원 오종식 원장은 10년 이상 모시고 있는 분으로 아침 루틴이 두 가지 있다. 첫째는 동해의 명산 초록봉 걷기, 둘째는 책을 들고 출근하는 습관이다. 원장님은 취임 당시 1년에 책 100권을 읽는다며 직원들에게 늘 책 읽기를 권하기도 했다. 지난해느 추천한 책 한 권이 기억난다. 7단계의 역행자 모델을 제시한 자청의 베스트셀러 '역행자'를 읽은 기억이다. 결국 한 달에 8권 이상을 읽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야말로 ‘책과 함께 사시는 다독가’ 이시다.


오늘 아침, 원장님이 들고 온 책은 바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팩트풀니스‘다. 빌 게이츠가 “읽은 가장 중요한 책”이라며 미국의 모든 대학교와 대학원 졸업생들에게 선물한 책이기도 하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반드시 읽어야 할 책 5권 중 하나로 꼽았고,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가디언 같은 언론들이 극찬한 작품이다. 그렇다면 원장님은 왜 이 책을 선택하셨을까?

팩트풀니스를 들고 출근, 오종식 원장, 사진_ 조연섭

팩트풀니스, 세상을 바로 보는 법

‘팩트풀니스‘는 우리가 흔히 보는 데이터 책이 아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교정하는 책이다. 저자인 한스 로슬링은 전 세계인이 ‘세계를 오해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연구를 시작했다. 그 결과, 사람들은 실제보다 세상을 더 부정적이고 위협적인 곳으로 인식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예를 들어 이런 질문이 있다.

“전 세계에서 저소득 국가에 사는 사람은 몇 퍼센트일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50% 이상’이라고 답한다. 하지만 사실은 단 9%. 대다수 인구는 중간 소득 국가에 살고 있으며, ‘선진국 vs 개발도상국’이라는 이분법적 구분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뉴스는 언제나 부정적 사건을 강조하며, 인간은 본능적으로 극적인 상황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통계를 보면 세계는 꾸준히 나아지고 있다.


• 아동 사망률은 1950년 15%에서 2016년 3%로 줄었다.

• 세계 문맹률은 10%까지 낮아졌으며, 여학생의 90%가 초등학교를 졸업한다.

• 재해로 인한 사망률은 1970년대보다 10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세상이 망해가고 있다고 느끼지만, 사실은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쉽게 빠지는 10가지 인지 오류, 간극 본능, 부정 본능, 직선 본능, 공포 본능, 크기 본능, 일반화 본능, 운명 본능, 단일 관점 본능, 비난 본능, 다급함 본능에서 비롯된다. 한스 로슬링은 ‘팩트풀니스’를 통해 이러한 오류를 극복하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법을 제시한다.


책을 사랑하는 마음, 지성을 확장하는 힘

원장님이 아침마다 책을 들고 출근하는 것은 습관보다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자신과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짐작된다. 왜 사람들은 세상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볼까?

우리는 편견과 감정이 아니라, 사실에 기반한 사고를 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들은 나의 전공인 문화기획자나 원장님의 전공인 행정가에게도 중요한 문제다. 어떤 도시를 기획하고, 어떤 문화를 만들어가야 할지 결정하는 데 있어 편향된 시각이 아니라 명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고해야 한다.

원장님의 책 사랑을 정리하는 이유는 독서량을 자랑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세상을 넓고 깊게 바라보려는 태도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팩트풀니스는 바로 그런 태도를 기르기 위한 책이기도 하다. 우리는 뉴스가 전하는 극적인 이야기들에 휩쓸려 세상을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책을 읽고, 데이터를 보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은 불필요한 공포에 휘둘리지 않고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 한 권의 책이 우리 시야를 넓히고, 한 사람의 독서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사람, 세상을 더 넓게 보는 사람, 우리는 그 두 가지가 같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아침마다 책을 들고 출근하는 원장님 모습은 혼란스러운 이 시대정신을 바로 바라다보고 극복하려는 지성을 확장하는 가장 올바른 힘이다. 그 자체로 하나의 메시지처럼 다가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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