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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출, 보셨나요?

170. 노트_ 맨발걷기

by 조연섭

[인생을 바꾸는 시간_ 716] 휴일 아침, 동해 추암해변에서 올해 가장 아름다운 일출을 만났다. 촛대바위 너머로 솟아오르는 태양이 미인의 눈썹을 닮았다는 이 해변의 백사장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순간, 혼자 보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12.7(일) 추암일출, 사진_ 조연섭

추암해변은 그 이름처럼 기암괴석이 빚어낸 자연의 걸작이다. 특히 ‘미인의 눈썹’이라 불리는 해변의 곡선은 부드러우면서도 우아하게 바다와 육지를 잇는다. 이른 아침 그 곡선 위로 솟아오른 해는 새로운 시작과 희망의 서사를 온몸으로 들려주었다.


우리는 흔히 희망을 멀리서 찾는다. 특별한 어디, 언젠가 도달할 미래에 희망이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오늘 아침 추암해변의 일출은 다른 이야기를 했다. 희망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우리가 딛고 선 이곳, 매일 지나치는 이 풍경 속에 이미 희망은 존재한다.


촛대바위는 수천 년을 그 자리에 서서 매일 아침 태양을 맞이해 왔다. 변함없는 자리에서 변함없이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이 풍경은, 일상 속 가까운 곳에서 발견하는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운다.


문화는 멀리 있지 않다. 우리 지역의 자연과 풍경,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곧 문화이며, 그것이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추암해변의 일출처럼, 가까운 곳에서 발견하는 아름다움이야말로 우리가 지켜야 할 가장 소중한 문화자산이다.


이 장엄한 일출을 혼자 보기 아쉬워 글을 쓴다. 더 많은 이들이 가까운 곳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 안에서 희망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해변 맨발 걷기_ 716, 사진_ 조연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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