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 magazine_ 글소풍
20년 삶의 조각과 언어의 결
20년 문인활동, 오세화 시인이 첫 시집 『바다의 손자국』을 발간했다. 시인이 선보인 시세계는 개인적 서사와 지역적 정체성, 그리고 사회적 연대의식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깊이 있는 시적 성취와 시언어를 보여준다. 시집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63편의 시를 통해 개인의 유년 기억, 동해 지역의 삶과 풍경, 그리고 현대사회의 소외와 연대라는 다양한 주제를 발견했다. 특히 시인의 글에는 우연의 일치일까? 필자가 기획한 '논골담길'을 배경으로 쓴 ‘논골담의 푸른 옹이’라는 글은 '묵호 사람의 고단한 삶을 표현'한 세월의 '푸른 이끼'가 인상적이었다.
충남 논산에서 태어난 시인은 서울과 경기 광명에서 생활하다 결혼과 함께 동해로 이주해 현재 동해문인협회 사무국장을 역임하고 있다. 2005년 문예사조 시로 등단한 그는 소설과 시 창작 과정을 거치며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왔고, 여러 공저와 수기공모 수상 경험을 통해 문학적 깊이를 다졌다. 그의 시세계는 이주와 정착, 가족과 지역사회라는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하며, 이는 그의 첫 시집에도 강렬하게 반영되어 있다.
시인은 자신의 시집을 “그리운 기억의 연대기”이자 “세상에 노크하는 한 편의 노래”로 정의한다. 그는 글쓰기를 “내면과 마주하는 고독한 여정”으로 바라보며, 잊혔던 감정과 기억을 시를 통해 되살리고 확장한다. 시인의 목소리는 유년의 서랍에서 꺼낸 사소한 감정들에서 시작해, 가족, 사랑, 상처, 기쁨, 슬픔 등 인간의 보편적 경험을 아우르며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사유하도록 초대한다. 시인은 시집을 읽는 이들이 이 시들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사유의 깊이를 느끼기를 바란다고 했다. 42살에 엄마의 세계를 열어준 나의 아들 동윤이와 가족의 울타리를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는 남편, 나의 세계를 열어주고 나를 영글 게 하는 나의 모든 이들에게 이 시집을 바친다고 했다.
개인에서 사회로, 지역에서 보편으로
정연수 문학박사는 『바다의 손자국』 작품 해설을 통해 세 가지 시적 성취를 보여준다.
첫째, 시집은 가족사와 성장의 기록이라는 개인적 서사에서 출발해, 동해 지역의 어민과 노동자, 소외된 이웃으로 시선을 확장하며 사회적 연대의식을 형성한다. 이는 감상적 연민에 머무르지 않고 따뜻한 연대로 승화되며, 시인의 언어는 현실의 고단함을 어루만지는 동시에 공동체적 가치를 구현한다.
둘째, 동해 지역의 구체적 풍경과 삶의 단면은 이 시집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논골담의 푸른 옹이’ 같은 작품은 묵호 사람들의 삶을 녹여내며 한국문학에서 지역성을 새롭게 탐구하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셋째, 시인은 모성과 여성 개인으로서의 정체성 사이의 긴장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현대사회의 여성적 존재 방식에 대한 사유를 제시한다. 이는 단순히 여성성을 강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보편적 인간 경험으로 확장된다.
『바다의 손자국』은 개인적 서사와 사회적 연대, 지역성과 보편성을 통합하며 오늘날 한국사회의 다층적 현실을 포용적으로 담아낸다. 특히, 시인의 ‘살가운’ 언어는 독자들에게 깊은 이해와 공감의 순간을 선사하며, 사회적 소외와 고단함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치유의 힘을 발휘한다. 오세화 시인의 첫 시집은 문학에서 지역성과 여성적 관점을 새롭게 형상화한 작품으로, 개인의 내면과 사회적 현실을 통합적으로 조망하는 데 성공했다. 이 시집은 동시대 문학이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줄 것이다.
작가 인터뷰 Q_ 조연섭 스토리 크리에이터, A_ 오세화 시인
Q. 시를 접하고 시를 쓰게 된 이유는?
A. 유년 시절 유일한 내 마음의 통로는 글쓰기였습니다. 시는 감동과 위안을 줍니다 그리고 감각적이고 감성적인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은유가 매력적인 방법으로 느껴 기 때문입니다. 유년 시절부터 시를 좋아하고 시 쓰기를 했습니다.
Q. 등단 후 변화된 삶의 부분은?
A. 제 글이 누군가의 가슴에 잔잔한 울림을 주고, 때로는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모 습을 보며 제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또, 시인으로서 정체성을 갖게 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더 넓어졌습니다.
Q. 시는 어떤 장소와 시간에 쓰시나요?
A. 시는 주로 고요한 바닷가나 한적한 공원에서, 혼자 있는 깊은 밤 방 안에서 씁니다. 바람의 속삭임이나 물결의 리듬이 제 영감을 자극하고, 그 순간의 고요함이 제 마음속의 혼란을 다스려줍니다.
Q. 시언어는 학습을 하셨다고 생각하시나요 타고나셨다고 생각하시나요?
A. 시 언어는 학습의 산물이면서도, 제 안에 내재된 감각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학에 대한 사랑과 호기심이 저를 이끌어 주었고, 자연스럽게 시적 언어의 유희를 즐기는 능력이 길러진 것 같습니다.
Q. 20년 만에 바다의 손자국을 발표하셨는데 소감 3줄만 부탁해요.
A. 20년 만에 발표한 '바다의 손자국'은 제 오랜 고민과 열망의 결실입니다. 20년 만에 바다의 손자국을 발표하게 되어 기쁨과 긴장이 교차합니다. 오랜 시간 동안 준비한 작품이라 더욱 의미가 깊고, 독자들과의 소통이 기대됩니다.
Q. 가족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있으면 부탁해요.
Q. 항상 저를 지지해 주고 이해해 줘서 고맙지요. 지치고 힘들 때마다 가족들의 응원이 저를 일으켜 세우는 원동력이 됩니다. 아낌없이 외조를 해주는 남편과 울 엄마가 이 세상에서 최고라고 해주는 울 아들에게 사랑한다고 꼭 전하고 싶습니다.
Q. 앞으로 시인으로서의 계획은?
Q. 더 깊고 다양한 주제를 탐구하며, 저만의 독창적인 목소리를 찾아가고 싶습니다. 새 로운 형식과 실험적인 시도들을 통해 독자들과 더욱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고, 시의 경계를 확장해 나가는 여정을 계속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