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 맨발 걷기
미인의 눈썹, 조화와 균형의 상징
강원역사문화연구소 허준구 소장은 필자가SNS에 남긴 맨발 걷기 현장 사진 댓글을 통해 동해 추암해변을 가리켜 “미인의 눈썹을 닮았다”라고 비유했다. 단순 자연의 아름다움을 칭송한 표현처럼 들릴 수 있지만, 이 비유에는 깊은 문화적, 철학적 의미가 담겨 있다. 자연과 인간, 그리고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이 상징적인 표현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자.
한국 전통 미학에서 미인의 눈썹은 조화와 균형을 상징한다. 균형 잡힌 눈썹은 얼굴 전체의 조화를 이루며, 자연스럽고 은은한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허 소장이 추암해변의 모습에 미인의 눈썹을 투영한 것은 이 해변이 가진 자연의 조화로운 곡선미와 그 속에 깃든 품격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풍경을 묘사한 것 이상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추암해변은 오랜 세월 바람과 파도에 깎이고 다듬어진 자연의 작품으로, 그 속에는 인간이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 없는 고유의 완벽함이 담겨 있다.
허 소장의 표현은 또한 자연과 인간의 상호작용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 미인의 눈썹은 단순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아름다움을 누군가가 인지하고 감상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추암해변 역시 마찬가지다. 그저 자연의 일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이를 보고 감탄하며, 그 아름다움을 마음속에 새길 때 진정한 의미를 갖는다. 허 소장의 비유는 인간이 자연을 단순히 소비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고유한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추암해변은 한국 근대사와 현대사를 관통하며 이곳은 지역민들에게 쉼터이자 역사의 증인이 되어왔다. 이곳에서 일출을 보며 맨발로 걷는 경험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자연과 하나가 되어 역사를 느끼고 지역 문화와 교감하는 행위다. 특히 “미인의 눈썹”이라는 표현은 이곳이 사람들에게 위안과 영감을 제공하는 공간임을 시사한다. 이는 자연이 단순 배경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에 깊이 스며들어 있는 문화적 자산이라는 점을 일깨워준다.
허 소장의 비유는 찬사보다 자연을 보전해야 할 이유를 상기시킨다. 동해 추암해변의 곡선미와 균형은 오랜 시간 동안 자연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지만, 동시에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쉽게 훼손될 수도 있다. 이 비유는 자연을 사랑하고 보호하며, 그것을 다음 세대에 온전히 물려주어야 할 우리의 책임을 암시한다. 추암해변을 매일 맨발로 걸으며 자연과 교감하는 행위는 이러한 철학을 몸소 실천하는 사회적, 문화적 행위로 볼 수 있다.
추암해변, 우리의 미학적 교과서
“미인의 눈썹”이라는 허준구 소장의 표현은 단순 수사(修辭)가 아니다. 그것은 자연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조화와 균형의 철학을 담은 상징이며, 우리가 자연을 대하는 태도와 삶의 방식을 다시금 성찰하게 만드는 미학적 교훈이다. 동해 추암해변을 걸으며 느끼는 바람과 파도, 그리고 그 속 고요함은 인간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질 때 만들어지는 ‘삶의 작품’이다. 우리 모두 이 해변에서 자연이 전하는 메시지를 읽어보길 권한다.
글•사진_ 조연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