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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이연 Mar 16. 2022

방콕의 숨은 보석... 정글 같은 '방카차오'를 가다!

상당수의 여행자들이 모르는  이곳!! 도심을 잠시 벗어나 밀림 속으로~

누군가 나에게 태국에서 한 달 동안 도보여행을 다니면서 방문했던 곳 중 베스트 3을 꼽으라면... 태국 여행에서 가장 즐거웠던 날 3일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그 3일 중 '방카차오'에 다녀왔던 날을 추천할 것이다! '방카차오'는 커다란 인공섬으로써 녹지가 매우 풍부해 섬 곳곳을 다니다보면 마치 밀림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질 만큼 울창하다. 나에게 너무나 강력한 인상과 진정한 여행자가 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으며, 아직도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그날 하루의 순간순간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여행이란 그 처음부터 마지막까지의 모든 과정이 소중한 추억으로 남지만 유독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있기 마련이다. '방카 차오'는 내게 방콕을 대표할 수 있는 내 여행다이어리 한편에 영원히 자리 잡게 된 그런 곳이다. 


사실 태국을 방문하는 수많은 여행객들 중 '방카차오'란 곳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나 또한 셀 수 없이 태국(푸껫, 치앙마이, 치앙라이, 방콕, 파타야 등등)을 자주 방문했지만 방콕에 방카차오란 곳이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었다. 그러던 중 이번 태국 도보여행 과정에서 지인의 추천으로 알게 됐으며, 궁금했고 기대됐던 그곳을 드디어 가보게 됐다.


비가 와도 go go~


출발 당일 아침 그 어느 때보다 기대에 가득 찬 상태에서 호텔을 나섰다. 하지만 하늘을 보니 100% 비가 한 번은 쏟아질 것 같은 날씨 었다. 조짐이 매우 안 좋었다. 그래도 일정을 미루기엔 기분이 너무 허무할 것 아서 일단 가 보기로 했다. 2시간 정도 지났을까... 걷다 보니 아니나 다를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잠시 쏟아지고 마는 비이기를 바라면서 비를 잠시 피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하게 쏟아붓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차피 예상하고 나선 길 아니던가. 비를 피할 수 있는 길가 상점의 처마 밑에 앉아서 30분을 기다리니 다행스럽게도 비가 소강상태로 접어들어 다시 출발했다. 1시간 정도 강한 비가 내렸는데 도로 곳곳이 잠겨서 지나가는데 애를 먹기도 했다.


결국 운동화와 양발을 벗고 지나가야만 했다.

 

그런데 가다 보니 어디서부터 인지 이 길이 엊그제 다녀온 룸피니공원 가는 그 길과  합류가 되어 같은 길을 걷고 있는 것이었다. "진작 알았더라면 그날 방카 차 오도 다녀올걸~"하는 아쉬움이... 

룸피니 공원 앞을 지나 방카차오로 가는 선착장까지 5km 정도를 더 걸었다. 룸피니 공원 앞 교차로에는 고가가 하나 보이는데 태국과 일본 국기가 나란히 그려져 있다.


일본이 건설해 준 수많은 다리 중 하나... 태국에 일본의 거대한 자본이 들어오면서 일본은 동남아시아의 거대한 시장인 태국을 장악한 것 같아 보였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일본이 태국의 국가기반시설 공사 및 다수의 도로공사를 해줌으로써 태국이 일본을 아주 고맙게 생각한다는 뭐 그런 상황이다. 아니 양 국 서로의 호감도가 매우 높으며, 태국과 일본은 예부터 서로 매우 친밀한 사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이유를 이해하려면 2차 세계대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이해할 수 있다.


방콕 대중교통의 상징인 BTS 역시 일본이 건설했으며, 다수의 고속도로도 일본이 무료로 건설해 주었다. 천문학적인 자금이 들어간 이러한 공사들을 일본이 도대체 왜 무료로 건설해줬을까... 태국의 도로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모두 좌측통행에 우측 핸들이다. 태국이란 나라 어느 곳을 가던지 도로 위에 달리는 수많은 일본 차를 쉽게 볼 수 있다.  통계상으로도 태국 내 일본 자동차 점유율이 90% 정도가 된다. 또한 일본에 있는 편의점 90% 정도가 세븐일레븐이며 아주 간혹 보이는 패밀리마트 역시 일본 편의점이다.

태국의 상류층에 속하는 사람들이 가족 외식을 하러 간다는 것은 값비싼 일식집에 간다는 뜻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태국 국민들의 일본 문화나 일본인들에 대한 호감도 역시 매우 높게 나타난다. 태국에는 일본의 문화가 뿌리 깊게 박혀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아시아에서 대만과 함께 최고의 친일 국가라 할 수 있다. 세계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동남아시아 국가들 중 유일하게 침공하지 않은 나라가 태국이기도 하다. 어쨌든 일본이 자연스레 태국을 장악한 듯 보였다. 물론 내 간단한 경험으로 일반화를 할 순 없다. 따라서 이 두 나라의 역사적 관계를 이해하려면 더욱 깊숙이 살펴볼 필요가 있으니 각자 알아보길 바란다.

 

걷다 보니 어디서 매우 혼잡한 교차로가 나왔다. 사거리도 아닌 거리인지 거리인지 매우 복잡한 교차로였다. 거기서 두 개의 차도를 건너야 하는데 횡단보도도 없고 게다가 공사 중이기까지 해서 얼마나 번잡스럽고 길이 헷갈리던지 그곳에서 결국 길을 잘못 들어 30분을 더 걷고야 말았다.


길을 겨우 찾아서 두 개의 횡단보도를 건너서 계속 가다 보니 구글이 맛이 갔는지 아주 상한 골목으로 나를 안내하는 게 아닌가... 믿음이 안 갔지만 의심에 가득 찬 기분으로 거의 억지로 끌려가듯 안내하는 길을 따라가니 맞는 길이었다. 웬만하면 구글 지도를 의심하지 말자! ㅎ


짜오프라야 강을 건너 드디어 '방차차오'에 도착!


정글과도 같은 숲길을 자전거로 달리는 짜릿함!

 

믿고 따라가니 요주 허름한 골목 끝에 아주아주 허름해 보이는 입구가 나오고 그곳이 선착장이었다. 허름한 카누같이 생긴 것을 타는데 단 돈 10밧(200원)였다. 


이 길이 과연 맞나 의구심이 가득할 때... 비로소 선착장의 모습이 드러난다.

이렇게 저렴한 교통비를 지불할 때마다 아주 재미있고 여행하는 기준이 절로 들오 기분이 좋고 태국에 정이 간다.  배에 타고 강을 건너는데 기분이 묘한 게 어디 아주 멀리 여행 가는 기분이었다. 여행하면서 혼자 이런 카누 같은 배를 타고 드넓은 강을 건너 목적지를 향해 가는 것은 흔치 않은 경험이다.

 

재밌다. 매우 재밌다. 또 가고 싶다.


선착장에서 출발해 짜오프라야강을 가로질러 맞은편까지 10분 만에 도착했고 맞은편 선착장엔 자전거를 대여하는 곳이 있었다. 자전거를 하루 빌리는 렌트 비용이 고작 60밧(2,400원)였고 집에 있는 내 로드 사이클에 비하면 장난감 수준인 따릉이지만 이 또한 정겹고 재미있었다. 자전거를 빌릴 때 주인아주머니께서 디파짓 개념으로 내 여권의 사진을 찍으셨다. 이유는 짐작대로 자전거를 갖고 도망가는 사람이  있어서 그랬나 보다.(방카차오에서 자전거를 빌리려면 반드시 여권이 필요하다)

 

특별하지 않아도 내겐 너무나 특별했던 섬 '방카차오'


내가 즐기는 수많은 스포츠 중 가장 자신 있는 종목이 바로 로드 사이클이다. 하루 200km도 탔으며 대회도 종종 나갔던 터라 자전거 타는 건 아주 자신만만하다. 이곳의 길의  끝까지 타본다는 각오로 따릉이를 타고 출발! 이런 낯선 곳까지 와서 자전거를 타니 너무 신이 났다. 그런데 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비가 오거나 말거나 비를 맞으며 노래를 부르면서 달렸다. 중간중간 믿기지 않을 만큼 이쁜 길들이 나왔다. 그 정글 같은 이 길들은 자전거를 타며 마주친 적 없는 정말 이쁜 길이었다.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한 40분 타다 보니 빗줄기가 굵어졌다. 다행히  옆에 주유기가 있는 매우 허름한 주유소 같은 곳으로 피신해 잔잔한 팝송을 크게 스피커로 틀어 놓고 세차게 퍼붓는 빗소리와 팝송의 조화로움이 마냥 듣기 좋았다. 그렇게 땅바닥에 누워 흥얼거리며 휴식을 즐겼다.  나는 남는 게 시간이었기 때문에 비가 그칠 때까지 그냥 천천히 누워 기다리기로 했다. 언젠가는 비가 그치겠지~하면서 쉬는

고 있는데 초등학생? 아님 기껏해야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어린아이들 두 녀석이 오로 바이 타고 기름 넣으러 왔다.


비를 피할 수 있었던 외진 곳의 주유소... 천만다행이었다!

 

녀석들이 어찌나 귀엽던지.!! 1시간 정도가 지나서야 비가 그치고 다시 자전거를 타고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다 보니 앞에 할아버지가 아주 귀여운 아이를 뒤에 태우고 가는데 내가 옆에 지나가니 그 꼬맹이가 나를 바라보며 "헬로~~" 하고 인사를 하는데 그 표정이 정말 어찌나 해맑고 이쁘던지 그때의 그 아이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HELLO"


또 계속해서 부지런히 달리다 보니 여기가 육지인지 섬인지 길이 끝이 안보였다. 안 되겠다 싶어서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가는 길에 배가 고파서 점심 먹으러 한 식당에 들렀다.  



주인아저씨한테 메뉴판을 달라니 옆에 앉아있던 젊은 여자 둘이 나를 보면서 낄낄대고 웃는다. 속으로 저 오자들이 왜 저러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그 식당에는 메뉴판이 없다. 근냥 몇 가지만 팔고 손님이 거의다 동네 사람들이라 그런 것 같았다..ㅎㅎ 그런데 중요한 건 주인아저씨와 소통이 전혀 안된다. 영어를 전혀 모르시는 것 같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의사소통의 모든 스킬을 쏟아부어 결국 오더를 넣었고 뭐가 나오나 몹시 궁금했다.


촤고로 맛있었던 매콤한 불고기덮밥!!


15분쯤 지났을까... 밥 위에 고기가 얹힌 게 나왔는데 고기가 비리면 어쩌나 걱정했다. 그런데 진짜 대박 맛있었다. 다 먹고 기분이 좋아서 밥값 50밧에 20밧 더해서 70밧을 드렸다. 정말 맛있었다. 이 허름한 식당에서 먹었던 불고기덮밥이 한 달 동안 태국에서 먹은 로컬 음식 중 베스트 3 안에 드는 음식이었다.

든든하게 밥을 먹고 다시 선착장을 향해 달렸다. 자전거를 반납하고 다시 도시로 나가기 위해 배를 기다렸다. 저 멀리 방콕 메트로폴리스가 보이는데 참 반가웠다.


짜오프라야강 건너 보이는 방콕 도심


몸도 젖고 발도 아프고 피곤해서 호텔로 빨리 돌아가고 싶었다. 다시 호텔까지 되돌아가는 길은 많이 고된 시간이었으며, 더 이상 장거리 도보여행은 없을 것 같아서 최선을 다해서 걸었다.


아무리 힘이 들고 지쳐도 목적지가 가까워지는 것이 느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기운이 솟는다. 정말 죽을 만큼 힘이 들면 그냥 언제 어디서나 전철 또는 택시, 뚝뚝이를 타면 된다. 그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걷는 데 힘이 났던 것 같기도 하다. 마치 통장에 돈 많은 사람이 덜 사고 덜 먹으면서 아끼고 아끼면서 살아도 통장의 두둑한 잔고를 보면 안 먹어도 항상 배부른 그런 느낌이랄까...ㅎ




하루 총 경비..


세븐일레븐 아이스커피 3번.. 1.800원

방카 차우 들어가고 나올 때 뱃삯 800원

자전거 렌트 2.300원

식사비용 2.600원

총 7.500원! 하루를 이렇게 알차고 재미있게 보냈는데 이 정도 지출이면 매우 훌륭하다 훌륭해!

참고로 절대 돈이 없어서... 돈 아끼려고 이러고 다니는 게 아니다. 돈은 충분하고도 남지만 도보여행에 좀 더 충실한 여행을 하고자 함이며,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자 이러고 다니는 것임을 이해하기 바란다.

 

이 날 선착장까지 걸어가면서 알게 된 대중교통 이용 방법을 정리하면 이렇다. 방콕의 녹색허파인 방카차오에 가려면

MRTKhlong Toei역 1번 출구로 나온 후 뒤돌아서서 3분 정도 직진 후 육교를 건너 택시 타면 15분이면 충분하다!! 택시기사에게 Khlong Toei Pier(끌렁떠이 선착장) 가자고 하면 된다. 좀 더 유식해 보이려면 태국말로 택시기사를 보며 시크하게 살짝 미소 지으며 (빠이 타르아 끌렁떠이)라고 하면 된다. 아니면 "렛츠고 끌렁떠이 허리 업!"...


방콕이라는 메트로폴리스 바로 옆에 강 하나를 두고 전혀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이런  곳이 있을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다.  너무 행복한 하루였으며, 좀 더 머물지 못한 게 후회스러울 따름이다. 최고였다 방카차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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