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브라이연 Mar 16. 2022

'아유타야'여행, 낭만가득 기차여행은 보너스!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  그리고 전쟁의 흔적들

이번 도보여행은 개인적으로 태국한달살기 도보여행에서  비장의 무기로 숨겨두었던 '아유타야'다. 사실 가장 기대가 컸던 장소였으며, 아유타야까지 이동하는 과정에서 경험하게 될 가장 로컬스럽고 레트로 한 감성이 흠뻑 묻어나는  기차여행은 출발하기 전 날 밤잠을 설치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 날은 하루를 길 게 보내야 하기 때문에 오전 7시에 호텔을 나섰다. 그리고 기차를 타야 할 '후알람퐁 중앙역'까지 2시간을 열심히 걸었다. 오전 7시에 출발했음에도 기자역에 기차역에 도착했을 때 나는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시작부터 아주 진이 빠졌다. 체감상으로는 땡볕에 한 20km를 걸어온 것 같았다.




아유타야..
수백 년 전 미얀마(버마)가 태국을 침공하면서 당시 태국의 수도였던 아유타야는 멸망했고 지금의 방콕이 수도가 되었다. 아유타야의 전 지역은 현재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곳곳에 전쟁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으며, 당시 버마 군인들은 태국 국민들의 절대적 종교였던 불교의 상징인 상당수 불상들의 머리를 잘라버리는 만행을 저질렀으며, 이로 인해 태국 국민들을 정신적 큰 혼란에 빠뜨리기 위함이었다.

 

중앙역까지 걸어가는데 오늘 아침 하늘은 완벽히 파란 하늘이었다. 태국에 와서 수많은 날들이 먹구름이 가득한 흐린 하늘이었으며, 이 날처럼 하늘이 파랗고 맑은 화창한 날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리고 맑은 만큼 당연히 아침부터 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이른 아침 주변 골목길의 풍경이 햇살 가득하니 기분도 매우 상쾌하다. 하지만 땀은 출발한 지 20분 만에 땀이 주르륵 흐른다. 일단 아침부터 어김없이 시원한 아이스커피 한 잔 마시면서 걷기!!


너무나 맛있는 편의점 아이스커피~

태국을 걷다 보면 길가에 정말 많은 개들과 고양이들을 마주치게 된다. 특히 큰 개들이  많기 때문에 알아서 조심해야 한다. 개를 무서워하는 사람에게는 상당히 위협적일 수 있기 때문에 주의 또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방콕은 개들은 거의 없고 귀여운 댕댕이들이 많은 것 같다. 파타야의 외곽 길을 걷다 보면 정말 살벌해 보이는 큰 개들을 자주 목격하게 되는데 그 큰 개들이 무리 지어 다니는 경우도 있어서 다시 말하지만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역에 도착해서 아유타야를 구글에 찍으니 편도 90km가 나왔다. 생각보다 거리가 멀어서 기차 안에서 한 숨 자기로 마음먹었다.



역에서 티켓팅을 하니 10시 5분 기차다. 기차값은 가장 저렴한 게 15밧(600원)이었으며, 1시간 30분 달리는데 당황스러울 정도로 저렴한 가격이었다. 단 기차 내에 에어컨이 없다. 좌석도 재수 없으면 서서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16배 가격인 245밧 대략 만원 정도 하는 에어컨 빵빵하게 나오는 지정좌석 기차표를 끊었다!! 600원짜리 격하게 허름한 기차는 돌아올 때 경험 삼아 타보기로 했다. 아유타야행 티켓을 산 후 1시간 정도 시간이 남아서 대합실 의자에 앉아 멍 때리기 시작했다.  



정말 가슴이 두근거렸다. 기차여행이라... 기차를 타는 것 자체가 10년도 넘은 것 같았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고 기다리다 드디어 기차에 탑승했다.  기차 내부는 꾀나 쾌적하고 시원하고 좌석도 넓어서 매우  편했다.

함께 탑승하고 아유타야에서 같이 내렸던 커플~


기차에 탑승 후 그 셀레임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기차가 출발 후 의자를 뒤로 히고 한 숨 푹 잤다. 자고 일어나 창밖을 보니 시골 풍경이 보이는 게 너무 좋았다. 1시간 30분을 달려 어느새 아유타야역에 도착했다.

역에 도착하자마자 먼저 오후 8시 15분에 방콕으로 되돌아가는 표를 끊었다. 

방콕으로 돌아갈때는 600원짜리 티켓~


그리고 역을 나가자 여럿이 모여 있던 툭툭이 기사들 중 한 명이 껄렁껄렁대며 슬슬 내게  다가왔다. 둘이 역 앞 계단에 앉아 바로 협상에 돌입했다. 이 아저씨가 원데이 1200밧(48,000원)을 부른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니 이들에게 하루 48,000원이면 엄청나게 큰돈인데 아주 관광객들 상대로 등쳐먹는 것 같아 짜증이 났다. 내 표정을 보더니 다시 4시간 투어에 800밧을 부른다. 그리고 다시 3시간 투어에 600밧 부른다. 결국 3시간 투어에 500밧(2만 원)으로 합의를 했다. 아유타야 유적지가 그리 넓지 않기 때문에 하루 1,200밧은 정말 호구 짓이라 생각한다.

조금이라도 깍아보려고 기사분과 한 20분을 줄다리기 했다. 달라는대로 주면 무조건 호구가 된다는것을 잊지 말자!!

그렇게 툭툭이에 올라타고 총 다섯 군데의 스폿을 들렀는데 구경하느라 걸어 다니면서 정말 타 죽는 줄 알았다. 그늘도 없고 완전 땡볕에 어찌나 덥던지 아주 얼굴이 익은 것 같았다. 많이 더웠지만 그래도 재미있고 즐겁고 행복했다.


     "다 비슷해보여도 실제로 보면 참 웅장하고 멋져요"



너무 더워서 내 육체가 타들어가는 순간 휴식이 절실했고 때마침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그늘을 발견하고 꿀맛 같은 잠시나마 꿀맛같은 휴식을 즐겼다.


꿀맛같았던 잠깐의 휴식~


마음 같아서는 1간 정도 자고 싶었으나 3시간 계약의 압박감에... 다시 일어나 이곳저곳 걷다가 발견한 하늘을 날고 있던 프랑스 커플을 목격했다. 점프하는 모습이 멋져서 내 휴대폰으로 한 컷 찍어서 보여주니 그 커플이 내게 엄지 척을 선사했다. 따봉은 역시 내 마음을 상대에게 표현하기 가장 쉽고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 ㅎ

유쾌한 프랑스 커플과 함께.기냠샷!!

마지막 코스를 끝내고 나오는 길에 할머니가 음료를 팔고 계셨는데 들어갈 때도 봤지만 아무도 안 사 마시더라. 그래서 그냥 얼음물 같았지만 한 잔 달라고 했다. 한 잔 따라주시는데 보리차 같았다. 할머니가 시원한 물 팔아 용돈벌이라고 하시나 보다 생각했는데 오 마이 갓!! 엄청 맛있다. 코코아맛과 꿀이 섞인 맛? 아주 오묘하게 맛있었다. 할머니 표정이 어찌나 해말고 귀여우시던지...

정말 맛있었는데 그 때 마신 저 액체의 정체를 모르겠다...

투어 끝나고 역에 돌아오니 320분이었다. 시간이 오버됐지만 기사님은 내게 추가금액을 요구하지 않았다. 내가 중간 간식과 음료수도 사드렸으니 너한테 돈을 더 달라하면 많이 서운할 뻔했다. ㅎ  도착하니 5시간 가까이 남았다! 

투어를 마치고 다시 돌아온 아유타야 역!

생각보다 지치고 피곤해서 도저히 못 기다릴 것 같아서 역 직원에게 표를 바꿔달라고 했다. 결국 3시 35분 방콕행 기차로 바꿨다. 그리고 표값은 20밧(800원). 갈 때는 가장 로컬 스로운 싸구려 기차를 타보기로 다짐했기에...

앉아서 기다리다 보니 치앙마이행 기차가 지나간 후 바로 방콕행 기차가 도착했다! 

다음에는 방콕 ㅡ 치앙마이를 기차를 타고 이동해야지!


그 먼 중앙역까지 서서 가기 싫어서 기차가 서자마자 자리 선점을 위해 잽싸게 뛰어올랐다. 그리고 창가 자리에 착석! 기차 내부는 예상했던 대로 아주 후졌다. 마치 6.25 전쟁 당시의 기차 내부가 이렇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의 정말 낙후된 기차였다. 살다 살다 이런 기차는 처음 타봤다.


아... 이 기차의 폭풍감성을 아찌하리요~



기차 내부의 모든 창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창문으로 들어온 누런 흙먼지가 바닥에 쌓여 바닥이 아주 지저분했다. 피곤해서 또 자려고 창에 기대고 눈을 감았는데 바람소리가 강해서 잠들기가 여간 쉽지 않았다. 잠은 포기하고 창가에 기대어 창 밖 풍경을 한참 동안 구경하는데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이 생각보다 시원하고 기분이 좋았다. 창밖을 바라보며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지금까지 걸으면서 여행했던 태국에서의 나날들, 가족, 친구, 직장동료들 생각... 흔치 않은 묘한 분위기에 사로잡혔던 것 같았다.


이번 태국 한달살기 과정에서 가장 깊은 생각에 잠겼었던...


 그리고 창밖을 바라보며 내가 지금 멋진 여행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의 여행이면 한국에 돌아가서 지금의 이 순간들을 다시 떠올려도 실망스럽지 않고 후회스럽지 않은 매우 만족스러웠던 여행으로 기억에 평생 남을 것 같았다.

 

그렇게 한참을 생각에 잠겨있다 보니 어느새 방콕에 도착했다. '아유타야'에 가고 싶다면 기차여행을 강력히  추천해주고 싶다. 한 번은 시원하고 편하게 에어컨 기차를... 또 한 번은 800원짜리 제대로 된 로컬 스타일로 기차를 타보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아유타야 투어는 3시간 정도가 가장 적당하다. 3시간짜리 500밧에 합의 보고 구경하는 게 가장 무난한 것 같다. 그리고 진짜 덥다!

 

아!! 하나 빼먹었다! 이 사진~

아유타야에서 가장 핫한 장소다!


설명하자면 길지만 아무튼 미얀마가 태국 침공 당시 모든 불상들의 머리를 다 잘라버렸는데 잘려나가 바닥에 떨어져 있던 수많은 불상 머리들 중 하나가 그 밑에서 나무뿌리가 자라 올라오면서 자연스레 불상 머리를 감아올리면서 저렇게 불상 머리가 떠 있는 것이다. 아주 신비스러웠다. 일단 그 사연을 알기 전이라도 누구나 그냥 봐도 신비스러운 모습이다.


저 불상의 머리를 사진 찍고 있는데 마치 경찰복장과 같은 옷을 입은 큰 키에 건장한 체격의 유적지 관리요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내게 다가와 사진을 앉아서 찍거나 엎드려서 찍으라고 고성을 지르는 것이다. 순간 너무 황당하고 기분이 나빠서 내가 왜 그래야 하냐고 따지니 그 나지막한 높이에 있는 불상의 얼굴은 태국에서는 굉장히 존엄스러운 것이기 때문에 그 불상의 눈높이보다 위에서 내려다보며 사진을 찍으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좀 짜증스럽긴 했지만 이 나라의 문화를 최대한 이해하고 배려하려고 앉아서 사진을 찍기는 했다. 관광객들이 뭘 안다고 갑자기 그렇게 버럭 하면 안 되지 않나 싶다. 예의를 갖춰서 말해야지 건달도 아니고 말이야!

 



중앙역에 도착 후 다시 호텔을 향해 6km를 걸었다. 그렇게 길지 않은 거리였지만 몸이 이상하게 천근만근이다. 그리고 오전부터 10시간 30분 동안 제대로 된 밥을 안 먹었더니 기운이 없었던 것 같았다. 툭툭이나 택시 타면 카오산까지 금방 가지만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면 무조건 걷는다는 게 이번 여행에서 나의 다짐이었기에 그냥 천천히 걸었다. 걷다 보니  배고픔이 임계점을 넘어서면 허기진 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래서 걸을만했다. 배낭에서 초코바 하나를 꺼내 먹으니 충분히 참을만했다.

 

걷다가 지겨우면 골목길로 걸으며 로컬의 모습을 구경도 하고... 간혹 집들 중 간혹 집안에 강시가 살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집들도 여럿 있다. ㅎ


한참을 걷다 보니 음식점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엄청난 맛집인가 보다 했는데 앞에 가서 보니 전에 다녀온 그 실망의  '팁 싸마이'였다. 피곤한 상태에서  반대방향에서 걸어오니 이 길이 그때 그 길이었던 것도 몰랐나 보다.

분노의 팁싸마이

카오산까지 20분 정도 남은 지점에서 해가 지면서 어둑어둑해진 상황에서 저 멀리 불 밝힌 사원의 아름다운 습이 눈에 들어왔다. 저긴 어딜까~하고 궁금해서 앞까지 가보니 입장료도 없고 사람이 한 명도 없다. 혼자 이리저리 구경하는데 사원이 참 이뻤다. 공짜로 구경하니 더 이뻐 보였나~


거리를 걷다보면 이런 각양각색의 사원들을 볼 수 있다.

 

다시 카오산을 향해 걷다가 도착 직전 골목에 음식점이 보였다. 밥 안 먹은 지 12시간이 다 되어가는 시점이라 배고파 죽을 것 같았다. 음식점 의자에 앉은 후 옆 테이블의 외쿡인 아저씨가 먹고 있는 게 맛있어 보여 그게 뭐냐고 물어보무슨 스파이시 카레 어쩌고 저쩌고 하시길래 나도 같은 걸로 주문했다. 음식이 나와서 먹어보니 "오호 먹을만한데~"


하지만 약간 맛이 난헤하기도 했던...ㅎ

 

배 채우고 호텔로 돌아오니 옷이 땀에 썩은 것 같았다. 샤워하는데 머리도 땀에 썩은 것 같았다. 머리를 감는데 손으로 빡빡 샴푸질을 해도 거품이 안 난다..ㅎㅎ머리카락이 얼마나 땀에 찌들어 썩었으면 거품이 안 날까~ㅎ 머리 헹구고 또 샴푸질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밥 먹은 지 얼마 안 됐는데 또 배가 고팠다. 하루 종일 허기짐에 지친 내 몸이 내게 계속해서 먹을 것을 요구하는 신호를 보내는 것 같아 내가 좋아하는 메뉴로 제대로 한 번 먹어보기로 했다. 호텔 앞 람부뜨리 로드에 있는 한 식단에 들어가 피자와 스파게티를 주문했고 얼마 후 나온 음식들을 폭풍 흡입했다. 너무나 맛있고 세상 행복했다!!


역시 피자와 스파게티&콜라의 조합은 신이 주신 촤고의 음식이 아닐까...

지금까지의 국내외 여행을 통틀어서 아유타야에서 방콕으로 돌아오는 고전영화에서나 볼법한 그 허름한 기차 안에서 두어 시간 가까이 창밖의 미지근한 바람을 맞으며 느꼈던 그 낭만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해보았다. 만약 창가 자리가 아니었다면... 만약 자리가 없어 서서 왔다면... 낭만이고 뭐고 그냥 죽도록 피곤하기만 했을 것 같기도 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방콕의 숨은 보석... 정글 같은 '방카차오'를 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