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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이연 May 26. 2022

아기자기 '속초 사잇길' 40km 도보여행

"사잇길 완주하니 속초 전문가가 됐어요"


5월 초부터 국토종단 750km를 걷기 시작했다. 강원도 고성의 통일전망대에서 출발해 부산 오륙도 공원까지 대한민국 국토의 최북단에서 시작해 최남단 부근 부산 오륙도까지 종단하는 이 길은 동해안길을 걷는 대장정이다. 고성을 지나 속초에 도착한 후 속초에서 잠시 머물며 금강산 신선대를 오르고 모든 등린이들의 로망인 설악산 공룡능선을 완등 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속초 사잇길'이라는 걸 알게 됐다. 동해안 북단의 항구도시이자 어업의 전진기지이기도 한 속초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광도시이기도 하다.


청초호수와 설악대교... 동해바다가 한 눈에 담기는 시간대별 그림같은 풍경~



그러한 속초의 대표적인 관광코스와 더불어 타지인들은 전혀 걸어본 적 없을법한 그런 숨은 길까지 걸어보며, 좀 더 속초의 매력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해서 40km에 달하는 10개 코스를 모두 걸어보기로 했다.






속초 사잇길은 원주민과 실향민(정착민과 이주민), 동해바다와 석호(바닷물과 민물), 산과 바다(산촌문화와 어촌문화) 등 2개 이상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융합한 속초 문화의 길이라 정의한다.

속초 사잇길은 산과 바다, 호수 등을 도는 10개의 코스로써 속초시민은 물론 속초를 방문한 자유여행객들을 위한 도보여행길이다. 인근 도시인 강릉 바우길에 비하면 도보여행길의 그 규모가 작고 길의 연혁이 짧은 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만족도가 높은 그런 여행길이라 생각된다.


총 10개의 코스를 걷다 보면 우리들의 눈에 매우 익숙한 속초를 대표하는 관광명소들을 지나게 된다. 장사영랑해변길이나 속초해변길, 부산의 이기대공원 해안산책로와 매우  비슷한 외옹치바다향기로, 속초관광수산시장, 아바이마을길, 청초호수의 주변을 걷는 청초호 길이 그러하다. 해당 코스들은 관광 명소답게 걷는 내내 주변에 사람들로 북적거리며, 이런저런 보는 즐거움과 관광지에서 흔히  느낄 수 있는 그런 활력이 넘치는 코스들이다.


장사영랑해변의 이국적인 풍경~
흐린 날도 멋스러운 청초호수의.풍경과 사잇길 스탬프함!
속초 해변에서 마주친 관광객댕댕이와 꼬마 친구들~

아바이마을에서 설악대교를 건너 벽화마을로 향하는 길~



속초 사잇길의 제1길은 바로 '영랑호길'이다. 속초에는 두 개의 커다란 인공호수가 있다. 바로 '청초호수'와 '영랑호수'다. 제1길인 영랑호수는 청초호수보다 넓고 자연적이다. 또한 코스에 자전거 대여소가 있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호수를 한 바퀴 둘러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좌측에 영랑호수를 따라 코스 초반부에 펼쳐지는 커다란 나무들로 우거진 길은 힐링 그 자체다. 또한 코스 초입에 위치한 범바위에 오르면 속이 뻥 뚫리는 주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속초 사잇길을 걸으며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기존에 알던 그런 길이 아닌 걸어본 적 없는 새로운 길, 현지인들이 아니라면 절대 걸어볼 일 없는 그런 길을 걸으며 보았던 속초의 또 다른 매력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속초 사잇길 제3길 중 속초시청 뒤편에 있는 작은 마을길에 오르면 볼 수 있는 속초 산동네의 정겨운 모습과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다른 각도에서의 설악대교와 그 주변 풍경은 속초의 숨은 보석을 발견한 그런 느낌이었다.



또한 속초 사잇길 제4길은 아바이마을길로써 주변 해안길을 따라 걷다 보면 나오는 벽화마을 또한 걷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소소한 재미를 선사한다.


아바이마을에서 벽화마을을 향해 걷다 마주친 귀여운 친구들~
벽화 마을 곳곳에서.마주치게 되는 냥이들~ 눈매는 매섭지만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아요...ㅎㅎ


속초 사잇길에서 유일하게 전 코스가 산길로 짜인 속초 사잇길 제6길은 청대산을 오르는 코스로써 속초 일대를 내려다볼 수 있는 멋진 전망대에서 힐링의 시간을 보내보는 것 또한 꾀나 매력적이다. 청대산 정상에 오른 후 반대편 방향으로 약수터가 있는 곳까지 내려갔다 다시 정상으로 올라 원점 회귀하면 된다.



개인적으로 이번 속초 사잇길을 걸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코스는 일반 여행객들은 알 수 없는 그런 길이었던... 그래서 더욱 새롭게 재미있었던 속초 사잇길 제8~9길이었다. 제8길은 속초 시내에 인접한 속초 광장에서 출발한다. 주변의 청초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걷는 내내 정면에 울산바위를 바라보며 걷게 된다. 날이 맑은 날엔 정면에 보이는 울산바위와 그 주변의 풍경들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그렇게 청초천 길을 따라 걷다 유턴을 해서 바로 인증 스탬프를 찍고 되돌아 걷다 보면 맞은편에 경동대 설악 캠퍼스 입구가 보인다. 그 옆 길로 들어서면 지금껏 걸어본 적 없는 한적한 속초의 마을길이 나오고 그러다 어느 순간 갑자기 울창한 숲길로 접어든다.



그 짧은 구간의 숲길을 지나면 차도 사람도 없는 매우 조용한 논길이 시작된다. 마치 저 멀리 지평선 끝까지 논과 밭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마주칠법한 그런 길이 나타난다. 그런 한적하고 조용함이 좋았던 나는 휘파람을 불고 콧노래도 부르며 걸었다. 그렇게 걷다 보면 보이는 이쁜 집 몇 채와 병풍처럼 집들을 감싸듯 펼쳐진 푸릇푸릇한 산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었다.


무더위에 심신이 지친 나에게 가장 큰 에너지가 되어 준 건 역시 걷다 마주치는 사랑스런 시골 댕댕이들!!


그런 몇 채의 집을 지나치면 어느새 속초시립 박물과 으로 연결되는 뒷 길이 나온다. 남들은 절대 모르는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웠던 길, 약 3~4시간 정도의 시간 동안 걸었던 제8길이 기억에 남는 이유다.



트래킹 느낌 물씬 풍기는~

마지막으로 속초 사잇길 제9길의 시작점인 '속초 족욕공원'은  내비게이션에 설악산국립공원을 입력하고 가다 보면 나오는 비교적 외진 곳에 위치해 있다. 족욕공원에서 출발해 '자생식물원'에 도착 후 다시 원점 회귀하는 코스로써 속초 사잇길 전 구간을 통틀어서 가장 트래킹 느낌이 물씬 풍기는 코스라 할 수 있다. 한적한 숲길과 드문드문 보이는 마을길 등 조용한 트래킹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가장 적합한 코스라 생각된다.


사잇길을 걷다보면 설악누리길과 길이 겹치는 구간이 있다.


또한 코스의 중간지점에 있는 자생식물원 또한 도보여행에 지친 여행자들이 힐링하기에 참 좋은 장소다.



사람마다 본인들이 지향하는 여행 스타일이나 걷기 스타일이 다들 제각각이기 때문에 정해진 정답은 없다. 10개의 코스 중 어떤 코스는 재미있고 또 어떤 코스는 지루하고 힘들기까지 할 수도 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하게 얘기하고 싶은 것은 속초 사잇길을 모두 완주하면 분명 속초라는 도시에 대한 이해와 속초에 대한 그 어떤 자신감과 작은 자부심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사잇길 완주 후 또 한 가지 확실하게 변한 것은 이제 더 이상 속초에서 어디를 가든 내비게이션이 필요 없어졌다는 점이다. ㅎ


당신의 손에 이 속초사잇길 완주메달이 있다면 당신도 이제 더이상 속초에서 네비게이션이 필요 없을 것이다!!


항상 걸을 때 행복하지만 특히 자연 속에서 나무냄새 풀냄새 맡으며 걸을 때... 산 속에 고립되어 있은 느낌을 받을 때 참으로 행복하다~ㅎ




속초 사잇길 완주 tip!

첫 번째 팁 ㅡ 속초 사잇길을 완주하고 완주 인증서와 완주메달을 받기 위해서는 스탬프북이 있어야 한다. 속초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를 찾아가면 1층에 카페가 있다. 그 카페에서 스탬프북을 무료로 배포해주며 각 코스의 시작점과 중간지점 및 도착지점에 각각 스탬프함이 있으니 잊지 말고 스탬프북에 해당 구간의 스탬프를 꼭 찍어야 한다. 1개 코스에 총 3개의 스탬프를 찍으면 된다. 혹시나 해당 ㄱ 간의 스탬프가 파손되어 있다면 스탬프함 사진을 찍으면 된다. 이렇게 모든 구간을 걷고 인증 스탬프를 찍었다면 속초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2층)에 방문해 인증 스탬프를 보여주고 인증서 및 인증메달을 수령하면 된다.
두 번째 팁 ㅡ 속초 사잇길은 다른 도보여행 코스와 다르게 각 코스가 모두 뿔뿔이 훑어져 있다. 때문에 각 코스의 시작점으로 찾아가야 한다. 때문에 자가 이용을 권장한다. 모든 구간은 원점회귀로 짜여있기 때문에 자가 이용이 수월하다.
세 번째 팁 ㅡ 제주올레길이나 기타 다른 걷기 코스들처럼 각 코스의 길을 안내하는 안내표식이 곳곳에 붙어 있지만 오래돼서 그런지 상당수의 표식이 색이 바래서 자칫 한 눈 팔고 걷다 보면 표식을 지나칠 수 있기 때문에 걸을 때 항상 표식이 어디 붙어있는지 잘 확인하며 걸어야 한다.




                        ~


마지막으로 속초 사잇길은 아니지만 속초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픈 장소가 있어 소개해본다. 그곳은 바로 속초 시내 기준 외곽지역에 위치해 있으며, 설악산국립공원으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상도문 돌담마을'이다.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아직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것 같다. 흐린 날은 흐린 대로... 맑은 날은 맑은 대로 정말 고즈넉하면서도 멋지고 러블리한 풍경에 보는 이로 하여금 행복 가득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아기자기한 돌담마을이다.



마치 제주를 연상케 하기도 하는 이 돌담마을 이곳저곳을 걸으며 도대체 왜 이 멋진 마을길이 속초 사잇길에 포함되지 않았는지 참으로 아이러니할 따름이다. 오밀조밀 모여 있는 앙증맞은 집들과 돌담으로 만들어진 담벼락과 담벼락 주변에 꾸며진 다양한 조형물들과 꽃은 마을길을 걷는 내내 걷는 이들의 기분을 유쾌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아직 가보지 않은 사람들은 꼭 한 번 가보기를 적극 추천한다. 남들이 말하는 걷는 즐거움, 걷는 행복이라는 게 별거 아니다. 그냥 내가 그 길을 걸을 때 기분 좋고 행복하면 걷는 즐거움을 즐기고 있는 것이며, 그 걷는 즐거움을 계속해서 이어나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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