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부모님 욕은 하지 마세요.
모든 문의사항이 전화로만 가능하던 고객센터의 처음 업무로 인해 고객센터를 “콜센터”라고 지칭하게 되었다. 요즘은 유선만큼 실시간 채팅이나 게시판으로도 문의 처리를 하는 업무가 많고 유선업무만큼 담당자가 늘어나는 추세이다.
작은 기업이라해도 고객센터를 운영하지 않는 곳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CS에 대한 인식은 보편화 되었고 CS센터가 없는 회사는 구매나 계약시 고객의 신뢰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고객센터가 크게 팽창하기 시작했던 2000년대 초반, 가장 활발하게 고객센터를 운영했던 곳은 홈쇼핑과 통신사, 카드 같은 대기업이었다.
“사랑을 전하는 ** 텔레콤 000입니다. 우리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그 유명한 <쏠톤>이 시작되었던 고객센터에서부터 엄마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았던 홈쇼핑.
“지금 구매 안하시면 언제 드릴수 있을지 모르는 구성! 매진 임박이라구요? 어머 어뜨케!!!”
홈쇼핑의 이 멘트는 십수년 넘게 바뀌진 않는다만.
(어뜨카긴… 이젠 앱으로 사면 되죠…)
이렇게 많은 센터가 있다보니 고객들의 군상도 참 다양하다.
1. 직진형 :상담직원보다 성격급한 고객 .연결되자마자 본인의 개인정보를 차례대로 읊고 원하는 서비스를 말한후 빨리해주세요를 여러차례 말하고 용건만 간단히 끝난후 후다닥 끊음.
2. 회전형 : 본인이 등록해둔 정보가 기억나지 않아 본인확인에만 한참 걸려 빙빙도는 고객. 그러나 용건은 허무하게 빨리 끝나는 경우 많음.
3. 인터셉트형 : 깜박이 안켜고 훅 들어오시는 유형. 물어본거 답변중에 갑자기 다른 질문으로 틀어버리심.
4. 엄마형 : 이것저것 여러번 자꾸 물어보시면서 본인이 이해한게 맞는지 확인도 하시고 질문 많아 미안하다고 고맙다며 인사도 해주시고 끊으심.
5. 엘사형 : 처음부터 끝까지 눈보라처럼 휘몰아치며 불만 제시하시는 고객.
6. 기타등등
전체의 80%이상은 무난하고 특이점이 없는 고객들이 대부분이지만 간혹 불만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혹은 여러 상황이 화가 나는 과정에서 욕을 하시거나 폭언을 하시는 경우도 간혹 있다.
화가 날만한 상황은 충분히 공감하고 상황을 정리해드리려 하지만, 가장 참을 수없는 말과 참지 못하는 경우는 부모님 욕을 하는 경우.
- 니네 부모는 너같은 딸을 낳고도 밥을 먹고 사냐?
- 저렇게 키워놓고 에미라고.
등등.
부모님 욕을 듣고 울면서 퇴사하는 직원을 잡을 수가 없던 기억이 있다.
- 센터장님은 부모님 욕 듣고 죄송하다는 이야기를 하실수 있어요..?
원칙과 상황앞에 있는 말도 안되는 딜레마.
우는 직원을 다독여 퇴직원을 받고 나도 한참 우울했다.
감정의 쓰레기통이 되라고 하는 일은 아닌데.
살면서 누구나 지켜야 하는 선은 있다.
누구에게도 신성불가침의 영역인 가족의 선은 넘지 말아주시기를.
즐거운 일과 슬픈일이 시시때때로 생기는 곳.
나는 고객센터에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