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이란?
처음에는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왜일까요? 왜 주인공은 육식을 거부하려고 하는 걸까요? 저는 계속해서 의문을 품었습니다.
그러다 1부의 마지막 즈음, 주인공인 영혜가 아버지에게 폭력을 당하는 장면에서 조금씩 납득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영혜의 아버지는 그녀를 어릴 때부터 폭력으로 억눌렀고, 육식을 거부하는 상황에서도 고기를 억지로 먹이려 했습니다. 고함을 지르고, 고기를 입에 쑤셔 넣으려 하며, 결국 영혜는 참지 못하고 자해까지 하게 됩니다.
이 장면은 무척 난해했습니다.
‘육식’과 ‘폭력’이라는 연결점이 이렇게 이어지는 게 굉장히 낯설게 다가왔습니다. 사실은 제가 그 연결 고리를 잘 찾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영혜는 자해를 시도하고, 강제로 병원에 끌려가며, 작은 동박새를 물어뜯는 극단적인 행동에 이르게 됩니다.
그 작은 동박새는 영혜의 손에 죽임을 당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영혜는 아버지에게 배운 폭력을 그대로 동물에게 행사합니다.
1부는 그렇게 끝납니다.
영혜가 결국 사람들의 폭력에 무너지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2부에서는 또 다른 폭력이 등장합니다. 영혜의 형부는 오랜 시간 동안 영혜를 관음했고, 결국 '미술'이라는 명분으로 그녀를 성폭행합니다. 그는 예술이라는 이름을 빌려 자신의 욕망을 정당화하고, 결국 영혜의 정신을 완전히 무너뜨려 버립니다.
아버지의 물리적 폭력을 겪었던 그녀는 형부에게 정신적, 육체적 폭력까지 겪으며 점점 붕괴됩니다. 이후 영혜는 밥을 먹는 것조차 거부하게 됩니다.
3부에서는 식 자체를 금지합니다.
영혜는 말 그대로 ‘먹지 않음’을 통해 자신을 지켜내려 합니다.
정신병원에서도, 사회 속에서도 그녀는 끊임없이 폭력에 노출됩니다.
영혜는 그저 자신이 먹고 싶지 않을 자유, 살고 싶지 않을 자유를 원했지만, 그조차 타인에 의해 억눌립니다.
언니 인혜는 그런 영혜를 정신병원에서 데리고 나오지만, 이미 만신창이가 된 그녀는 말도 하지 못한 채 구급차를 타고 어딘가로 향합니다.
그 마지막 장면은 무기력하면서도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진정한 채식주의자는 영혜가 아니라 인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혜는 영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애썼고, 자신의 남편의 외도와 무책임에도 굳은 의지를 잃지 않고 살아갑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오히려 이상적인 저항이자, 묵직한 채식주의의 태도로 보였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저는 제 행동 하나하나에 다시금 책임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내가 던지는 말과 행동, 그 안에 칼과 가시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폭력처럼 다가올 수 있고, 불편함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늘 인지하려고 합니다.
그와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그 말과 행동이 양분이 되고 방향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않고 싶습니다.
앞으로는 항상 그런 점을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