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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창 May 23. 2020

좋은 옷을 고르는 방법 - 원단(原緞)

캐시미어 코트가 일반 울 코트보다 항상 좋을까?

울, 실크, 캐시미어, 면과 같이, 우리는 살면서 많은 원단들에 대해 들으며 살아간다. 원단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조금 부족하지만, 캐시미어나 실크가 비싸다는 건 알고 있다. 그러나, 캐시미어로 만든 코트는 찾기 어렵지 않아도, 실크로 만든 코트는 찾기가 어렵다. 결론부터 간단히 말하자면, 실크는 캐시미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약하고 형태 유지성이 낮기에 혼방을 하지 않는 이상 외투로서는 조금 부적합하다. 또 혼방을 할 때도, 실크(천연섬유) + 천연섬유 혼방보다는 실크(천연섬유) + 합성섬유 혼방이 더 자주 하는데 왜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혼방을 하는 많은 이유 중 하나는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서인데, 천연섬유끼리의 혼방은 내구성이 높지 못하다.


원단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는 섬유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섬유란 원단 내 실을 구성하고 있는 얇은 천연/인공 물질이다. 섬유는 동물, 식물 도는 무기물에서 나오는 천연섬유와 공장에서 생산된 화학적 구성물로 만들어지는 인조섬유로 나누어진다. 1885년까지는 천연섬유 양모, 아마, 면, 견 등으로 만든 천연섬유 밖에 없었으나, 그 이후에는 나일론, 폴리에스테르, 스판덱스, 아크릴, PLS, 아라미드 등 다양한 섬유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빌효 전분으로 만든 PLA나 대나무 줄기를 가공한 레이온은 식물재료로 만들어지나 천연섬유라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원재료가 섬유처럼 천연에서 발견되지 않기 때문이다.


섬유는 심미성, 내구성, 쾌적성, 형태 유지성, 지속 가능성, 그리고 관리성을 보아야 한다. 좋은 섬유는 유연하고, 길고, 충분히 강하며, 응집력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흡습성(건조 섬유가 공기로부터 흡수할 습기의 퍼센트)이 높은 섬유로는 면, 모, 레이온이 있다. 비 흡습 섬유로는 폴리에스테르와 올레핀이 있다. 더운 여름날 입을 시원한 반팔을 찾는다면, 흡습성이 높은 면 100%가 폴리에스테르 100%보다 뛰어난 선택일 수 있다. 





세탁 방식 또한 옷을 구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내구성이 약한 실크 같은 경우 손세탁을 권장하고 있고, 고열에서 견디기 힘든 울의 경우 저온에서의 세탁을 권하고 있다. 면 같은 경우 내구성이 강하고 고온에서도 변형이 적게 이뤄지기에 오염이나 이물질이 묻어도 쉽게 삶을 수 있기에 가장 애용받는 소재이다. 


원단과 원단을 구성하고 있는 섬유의 특징마다 옷의 형태가 많이 달라진다. 실크 원단이 면 원단보다 항상 고열에 약하고, 형태 유지성이 낮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실크 원단과 면 원단을 구분하고 있는 섬유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크 원단이 면 원단보다 항상 비싸다고 말할 수는 없다. 누에에서 추출하는 실크와 목화에서 추출하는 면은 생산량과 희소성에서 큰 차이가 남에 틀림없지만, 실크에도 급이 있고 면에도 급이 있다. 실제 도매로 판매하는 가격은 어떻게 다를까? 필자가 직접 동대문 원단시장에 다녀와봤다. 




필자가 직접 다녀온 동대문 원단시장


동대문 원단시장은 거래규모액만 연간 15조이며, 세계 5대 패션 클러스터 중 하나이다. 한국인으로서 동대문 시장은 접근성이 매우 높기에 필자도 자주 구경을 가곤 한다. 실크 원단의 경우 g 수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기는 하지만, 스카프나 속옥에 흔히 쓰이는 120g 기준으로 1야드 당 15,000원 내외에 구입할 수 있다. 면의 경우 1야드당 대체로 4,000원 내외이면 구매가 가능하다. 단순하게 봤을 때, 실크가 면보다 4배 정도 비싸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면에도 '급'이 있다. 차후에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수피마 코튼의 경우 1야드당 가격이 20,000원이 넘어가는 원단도 쉽게 볼 수 있다. 면을 구성하는 섬유가 실크를 구성하는 섬유보다 상대적으로 생산하기가 편리해 가격대가 낮지만, 원단의 직물 방식이나 섬유의 품질에 따라 가격대가 상이하다. 실제로 ELS(긴 면섬유) 같은 경우 평균 판매 단가가 실크보다 월등히 높다. 


옷을 구매할 때 캐시미어 코트가 일반적인 울 코트보다 가격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종전에 이야기했던 섬유의 희소성 때문이다. 그러나, 캐시미어 원단 자체가 항상 울 원단보다 비싸다고 할 수는 없다. 캐시미어 원단도 급에 따라 부드러움에 정도가 다르고, 원단의 상태(균등하게 색이 입혀졌는지 등)가 다르다. 따라서, 옷을 구매할 때 캐시미어 코트가 가격은 저렴하다면, 싼 가격에 가성비 좋게 판매한다기보다는, 일반적인 울 코트보다 저렴한 원단을 사용해 실질적인 품질이 좋지 않은 옷이라 생각해도 무방하며, 따라서 구입을 신중하게 생각해보면 좋다. 


옷을 고를 때 섬유와 원단을 구분 지어 생각하는 것이 좋다. 이어지는 글에는 각각의 섬유(면, 울, 실크, 리넨 등)에 대한 설명과, 어떠한 경우에 이러한 섬유가 쓰이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기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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